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문학서(智慧文學書)이야기(3)

지혜문학서 7권(욥기,시편,잠언,전도서,아가,지혜서.집회서) 가운데 세계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읽히는 것 중 하나가 잠언(箴言)이다. 잠언의 우리 말 뜻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훈계가 되는 짧은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유다교와 그리스도교에서는 ‘솔로몬 왕의 훈언(訓言)을 중심으로 엮은 격언과 교훈서’로 통한다. 잠언은 31장으로 구성돼 있다.

여러 가지 짧은 격언 문장과 몇몇 보다 긴 문장을 모아 놓은 잠언(잠언집)은 이스라엘 지혜를 잘 간추려 주고 있다. 잠언은 잘 짜여진 구절로 체험을 통해 얻어진 진리를 표현하고 날카로운 관찰을 쉽고 또렷하게 나타낸다. 즉, 잠언은 백성들이 삶을 통해 얻은 체험에서 나온 가르침으로 그 목적은 복잡한 상황을 풀어 밝혀주고 이정표처럼 인생의 방향을 가리켜 보이는 데 있다(1,1-7)

잠언은 어떤 한 처지만을 국한하지 않는다. 또 어떤 한 시대에 속하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잠언은 백성들의 체험에서 생겨난 것으로 솔로몬 시대부터(BC 950년) 바빌론 귀양살이(BC 597-538) 이후 BC 400년까지 5백여 년 동안 가르치는 일을 전문으로 한 현자들에 의해 수집되고 다듬어지고 편집되었다. 잠언을 솔로몬 왕에게 귀속시킨 것은 현자로서의 그 명성 때문이다(1열왕기 3-5). 그러나 잠언에 나타나는 여러 부제목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잠언이 여러 시대의 손을 거쳐 거듭 수집되었음을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인에겐 잠언은 ‘하느님의 말씀’

유다인이나 그리스도교인이나 잠언은 생명을 전하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인다. 하느님은 당신 말씀을 모든 시대의 다양한 상황과 사건을 통해 전달하고 백성(이스라엘 민족)은 자기네 체험과 관찰, 성찰, 직관으로 그 말씀을 파악하고 그런 다음 간단하고 단순한 문장으로 그 말씀을 표현했다. 이 단순한 문장은 일반적으로 존재와 인생의 다양한 문제에 관한 간단한 논의보다 훨씬 더 깊이가 있다. 이 책은 민간 문화뿐 아니라, 특히 백성이 하느님께로부터 나오는 지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종교적 깨달음을 높이 평가하라고 초대한다. 하느님의 지혜는 지식이 많은 똑똑한 사람들보다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보잘 것 없는 사람들에게 쉽게 깨닫고 터득하도록 베풀어주는 선물이다(마태 11,25).

요즘 세상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잠언과 같은 지혜의 보고(寶庫)에 무관심한 것은 무한 경쟁시대에서 오직 ‘지식’만이 살아남는 길이요, 행복의 길로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언(잠언집)이 만들어진 주목적은 젊은이나 경험 미숙자나 나이 든 이나 할 것 없이 지혜를 깨우쳐 행복에 이르도록 하기 위함이다. 잡언 1-6장에 이 목적이 잘 설명돼 있다.

‘다윗의 아들 이스라엘의 왕 솔로몬의 금언집-. 이것은 사람을 교육하여 지혜를 깨우치게 하고 슬기로운 가르침을 깨닫게 하려는 것이요, 교육으로 사람을 깨우쳐 무엇이 옳고 바르며 떳떳한지 헤아리게 하는 것이다. 어리석은 자를 슬기롭게 하고 철부지를 깨우쳐 뜻을 세우게 하려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 가르침을 들어 학식이 더해지고 슬기로운 사람은 남을 이끌 힘을 얻어 잠언의 깊은 뜻을 풀이해 주고 현자들의 말이 품은 뜻을 깨우쳐 준다.‘
고대 근동에서 지혜는 이론적인 지식이 아닌 실천적인 지식이었다. 예컨대 귀한 보석을 깎아 다듬는 일을 잘 하는 보석공을 지혜로운 이로, 영토를 평화롭고 융성하게 하는 왕을 지혜로운 이로, 일상에서 집안을 잘 건사하고 건강히 장수를 누리는 사람을 지혜로운 이로 여겼다.

지혜문학서 키 워드는 ‘하느님을 두려워하며 섬기는 것’

지혜문학서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지혜의 키 워드(Key Word)가 있다.
‘하느님을 두려워(경외)하여 섬기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다. 어리석은 자는 교육을 받아 지혜로워지는 것을 멸시한다. 아들아, 아비의 훈계를 귀담아 듣고 어미의 가르침을 물리치지 말아라. 그것은 네 머리에 쓰고 다닐 아름다운 관이요, 네 목에 걸고 다닐 목걸이다(잠언1, 7-8).’
‘하느님을 두려워하여 섬기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요, 거룩하신 이를 깊이 아는 것이 슬기다(잠언 9, 10).’
‘주님(하느님)을 두려워하는 것이 곧 지혜요, 악을 미워하는 것이 곧 슬기다(욥기28, 28).’
‘하느님을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원이요, 그대로 사는 사람이 슬기를 깨친 사람이다. 주님 찬송 영원히 올려라(시편11, 10).’
‘주님을 두려워함이 지혜의 성숙이며 지혜는 그 열매로 사람들을 흡족케 한다. 지혜는 그들의 집안을 재물로 그득 차게 하고 그들의 곳간을 곡물로 채워 준다. 주님을 두려워함이 지혜의 완성이며 지혜는 삶의 번영과 건강의 꽃을 피운다. 지혜는 지식과 총명을 비처럼 내려 주고 지혜를 간직하는 사람들의 영광을 드높인다. 지혜는 주님을 두려워함에 그 뿌리를 박고 가지들이 싱싱하게 돋아나 영원히 산다(집회서1,16-20).’ (계속)

이용웅 전 연합통신 충청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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