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문학서(智慧文學書) 이야기(2)

 BC 926년 북 이스라엘 왕국과 남 유다 왕국으로 갈라진 이스라엘은 BC 721년 아시리아에 의해 북 이스라엘 왕국이 멸망한 데 이어 BC 586년 8월 바빌론에 의해 북 유다 왕국도 수도 예루살렘이 함락되면서 왕을 비롯한 사제와 군사지도자 등 고위 지도층이 강제 이송됐다. BC 582년에는 수많은 백성이 바빌론으로 끌려갔다(바빌론 유수). 나라를 잃고 먼 이국땅에서 노예생활을 한 이들의 고통과 슬픔, 애타게 고향을 그리는 눈물의 시가 ‘시편 137장’에 담겨 있다.

‘바빌론 강 기슭 거기에 앉아 시온(예루살렘)을 생각하며 우노라. 거기 버드나무에 우리 비파를 걸어놓았노라.//
우리를 포로로 잡아온 자들이 노래를 부르라, 우리의 압제자들이 흥을 돋우라하는 구나. ‘자, 시온의 노래를 한가락 우리에게 불러보아라.//
우리 어찌 주님(하느님)의 노래를 남의 나라 땅에서 부를 수 있으랴? 예루살렘아, 내가 만일 너를 잊는다면 내 오른손이 말라버리리라.//
내가 만일 너를 생각 않는다면, 내가 만일 예루살렘을 내 가장 큰 기쁨 위에 두지 않는다면, 내 혀가 입천장에 붙어버리리라.’//

바빌론은 오늘날 이란 지역 즉, 페르시아 문화권이다. 바빌론 강가(유프라테스강)에서 바빌론 고관들이 물놀이를 하고 술을 마시며 악사(樂士) 출신 이스라엘 포로들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명한다. 하느님의 성전(聖殿)이 있는 예루살렘을 약탈당하고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고 비파를 버드나무 가지에 걸어 놓았는데 기쁨조로 흥을 돋우라 한다. 이들은 아마 마지못해 울먹이며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했을 것이다. 이 노래가 바로 ‘바빌론 강가에서’라는 제목의 ‘시편 137장’ 내용이다.
이 시편은 ‘주님(야훼 하느님)은 나의 목자’(시편 23, 1-6)와 함께 그리스도교 전례음악에 자주 등장하는 노래다. 베르디가 작곡한 오페라 ‘나부코’ 중의 ‘희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바로 이 시편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1978년 보니엠이 불러 히트한 ‘바빌론 강가에서’ 노래는 오늘도 전 세계 젊은이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 가운데 하나다.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시 이스라엘 닮은꼴

시편 137장 ‘바빌론 강가에서’가 나라를 잃고 먼 이국땅에서 노예생활을 한 이스라엘 민족의 쓰라린 고통과 슬픔을 녹여낸 민족 시(詩)라면 우리에게도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는가(이상화)’, ‘선구자(윤혜영)’, ‘봉선화(김형준)’, ‘님의 침묵(한용운)’, ‘서시(序詩)’ ‧ ‘별 헤는 밤’(윤동주) 등등 일제 강점기 나라를 잃은 슬픔과 한을 토해낸 시가 많다. 이들 시야 말로 압제의 세월을 넘어 오늘에도 우리의 혼을 흔들어 깨우는 소중한 민족 문화유산이다.
북 이스라엘과 남 유다 왕국의 멸망(열왕기하 17, 7-23, 25, 1-30) 원인에 대해 성서학자들은 내적‧외적 두 가지 점에 주목하고 있다. 내적으로 왕을 비롯한 나라 지도자와 백성들의 종교적‧정신적 타락과 정의가 없는 사회부패 만연, 외적으로 당시 아시리아와 바빌론의 세력 확장권에 든 이스라엘과 유다 왕국의 지정학적 상황과 군사‧외교적 측면 등이다.

이스라엘 ‧ 유다 왕조 멸망은 ‘하느님 저버린 탓’

구약성경 열왕기는 두 왕조 모두 이집트 파라오 왕의 수백 년 간 폭정에서 자신들의 조상을 구해준 야훼 하느님을 저버린 것이 멸망의 원인이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렇게 된 것은 자기들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시어 이집트 왕 파라오의 손아귀에서 건져 주신 저희 하느님께 죄를 지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다른 신들을 섬기며, 야훼(하느님)께서 자기들의 면전에서 쫒아낸 민족들의 풍습과 이스라엘 왕들이 멋대로 만들어 낸 규례를 따라 살았다.
그들은 자기들의 하느님 야훼께 해서는 안 될 일을 하였다. 감시망대에서 요새화된 성읍에 이르기까지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에든지 산당(山堂)을 세웠고, 모든 높은 언덕 위와 우거진 나무 아래에 석상과 아세라(고대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섬긴 풍요의 여신) 목상을 세웠다. 그리고는 야훼께서 이스라엘의 면전에서 쫒아 내신 민족들이 하던 대로 그 모든 산당에서 제물을 살라 바쳤다. 그들은 이러한 못된 짓을 하여 야훼의 속을 썩여 드렸다. 또 야훼께서 엄하게 금하신 우상숭배를 일삼았다.
그래도 야훼께서는 당신의 모든 예언자와 선견자들을 시켜 이스라엘과 유다에 이렇게 엄하게 일러 주셨다. “너희는 그 악습을 버리고 돌아와 나의 계명과 규정을 지켜라. 내 종 예언자들을 시켜 너희 조상들에게 전한 법을 그대로 지켜라.” 그러나 그들은 그 말씀을 듣지 않았다. 그들의 조상들도 저희 하느님 야훼를 믿지 않았지만 그들도 조상 못지않게 고집이 세었다(열왕기하 17, 7-14).’

이스라엘 왕국 멸망, 구한말의 우리

 모습 이스라엘과 두 왕국의 멸망에 표징이 있었다. 첫 표징은 성서학자들의 지적대로 나라 지도자들과 백성들이 정의와 평화의 하느님을 저버리고 이런 신 저런 신 등 우상숭배에 빠졌다는 것이다. 둘째 표징은 튼튼한 국방을 외면한 채 주변 열강 등 외세에 의존해 안주하려 했다는 것이다. 우상숭배는 결국 백성들을 타락과 부패로 이끌었고 백성들의 마음을 흩어지게 했다.

‘기억 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했다. 당시 이스라엘 두 왕국의 이런 상황은 안팎으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도 모르고 친청(親淸), 친로(親露), 친인(親日), 쇄국주의 등 나라 지도층이 서로 갈라져 국력을 피폐케

이용웅 전 연합통신 충청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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