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허극(致虛極)

대전에 이웃인 청주에는 무심천이란 내가 있다. 비단 나 혼자 느끼는 바는 아니겠지만 그 이름을 들을 때마다 내(川)이름 치고는 퍽 불교적이고 도교적인 이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심』은 매사에 아무 뜻이 없다는 무관심이나 남에게 매정하기까지 한 몰인정의 무심이 아니라, 여기서는 매사에 쓸데없는 욕심을 갖지 말고 늘 마음을 비우면서 살아가는 편이 훨씬 지혜롭다는 뜻의 허심(虛心)이나 무욕(無慾)을 가리키는 뜻일 테니깐 말이다. 이 흘러가는 냇물을 보거든 인생도 덧없이 흘러간다는 사실을 알고 부질없는 탐욕을 이 냇물에 씻은 듯이 버려 보아 라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무심천을 가진 청주시민들이 부럽기도 하다.

사람이 한평생을 살아가는데 어떤 일을 크게 성취하기도 힘든 일이지만 세속의 헛된 꿈과 욕심을 버리고 아무 두려움 없이 살기는 더욱 힘든 노릇이 아닌가 한다.

불경에 심무흑애(心無黑碍)란 말이 있다. 마음에 아무 걸림이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마음에 걸림이 없는 사람은 두려워할 것도 없다는 대목도 나온다. 곧 무애시무외(无涯施無畏)의 경지가 바로 그것이다. 진실로 용기 있는 사람은 마음에 아무 거리낄 것이 없는 담담하고 허심한 사람이다. 이러한 경지가 곧 「무심」의 경지가 아니겠는가. 청주란 지명도 깨끗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고을이란 뜻이니 아주 좋은 이름이다. 그러나 나는 무심천이란 내 이름에 더욱 마음이 끌린다.

이는 마치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치허극(致虛極)의 표현과도 상통하는 경지가 아니겠는가.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놓아야 진실로 군자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이니 자고로 청주엔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인생을 사는 선각자들이 많았기에 내 이름도 결코 무심하지 않게 무심천으로 지은 것이라고 본다.

지금이야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한50년 전만 해도 가령 무심천가에는 낚시 대를 드리우고 유유자적하게 하루해를 보낸 도인들도 있었을 게고 여름이면 물장구치고 놀던 아동들도 있었을 것 같다.

이제는 현대화된 청주에서 시급히 추진해야할 시민복지사업도 많을 것으로 안다. 그러나 무심천의 냇물을 옛

조종국 원로서예가 ․ 전 대전시의회 의장

목요언론인클럽  webmaster@mokyoclu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