지혜문학서(智慧文學書) 이야기(17)

입과 혀가 생각이나 뜻, 느낌 등을 전하는 표현 수단이라면 입과 혀를 통해 나오는 말은 의사전달 수단이다. 의사전달의 지향과 목표는 소통이다. 한자어 ‘소통(疏通)’의 우리말 풀이는 ‘막히지 않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 등을 뜻한다.

언어학자와 생물학자들은 인간뿐 아니라 동식물에게도 소통(통교)수단이 있다고 한다. 갓난아기가 ‘울음’과 ‘웃음 등의 표정’, ‘몸짓’을 통해 배고픔과 아픔 ․ 생리현상 ․ 기분 ․ 놀람(경기:驚氣) 등을 표현하듯 개나 고양이 등 인간 반려동물, 소나 말 등과 같은 가축 역시 울음(소리)과 표정 ․ 몸짓 ․ 체취 등을 통해 끼리끼리 의사를 소통하고 이런 수단을 통해 사람에게도 다가온다는 것이다.

야생동물이나 물고기 ․ 새 등 날짐승과 곤충 등도 독특한 소리와 몸짓, 시각신호와 몸의 변화 등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며 식물 또한 고유의 체취와 향기 ․ 화학물질 등을 수단으로 개체 보호와 번식, 생존 등에 필요한 의사소통을 한다고 한다.

인간은 언어 통해 생각하고 생각 통해 창조한다

이성과 감성, 의지 등 정신능력을 가진 인간은 개념을 가진 언어를 사용한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생각하고 생각을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유일한 존재다. 인간의 문화는 바로 이 언어를 통해 발전해 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말(언어)의 지향과 목표(목적)는 소통이다. 세상에서 가장 답답한 것 가운데 하나가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답답함은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 풀릴 수 있다. 문제는 말의 폐해다. ‘말이 씨가 된다’는 우리 속담처럼 세 치 혀에서 나온 말이 자신은 물론 타인의 목숨까지 왔다 갔다 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대화)로 시작해서 말로 끝나는 게 우리 일상이다. 그러나 일상을 들여다보면 상대에게 한 말이, 상대로부터 들은 말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때로는 원수지간이 되기도 한다. 진정한 소통이 안 된 탓이다. 그만큼 소통이 어렵다는 얘기다.

세상이 각박해지면서 부부 간 ․ 부모 자식 간 ․ 고부 간 ․ 이웃 간 ․ 직장 동료 및 상사 간 ․ 집단 간 ․ 노사 간 갈등과 정치 ․ 경제 ․ 사회 전반에 걸친 불통이 점점 심화돼 가고 있다고들 한다. 예컨대 남한과 북한과의 긴장 관계, 독도 및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권 행사에 따라 빚어졌던 새누리당 당내‧당청 갈등, 여야 갈등 등은 소통 부재가 그 원인이다.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라

소통의 수단은 대화다. 내 생각이나 뜻을 상대가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것처럼 상대 역시 내 편에서 그래 주기를 바란다. 대화가 막히면 소통은 불가능하다. 대화가 막히는 것은 일방적인 자기 생각과 주장, 의견을 내세우거나, 고압적이거나 권위적이거나, 지시․명령적이며 상대의 말을 듣고 이해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상대에게도 생각과 주장이 있다. 각자의 체험과 지식, 경륜과 사고에 차이가 있듯 각자의 생각과 주장은 서로 다르게 마련이다. 따라서 원만한 대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상대가 어리거나 어른이거나, 윗사람이거나 아랫사람이거나, 배운 이거나 못 배운 이거나 상대의 입장과 내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고(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를 인정하고, 상대의 수준에 맞추고, 상대를 배려하는 긍정적 사고가 필요하다.
이런 대화의 에티켓이 무시된 채 상대의 말 중간에 뛰어들거나 말을 가로막는 것 은 대화와 소통을 망치는 요인이 된다.

‘알아보지도 않고 남을 비난하지 말라.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에 질책하라. 남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대답하지 말며 남의 얘기를 가로막지도 말라-.’ 지혜문학서 집회서(11:7-9)에 나오는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주제의 격언이다.

많은 생각 끝에 하는 말과 즉흥적으로 내뱉는 말의 결과가 다름을 생각게 하는 격언이다. 입에서 나온 말은 그 말을 한 사람에게 두 가지를 요구한다. 첫째는 그 말에 대한 책임이고, 둘째는 그 말에 대한 행동, 즉 실천이다. 우리의 선조들이 왜 ‘말하기에 앞서 열 번 생각하라’고 했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세 사람을 죽이는 중상…‘예’와 ‘아니오’의 깨우침

근거가 없는 말로 남을 헐뜯어 명예나 지위에 해를 입히는 중상(中傷)이나 사실이 아닌 일을 거짓으로 꾸며 고발하는 무고(誣告)는 누구에게나 혐오의 대상이다. 특히 중상은 살인보다도 위험하다. ‘살인은 한 사람밖에 죽이지 않는데 중상은 반드시 세 사람을 죽인다. 중상하는 사람 자신과 그 것을 막지 않고 듣고 있는 사람, 그 중상의 대상이 된 사람 등등….’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다.

‘말에 실수가 없는 사람은 온몸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완전한 사람이다. 말은 입에 재갈을 물려야 고분고분해진다. 혀는 우리 몸의 한 부분이지만 온몸을 더럽히고 세상살이의 수레바퀴에 불을 질러 망쳐버리는 악의 덩어리다.’ 바이블(야고보서 3:5-6)에 나오는 성구(聖句)다.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 어느 누구도 ‘내 입은 부끄럽지 않다’고 장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짓과 중상, 이간질과 무고가 없는 명랑한 사회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는 나의 입이 진실만을 말하는 진실의 입이 되어야 함을 전제로 한다.

‘인간은 입이 하나 귀가 둘이 있다. 이것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더 많이 하라는 뜻이다(탈무드).’, “너희는 그저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할 것은 ‘아니오’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말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바이블 마태오 5:37).’ 탈무드와 성경에 나오는 이 가르침은 풍요롭고 평화로운 삶을 향해 우리 모두에게 주는

이용웅 전 연합통신 충청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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