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문학서(智慧文學書) 이야기(12)

정의(正義)는 그 의미가 다양하다. 따라서 한 마디로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하기란 어렵다. 플라톤은 개인이나 국가에 있어 각 구성요소가 조화를 이뤄 기능을 발휘하는 것을 정의라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를 평균정의(교환정의)와 분배정의로 구분했다. 평균정의는 모든 관계에서 상호 균등한 가치가 관철되는 것이고, 분배정의는 공평한 분배가 관철되는 것이다.

성경에서도 정의는 하나의 중심사상을 이룬다. 특히 예언자들의 사상에서 두드러진다. 그 대표적인 예언자는 아모스다. 이들 예언자는 거짓, 약탈, 계급적 이기주의 , 억압, 불공정한 재판, 악정 등을 통해 가난한 자들을 수탈하는 위정자들을 통렬히 비판하고 사회정의를 이루려 했다.

구약성경 시편(詩篇)과 잠언 등 지혜문학서에서는 개인이든 공동체든 하느님을 경외하며 섬기는 것을 의로운 일로 여겼고, 정의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맺는 한에서만 실현된다고 했다. 루소는 정의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살 만큼 부유해서도 안 되고, 또 자신을 팔 만큼 가난해서도 안 되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니체는 ‘힘이 곧 정의’라 했고, 현대 철학에서는 '공동체의 질서를 수호하는 기능'으로 정의(定義)하고 있다. 마이클 샌델(하버드대 교수)은 행복(극대화)과 자유(존중)와 미덕(추구) 등 세 가지를 구체적인 정의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정의가 사회 구성원의 행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사회 구성원 각자의 자유로움을 보장할 수 있는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지 등이다. 이처럼 정의는 철학적 도덕적 윤리적 종교적 정치사회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가진 개념이며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 역시 그 기준은 다양하다.

인류 역사, 먹거리 해결 ․ 땅 차지 투쟁

인간 생존에 가장 필요한 것은 옷과 음식과 거처, 곧 의식주(衣食住)다. 기후 등 자연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옷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음식이, 가족과 함께 즐기며 휴식하기 위해서는 안락한 삶터(집)가 필요하다. 인간의 역사는 이 의식주, 특히 먹을 것 해결과 먹을 것이 풍부하고 정주하기에 좋은 땅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 여정이다.
원시시대엔 자연이 준 열매와 뿌리 등을 채집하는 것이 주요 생명 유지 수단이었다. 인지가 발달되면서 수렵과 목축, 유목과 농경시대 등을 거쳐 대량생산, 대량 유통 등의 산업화시대에 이어 바야흐로 풍요의 복지시대를 맞고 있다.

인간은 한편으로 개인 및 집단의 방어를 위해 석기 등 간단한 도구(무기) 사용을 시작으로 불을 발견하면서 청동기와 철기시대를 거쳐 마침내 불(火)의 시대(전기․원자력 등 에너지)를 맞았다. 그러나 불의 시대는 인간 편익과 편리함을 줌과 동시에 대량 인명 살상과 문명 파괴, 자연 파괴(수소․원자폭탄) 등을 결과하는 문제를 안겨주고 있다. 과학시대, 정보화시대 등 인류가 구가하고 있는 현대문명사회 앞에 핵이야 말로 바로 ‘판도라의 상자’인 셈이다.

공동체 역시 가족사회, 씨족사회, 부족사회, 국가사회로 발전해 오늘날 지구상의 나라는 200개국을 넘어선 상태다. 이들 나라 중 상당수는 한 나라에 서로 다른 민족과 종교가 얽혀 내전 등 분열과 갈등이 그치지 않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처럼 단일민족이면서도 외세와 서로 다른 체제 등으로 가족과 친지 등 피붙이가 서로 갈라져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는 나라도 있다.

정신적(精神的)인 인간은 가족사회, 씨족사회, 국가사회로 발전하면서 종교와 윤리(도덕), 관습과 법, 통치이념과 통치체제 등의 제도가 생겨났다. 이들은 우주자연의 경의로움과 특히 인간 존재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각과 반성, 보다 나은 사회 조성과 사회질서 유지의 필요성 등이 낳은 산물이다. 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강자가 약자를 누르고 착취하고,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침탈하는 등 약육강식은 여전하다. 더욱이 물질만능과 황금만능시대인 오늘의 자본주의는 인간(생명)보다 돈이 더 우선하는 새로운 권력(힘)으로 등장하면서 국가권력도 자본(돈)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자연자원과 생태계도 인간의 탐욕스런 힘의 논리에 경쟁적인 착취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대사회의 공통 화두, 사회정의 국가정의 세계정의

오늘날 세계 각국의 공통 화두는 사회정의와 국가정의와 세계정의다. 그만큼 세상 구석구석이 정의를 목말라 하고 있다는 말이다. 각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잘 사는 나라나 못 사는 나라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보장되지 않고 힘의 논리에 의해 정의가 실현되지 않고 있다. 니체가 말한 대로 ‘힘이 곧 정의’라는 말이 사회와 국가와 국제사회에서 그대로 통용되고 있다. 힘을 바탕으로 온갖 불의와 부정, 폭력과 무력이 정의라는 미명 아래 횡행하고 있음이다.

사회정의와 국가정의와 세계정의가 바로서기 위해서는 ‘힘이 곧 정의’라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특히 오늘날의 ‘힘’은 ‘자본(돈)’과 ‘핵(무기)’으로 상징된다. 그러나 자본과 핵이 세상의 정의라고 보는 이는 없다. 자본과 핵이 진정한 정의를 구현하는 수단도 목적도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힘이 곧 정의’가 아니라 힘이 정의와 사랑(자비)을 입을 때만 진정한 ‘힘’되는 것이다. 플라톤은 2천4백40여 년 지혜와 용기와 절제의 완전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정의라고 했다. 오늘을 사는 우리 역시 법정의, 경제정의, 사회정의, 국가정의, 세계정의를 갈망하고 있다.

‘정의가 강물처럼, 마르지 않는 개울처럼 흐르게 하라(아모스서 5:22-24)’는 아모스의 예언은 오늘도 세상에 메아리치고 있다. 개인과 사회와 국가, 국가와 국가 간 이웃과 자신에 대한 정의의 의무를 다할 때 보다 나은

이용웅 전 연합통신 충청취재본부장
-------------------------------------------------------

 

목요언론인클럽  webmaster@mokyoclu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