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설날 오후 분리수거하는 쓰레기를 치우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 1층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왼쪽 호실의 문이 열리며 축구공을 든 어린이와 그의 아버지가 함께 나왔다. 순간 나와 눈이 마주친 어린이는 나에게 다가와 쓰레기를 대신 버려주겠다며 엷은 미소.

종이 쓰레기가 잔득 든 수거 통을 맡겼다. 쓰레기 수거함으로 연결되는 문 밖에 통을 그곳에 놓아달라고 했으나 수거함에까지 가져가 버리겠다는 몸짓. 그러나 그렇게까지는 부탁할 수 없어 함 앞에 까지만 놓아달라고 했다. 부자는 쓰레기 함에서 조금 떨어진 공간에서 아들은 골키퍼, 아버지는 공격수로서 공을 주고받고 있었다. 다가가서 아버지에게 ‘아들 마음씨가 참 착하네요!’라고 했더니 ‘고맙습니다’며 목 인사.

이어 아파트 화단 옆 산책로 걷기에 나섰다. 한 바퀴를 돌아오는데 반대편에서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오던 엄마와 교행을 하게 되었다. 이 때 ‘할아버지께 인사드려야지!’소리와 함께 언니가 먼저 ‘두 손을 앞에 모으고는 고개 숙여 ’안녕하세요!‘라며 방긋이 웃었다. 언니는 동생에게 ’너도 얼른 어르신께 배꼽 인사드려야지!‘. 두 꼬마를 바라보며 고맙다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산책로 오른 쪽에 이어진 어린이 놀이터에는 세 여자 어린이가 교대로 그네를 타고 있었다. 딸들이 타는 그네를 밀어주기도 하며 노는 모습을 자랑스럽게 보던 어머니는 딸들에게 ‘할아버님께 인사드려야지!.’셋은 그네 타기를 잠시 멈추고 나란히 서서 ‘안녕하세요!’ 딸들의 인사를 지켜본 어머니는 ‘다시 그네를 타야지!’라며 나에게는 목 인사.

조금 더 걸었을 때 앞에서 자기보다 키 큰 아들의 손을 잡고 걸어오던 어머니가 ‘아들, 어르신께 인사드려야지!’ 라며 발길을 멈추고는 함께 인사를 했다. 설 날 오후 산책로에서 가벼운 걷기를 나섰다가 이렇게 보기 드문 많은 인사를 받았다. 자녀들과 잠시 걸으려 나왔던 어머니들도 자녀들의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 가벼운 미소를 잊지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부풀어 오르던 산수유 꽃눈들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꽃눈을 틔워 인사하며 꽃피우는

박천규 전 대전MBC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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