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깊은 날 5월에만 몰려 있는 이유 뭔가?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도 하고 청소년의 달이라고도 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들어 있는데다가 스승의 날도 5월에 있고 보니 어린이, 어버이, 스승을 보다 소중히 여겨 5월을 이렇게 꾸미기로 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어린이와 어버이 그리고 스승을 놓고 볼 때, 그 중 누구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존재이고 보면 이런 뜻 깊은 날을 굳이 5월에만 몰아서 제정해 놓은 것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가령, 5일의 ‘어린이 날’이야 기왕 오래 전부터 있어온 날이니 그대로 둔다 하더라도 8일의 ‘어버이날’이나 15일의 ‘스승의 날’은 굳이 5월에 제정하지 않아도 좋을 법한 일이 아닌가 해서다.

그렇다면 <어버이 날>은 언젠가 좋을까.

<어버이 날>은 자식이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는 날이니 가령, 한 여름 더위에(양력 8월 초쯤) 혹은 한 겨울 추위에(양력 12월 중순쯤) 이 날을 정하여 그 때 부모의 건강을 돌보게 한다면 보다 뜻 깊은 ‘어버이 날’이 될 것도 같다.

그리고 ‘스승의 날’도 대부분 학교의 졸업식이 2월말 경이니 그 때 쯤으로 정해서 학교를 졸업하던 무렵에 스승을 찾아보게 정하는 것도 좋은 방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하고 온갖 꽃과 녹음이 우거지는 호시절이니 이런 화사한 철에 어린이와 부모, 그리고 스승까지 보다 뜻 깊게 감싸고 보살피겠다는 정성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좋은 일도 너무 겹치고 잦으면 오히려 그 빛이 덜 하는 법, 더구나 이런 뜻 깊은 날 선물도 사야하고 인사도 가야할 한 가정의 가장(家長) 입장에서는 5월은 너무 벅차고 힘든 달이기도 하지 않은가. 솔직히 30대 ~ 40대의 가장들은 어린이도 있고, 부모도 계시고 당연히 스승도 계시다. 이 모든 축하 받아야할 대상들에게 제대로 선물이라도 해 보자면 5월의 가장은 호주머니가 텅 비게 마련이다.

게다가 해마다 5월이면 웬만한 여건에 있는 분들에겐 달갑지 못하게 날아드는 우편물도 엄청나다. 그 대표적인 것이 결혼 청첩장, 그 밖에도 무슨 친목회, 무슨 야유회, 무슨 동창회…, 실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것이다. 그 때 그 때 싸들고 가야할 돈도 돈이지만 도무지 세건 네 건씩 행사가 겹치다보니 본의 아니게 인사도 못하는 수가 허다하다.

아무튼 햇살이 화사하고 삼라만상 새로운 생명감으로 기지개를 펴는 5월이지만 호주머니가 가벼운 가장에게는 괴롭다 못해 고문(拷問) 같은 5월일 수도 있다.

글쎄 다른 달에 아껴 쓰고 5월을 잘 꾸려나가 보라면 더 이상 할 말은 없지만 ‘어버이 날’과 ‘스승의 날’ 만이라도 당국에서 재조정하는 지혜를 보여 준다면 많은 국민이 크게 호응할 것도 같은데, 아무래도 공염불이 되지 않을까 모르겠다.

조종국 원로서예가 · 전 대전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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