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문학서(智慧文學書) 이야기(13)

‘슬기’의 우리말 정의는 사물의 이치를 바르게 분별하고 일을 정확하게 처리할 방도를 생각해내는 능력(재능)을 의미한다. 슬기는 우리말의 또 다른 낱말인 사물의 이치나 상황을 제대로 깨닫고 그것에 현명하게 대처할 방도를 생각해내는 정신능력, 즉 ‘지혜’와 상통한다. 슬기는 또, 지혜롭고 사리에 밝은 의미의 ‘현명(賢明)’과도 통한다.
반면 ‘어리석음’은 슬기롭지 못하고 둔하다는 뜻이다. 어리석고 둔함을 의미하는 미련함과 상통하는 말이다.
어리석고 미련한 것보다 슬기롭고 지혜로우며 현명하기를 바라지 않는 이는 없다. 어리석음과 미련함, 슬기와 지혜와 현명함에 따라 각자의 인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기와 지혜와 현명이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 또한 아니다. 그래서 예부터 인류는 경험을 통해 축적한 온갖 지식을 후손들에게 전수함으로써 슬기와 지혜에 이르는 길로 이끌었다. 지식을 바탕으로 슬기와 지혜를 깨우치게 하는 교육이 그래서 중요하다. 논어 학이편에서 공자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를 말하고 있다. 지식이 한 사람의 갈증을 풀어주는 ‘물’이라면 지혜는 모든 이가 함께 나눌 수 있는 마르지 않는 물, 즉 ‘샘’과도 같다. 교육이 지식만이 아닌 지혜와 슬기로 이끄는 길이 돼야 하는 이유다.

슬기와 어리석음의 서로 다른 열매

잠언 둘째 부문 17:1-22:16(뒷부분)에서는 ‘꾸짖음’과 ‘보증(保證)’, ‘말(言語)과 감정과 화(火)’, ‘지식’, ‘원망’, ‘허물’, ‘충고와 훈계’, ‘지략’, ‘선견지명’ 등 다양한 주제의 격언을 만날 수 있다. 이들 격언은 슬기로운 자와 어리석은 자가 맺는 서로 다른 열매가 어떤 것이지를 깨닫게 해줌으로써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를 슬기(지혜)로 초대하고 있다.
부모가 자식의 잘못을 꾸짖고 어른이 젊은이를 훈계하는 것, 친구나 선후배에게 충고해주는 것보다 값진 선물은 없다. 자식과 이웃 젊은이, 친구가 잘못 되기를 바라는 부모나 어른이나 동료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 않다면 진정한 부모도 어른도 친구도 아니다. 다 잘되라고 꾸짖고 훈계하고 충고하는 것이다.

화는 모든 불행의 근원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인 동시에 감정을 가진 존재다. 가정이나 사회 공동체 안에서 좋은 일이나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기뻐하거나 슬퍼하기도 하고, 때로는 화를 내거나 즐거워하기도 한다.
‘화’에 대한 격언은 참 많다. ‘화를 내면 화내는 사람이 손해 본다.’ 아메리카 인디언이 전하는 격언이다. 탁닉한 스님은 ‘화는 모든 불행의 근원’이라며 ‘화를 다스릴 수 있어야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장자(莊子)는 일찍이 ’빈 배‘를 통해 화에서 벗어나는 세상을 보여줬다. 장자의 ’빈 배‘ 이야기다.
‘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가다 빈 배가 그와 부딪힌다면 그가 아무리 나쁜 사람일지라도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이니까/ 그러나 배 안에 사람이 있었다면 그는 그 사람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칠 것이고 마침내는 욕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았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 자신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고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지 않을 것이다.’

슬기로움과 어리석음에 대한 잠언의 경구

복잡다기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때때로 ‘꾸짖음’과 ‘보증(保證)’, ‘말(言語)과 감정과 화(火)’, ‘지식’, ‘원망’, ‘허물’, ‘충고와 훈계’, ‘지략’, ‘선견지명’ 등에 관한 잠언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인다면 어지러운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가는 방도(지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현명한 사람 한 번 꾸짖는 것이 미련한 사람 매 백 대 치는 것이 낫다(잠언17:10).’
‘어리석은 이는 지혜를 얻으려는 마음이 없으니 돈이 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17:16).’
‘슬기롭지 못한 이가 이웃의 보증을 선다(17:18).’
‘경험이 쌓일수록 말수가 적어지고 슬기를 깨칠수록 감정을 억제한다(17:27).’
‘미련한 자는 깨우쳐 주는 말을 싫어하고 제 생각만 내세우려 한다(18:2).’
‘슬기로운 사람은 마음에 지식을 얻고 지혜로운 사람은 지식에 귀를 기울인다(18:15).’
‘사람은 제가 어리석어 일을 망치고는 마음으로 하느님을 원망한다(19:3).’
‘지각이 있는 사람은 제 목숨을 아낀다. 슬기를 간직한 사람은 행운을 얻는다(19:8).’
‘슬기로운 이는 좀처럼 화(火)를 내지 않는다. 남의 허물을 덮어주면 영광이 돌아온다(19:11).’
‘충고를 듣고 훈계를 받아들여라. 그러면 마침내 지혜롭게 되리라(19:20).’
‘사람 마음속에 있는 생각도 천 길 물속과 같아 슬기로운 사람이어야 그것을 길어 올린다(20:5).’
‘지혜가 있어야 용사들이 지키는 성(城)에 쳐들어가 그들이 기대는 요새를 허물 수 있다(21:22).’
‘총명한 사람은 불길한 일을 보고 피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은 제 발로 걸어들어가 화(禍)를 입는다(22:2).’

이용웅 전 연합통신 충청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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