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8일은 고교와 직장후배였던 동료와 설을 지내고 을미년을 맞아 처음으로 점심을 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약속한 시간에 집으로 오기로 한 후배를 기다리며 휴일 정오뉴스를 시청하고 있을 때다. 함께 뉴스를 시청하고 있던 마리아가 ‘당신도 외출할 준비를 해야지’라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 외출 차림을 한 마리아가 눈에 익었던 베이지색 핸드백을 가볍게 흔들며 ‘당신, 이 핸드백 기억이 나 ?’ 라며 응접실로 나왔다. 핸드백을 보는 순간 그리던 구면의 친구라도 만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전에 늘 가지고 다니던 핸드백이 아니냐는 반문에 ‘맞아 ’라며 자기가 이 핸드백을 가지게 된 일을 기억하느냐고 또 물었다.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어 ‘그 핸드백은 우리 연애 시절,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에 내가 사준 것이 아니냐?’며 확인을 부탁이라도 하듯이 쳐다보았다. 마리아는 ‘그래 맞아요! 우리가 연애할 때 당신이 나를 데리고 양키시장에 가서 기념으로 처음 사준 바로 그 핸드백이야!’ 라며 내가 잊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놀라며 무척이나 기뻐했다.

내 손에 넘겨준 핸드백은 타조가죽으로 만든 것으로 그 당시에는 악어핸드백과 쌍벽을 이루던 백의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핸드백 끈을 잡고 입맞춤을 하고 높이 들어 흔들고 요리조리 훑어보니 핸드백은 때만 조금 끼었다고 느껴질 뿐 손때가 곱게 배어 오히려 체취가 묻어나는 듯 더 친근하게 여겨졌다. 백안에서는 또 생각하지도 않은 대전 선화동 내 현직시절 직장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뚜렷하게 박혀 있는 명함 한 장이 조금도 망가지지 않은 채 나와 귀중한 보물처럼 보였다.

핸드백을 샀던 양키시장이나 젊음을 바쳐 다니던 명함 속 직장건물은 지난 세월 동안 모두 그 자리에서 없어지고 리모델링한 전통시장이 되거나 고층아파트가 임립한 단지가 되어 한 장의 명함에 담긴 그 시절은 그대로 그리운 추억의 한 장이 되어 더 소중하게 여겨졌다.

남보다 늦게 결혼해 綠玉婚式을 맞는 올해 연애시절 선물했던 타조 핸드백이 다시 곱게 나이 드신 어른처럼 아무런 흠집 하나 없이 사랑을 가득 담고 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니 행복하고 기쁘기 그지없다.

연애시절 선물로 사주어 결혼으로 골인해 결혼생활을 사랑으로 가꾸고 지켜오게 한 사랑의 그 핸드백을 만나게 됨은 사순 제 3주일에 받은 귀한 선물로 여겨졌다. 핸드백은 26년 전 영세할 당시 서약했던 신앙생활의 현주소를 되돌아보며 자신의 고집을 버리고 삶을 새롭게 해주시기를 청하며 영새 초심으로 돌아가 그분께

박천규 전 대전MBC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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