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에 태어난 아이가 올해 만 55살이다. 그들은 해방이후 15년 6·25전쟁 10년 후에 세상구경을 한 세대다. 이제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지나 이순(耳順)을 눈앞에 둔 그리고 어쩌면 인생의 최고자리를 내어줄 시기에 접어든 것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사회와 국가의 중심위치에서 그들의 경험과 경륜으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시기일 것이다.

오는 8일은 대전의 고등학생들이 자유당 정권의 부정과 부패에 분연히 맞서 결연하게 일어섰던 대전 3·8의거 55주년이 되는 날이다. 같은 해 대구지역학생들의 2·28의거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대전의 고등학생들이 거리로 나섰고, 이어 마산의 315부정선거 규탄항거로 다시 419혁명으로 승화되는 이 나라 민주화의 초석이 된 실로 매우 뜻있고 의미 있는 역사적인 궤적인 것이다.

그 이후 비록 5·16군사 쿠데타로 이 땅의 민주화는 다소 늦은 80년대 후반에 본격화됐지만 이보다 앞선 산업화로 이어진 민주화로 1960년대 3월의 학생운동이 없었다면 과연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인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처럼 대전의 학생주도 민주화 운동은 55년이란 긴 세월이 지나갔지만 이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기념사업은 지난 2000년 새싹을 틔워 이제 겨우 15살 청소년이다. 대전 3·8의거 기념사업회는 비록 15살의 중학교 수준이지만 그동안 쉬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의거 40주년을 맞아 2000년 3월 8일 특별강연회와 학술 세미나를 시작으로 그 해 8월 기념사업회를 발족해 사단법인으로 설립허가를 받았고 2005년에는 「三·八民主義擧」자료집을 발간했다. 2006년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3·8민주의거가 처음으로 수록되었고 기념사업회 발족 6년 만에 드디어 대전시 서구 둔산동 한밭대로변에 3·8민주의거 기념탑을 건립 제막했다. 2009년 10월에는 대전광역시 「3·8민주의거」간행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2010년에는 3·8민주의거 50주년 기념 학술세미나를 개최하고 「50년 3·8민주의거」(46배판 596면양장본) 발행 했다. 2013년 3월 8일에는 대전고등학교 교정에 3·8민주의거 기념비를 세워 자라나는 후배들에게 3·8정신과 의미를 되새겨 주고 있다.

2013년 4월 29일에는 우리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3·8대전민주의거민주화운동인정 근거마련을 위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일부개정법률안(아산출신 이명수의원 발의)이 대한민국 구회 본회를 통과했고, 5월 22일 대한민국정부가 이 개정안을 공포함으로써 대전3·8의거가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으로 공식 인정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이법에 포함된 민주화 운동은 228대구 민주화운동 대전의 3·8민주의거 마산3·15의거 4·19혁명, 부마항쟁 6·10항쟁 등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대전의 3·8민주의거기념관 건립이다. 이 염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이난과 「목요언론」책자를 통해 그 당위성과 필요성,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며칠 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3·8의거기념사업회 김용재 공동의장을 비롯한 전·현직기념사업회 임원들이 권선택 대전광역시장을 방문했다. 사업회 임원들은 권 시장에게 대구와 만산등지의 기념관 건립과 운영상황 등을 설명하고 대전도 조속한 시일 내에 사업에 착수할 수 있도록 강려하게 건의하고 협조를 당부했다. 또한 현 기념탑이 건립된 둔지미 공원을 「3·8민주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해 줄 것과 대구광역시처럼 시장이 기념사업회 공동의장으로 취임해 사업을 효과적으로 또 탄력성을 받을 수 있도록 건의했다.

권 시장은 기념사업회 측의 설명을 청취하고 배석한 자치행정과장에게 대구 등의 사례를 알아보도록 지시하는 등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또 시민들의 참여와 홍보가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적극적인 대 언론과 대 시민 홍보도 언급했다.

55년 전 3·8의거에 참여했던 10대 후반의 까까머리 청소년들은 이제 70대 초중반을 넘어서고 있다. 그때 의거에 참여했던 그들도 이제는 3·8기억에서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시민들도 제대로 알고 관심 있게 참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의거 주역들이 더 늙기 전에 기억이 남아있을 때 기념관 설립이 더욱 절실한 이유다.
그것만이3·8정신을 일깨우고 후세에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최선의 길이기 때문이다.

대전은 20세기 전에만 해도 조그만 한촌이었다. 일제가 진출한 이 나라를 병탄하면서 성장한 도시다. 그러다보니 이렇다 할 상징도 정체성도 정신도 뿌리도 없는 도시다. 따라서 1960년 3월8일은 이처럼 뿌리 없는 도시에 참된 우리의 정신을 일깨워준 신호탄이라고 감히 주장한다. 부정과 불의에 항거하는 당당히 맞서는 정신야말로 충의정신이요 나라사살마음이며 충절의 고자의 진실 된 시민 자세가 아닐까? 나아가 대전정신으로 승화 발전시키는 것이 오늘의 우리 사명이 아니겠는가?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제 고장에서 일어난 엄연한 역사적 사실 조차 외면하고 그 진실을 잃어버리며 그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 모두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김영광 전 대전MBC 보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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