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졸업식도 입학식도 다 지났다. 졸업과 입학 계절을 보내며 사제 간의 살아있는 정이 담긴 글을 읽었던 감동이 되살아났다. 평생을 봉직한 교직에서 정년퇴임을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노후를 정답게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할머니는 ‘오늘 당신은 점심 모임이 있는 날이 아니냐? 며 내 걱정은 말고 다녀오라고 주저하는 할아버지를 안심시켰다.

혼자 점심을 든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오실 시간이 되자 큰 길에서 집으로 들어오는 길을 수시로 내다보았다. 이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무슨 일이 생기셨나며 하지 않아도 좋을 걱정을 하다 스스로 마음을 가라 안치며 가슴을 쓰러내렸다. 이 때 가정 전화벨이 울렸다. 할아버지의 전화인가 싶어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 그러나 전화를 한 사람은 고대하던 할아버지가 아니고 할아버지의 초등학교 제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60대 중년부인.

궁금해 하는 할머니 아니 은사님 사모님에게 중년부인은 전화를 하게 된 사연을 털어놓았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공납금을 내지 못해 졸업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담임이셨던 선생님이 공납금을 대신 내주어 졸업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후 반짝 반짝 선생님의 은혜가 생각 날 때면 한번 찾아뵈어야지, 찾아뵈어야지 별러 오다 마침내 선생님의 소재를 확인하게 되어 전화를 드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외출 중이시라 전화를 대드리지 못해서 미안해서 어쩌나 라며 안타까워 하던 할머니에게 찾아뵈어도 좋다는 날을 정했다.

점심 모임을 마치고 돌아온 할아버지에게 전화 받은 내용을 알려드렸다. 할아버지는 45년 전 가물가물한 기억을 떠올리며 밀린 공납금 187원을 내지 못해 졸업을 하지 못하게 된 담임 반 여자학생이 졸업하게 한 일이 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아니 그게 언제 일인데 그것을 아직까지 잊지 않고 있다니!’라며 할아버지 못지않게 감동스러워하는 할머니 손을 잡고는 한동안 놓을 줄을 몰랐
다.

며칠 후 선생님이 대신 내준 공납금은 은사님의 은혜를 잊지 않고 가슴 가득히 간직하며 살아온 60대에 접어든 초등 여제자의 간절한 마음을 타고 은사님에게 전해졌다. 할아버지에게는 40여년의 교직 생활을 통해 때로는

박천규 전 대전MBC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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