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참 빠르다. 내가 코레일에 부임한지도 벌써 6개월이 다 되어간다. 처음에는 내가 이 큰 조직에 도움이 될까싶어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어릴 적 좋아했던 기차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선택하게 되었다.

직원들 어려운 일, 묵묵히, 그리고 열심히 수행

코레일에 부임하기 전, 코레일!! 하면 장기간 파업과 만년적자, 막대한 빚이 연상되어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는 임영호 감사

컸다. 그러나 막상 코레일에 와서 직원들과 함께 해 보니 그동안 내가 몸담았던 그 어떤 조직 못지않게 어려운 일을 묵묵히, 열심히 수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정부의 경영정상화 과제 중 가장 풀기 힘든 숙제 중 하나였던 ‘근속 승진제’가 원만히 타결되었다. 시간만 되면 무조건 승진하는 근속승진제도는 긴장하며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하는 우리 조직에는 맞지 않지만, 조합원 입장에서는 더 바랄 것 없는 제도였다. 그럼에도 우리조직의 미래를 위해 타협을 해 준 18,000여명의 조합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코레일은 1899년 경인선을 개통한 이래 116년의 긴 역사를 가진 기업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긴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영업이익을 낸 적이 없는 만성 적자기업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 기업이 국민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금 인상도 없이 작년 말에 처음으로 1,034억의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하여 약3,000여억의 영업손익을 개선한 것이다. 최연혜 사장과 경영진, 직원들의 피와 땀으로 일궈낸 큰 결실이다.

“3년 내 당기순이익 낼 것으로 기대”

고객의 이용추이를 분석하고 시간대별로 좌석과 노선에 따라 철도요금 체계를 다양화했으며, 하루 10명도 이용하지 않는 오지의 간이역을 ‘산타마을’이라는 문화역으로 탈바꿈시켰다. 또한 ‘눈꽃열차’ 등 다양한 관광열차를 만들어 향수에 목말라하는 도시민들을 찾게 했다. 비록 17조 원에 달하는 부채로 인한 이자비용 때문에 당기순이익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우리 코레일이 3년 이내에 반드시 당기순이익을 달성할 것이라고 낙관한다. 금년에 공항철도가 순조롭게 매각되고 소송중인 용산역 일대 철도 부지를 잘 활용한다면 400%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200%대로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며, 부채로 인한 이자비용 또한 상당부분 감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전은 우리나라 국토의 중심이다. 경부선과 호남선이 만나는 작 은 마을에 지나지 않았던 대전이 대한민국의 5대 도시가 되었다. 더군다나 코레일 본사와 건설을 맡고 있는 철도시설공단의 본사가 대전에 위치하고 있어, 대전은 철도와 특별하고도 긴밀한 관계에 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호남선 KTX가 개통되면서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열차가 광주송정까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남선 상에서 도시인구 100만 명이상이 되는 곳은 대전 밖에 없고, 호남을 고향으로 둔 대전 시민들의 불편을 감안할 때 광주까지 연장 운행하는 것을 신중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수서고속철도 개통되면 KTX 운행계획도 바뀔 것”

코레일은 2016년 수서고속철도 개통시점에 맞춰 그 동안의 열차이용실적과 예측수요 등을 검토하여 종합적인 열차운행계획을 재조정할 계획이다. 또한, 호남선 KTX가 개통되면서 수도권을 통근하는 KTX열차가 축소되어 고객 불편이 있었는데, 지난 4월말부터 아침 7시 32분 열차를 추가하여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였다.

한강철교 보수공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한편 국토부는 국립철도박물관 건립을 계획 중인데, 대전시민은 코레일이 있는 대전에 철도박물관이 건립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코레일은 의왕에 철도박물관을 가지고 있다. 철도박물관은 철도마니아를 배출하는 모태가 될 수 있으므로 다양하고 특성 있는 박물관이 더 많이 세워졌으면 한다.

일본의 경우에도 165개의 크고 작은 철도박물관이 지역 특색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 우리도 이러한 예를 잘 활용하기를 바란다. 또한, 대전역세권 개발과 관련해서는 대전시와 협의하여 중장기적 관점에서 추진하고 있는데, 대전시에서 최종계획이 확정되면 공모를 통하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우리 코레일은 세종과 대전을 잇는 BRT사업에도 적극 협력하여 대전이 중심도시로써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일조를 할 것이다. 지금 대전역은 이용객이 대폭 늘어나 2016년을 목표로 대전역 증축공사를 시행하고 있다. 금년에 끝나는 대전역 철도변 확장사업이 완료되면 역주변의 주거환경에 대폭적인 개선이 이루어져 대전 발전의 큰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한반도서 떠나는 유라시아 특급 관심을”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다. 아직 통일의 기운이 보이지 않지만 통일은 분명히 오고 철도가 그 희망의 단초가 되기를 희망한다. 언제 갑자기 올지 모르는 통일을 위해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남북철도 연결의 하나인 경원선의 한 구간인 백마고지와 월정리 간을 금년 8월경 착공한다고 한다. 이왕 할 바에는 고성과 삼척사이인 동해북부선도 착공했으면 싶다. 동해북부선을 거쳐 계속 이어가면 금강산으로, 원산으로, 러시아로 갈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을 것이다.

남북을 넘어 중국으로, 러시아로, 몽고로 철도망을 이어 가기 위해서는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동유럽이 주축인 28개국 국제철도협력기구 OSJD의 정회원이 되어야 한다. 국가 간 철도운임, 통관절차, 환적 등의 협력을 위하여 이 기구 가입이 필수적이다. 현재 북한이 반대하고 있어 낙관하기는 어렵다.

이번 달 말 서울에서 열리는 각국 철도사장단 회의도 그 노력중의 하나이다. 정부와 코레일은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한반도에서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유라시아 친선특급 2015’를 운행한다. 이 열차는 7월14일부터 8월2일까지 200여명을 싣고 19박 20일의 대장정의 길을 떠난다. 이 행사를 통하여 우리는 통일의

꿈을 다진다. 기차는 북으로 달려 런던까지 가고 싶어 한다.

임영호 코레일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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