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정만영의 ‘사랑의 무게’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 속의 주인공 경식이가 선생님으로부터 ‘사랑도 무게가 있느냐’는 과제를 받으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경식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 과제에 대한 답을 구하려 나선다.

경식의 동생은 사랑의 무게를 ‘제 몸무게’라고 한다. 그 이유는 엄마가 늘 자기를 ‘우리 사랑 덩어리’라고 하며 다정하게 안아주기 때문이라는 거다. 반면 경식의 형은 ‘사랑에는 무게가 없다’고 한다. 공기는 물체라서 무게가 있지만 사랑이란 말은 추상적이라 무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장기 나이에서 나오는 논리적 사고의 표현이다.

어른인 고모는 사랑을 ‘어른 만큼의 무게’라고 한다. 결혼을 앞둔 고모가 신랑 될 사람과 함께 똑같은 무게로 사랑하며 결혼을 하기 때문이란다. 군인 아저씨는 사랑의 무게는 ‘대한민국 무게 만큼’이라고 한다. 국민들이 대한민국을 사랑하니까 군대에 가 나라를 지킨다는 게 그 이유다.

세상을 오래 살아온 동네 할아버지는 ‘사랑이란 중요하게 여기는 이에게는 아주 무겁지만 가벼이 여기는 이에게는 보잘 것 없는 무게’라고 한다. 모두 알 듯 말 듯 한 대답들이다. 경식은 마지막으로 동네 목사님께 답을 구한다. 목사님은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셔서 이 세상을 만드셨으니 사랑을 굳이 무게로 치면 이 세상의 무게보다 오히려 무겁다’는 것이다.

작가가 주인공 경식을 통해 전개한 ‘사랑의 무게’라는 작품이 동심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무얼까? 사랑이란 실체가 없는 듯한 추상적인 개념이지만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바로 산소 같은 것임을 일깨어 주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대답하는 사람마다 답은 다 제 각각이다. 하지만 틀린 답도 없다. 사랑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준다. 한솔 이효상 시인이 ‘사랑은 그냥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이라 했듯 진정한 사랑은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주면서 가슴에서 빚어내는 아름다운 삶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최근 갑질 횡포의 전형인 대한항공 땅콩 회항사건을 비롯해 인천 송도의 한 어린이 집에서 일어난 보육교사의 아동폭행 사건, 연말정산 세금폭탄, 고소득 저소득 층 간 건강보험료 징수 불균형, 공무원연금법 개정 반대, 원전 납품 비리, 국방산업 비리, 호남선고속철 관련 지역 갈등 등의 문제가 표출되면서 국민들의 마음을 부글부글 끓게 하고 있다.

어린이집 아동 폭행 보육교사는 이미 구속됐고 해당 어린이집도 폐쇄됐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열악한 보육교사 처우, 남발되는 보육 교사 자격증, 프리미엄 붙은 어린이집 매매, 원생 부풀리기 등 어린이집 운영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뒤늦게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단 한 번이라도 이동을 때리거나 학대한 교사와 어린이집을 영구 퇴출하는 제도를 법제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근본 대책이 아니라는 비판과 함께 어린이집 아동 학대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마녀사냥 식으로 모든 잘못을 보육교사에게만 돌리는 것 또한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교육현장 전문가들은 ‘가장과 부모의 역할을 무시한 현행 무상보육정책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진단한다. 정부의 무상교육정책에 따라 어린이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데다 이의 수요 충당을 위해 보육교사의 진입 장벽을 낮춘 것이 저질 교사 양산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연말정산 세금폭탄, 고소득 저소득층 간 건강보험료 징수 불균형, 원전 납품 비리, 국방산업 비리 등도 따지고 보면 정책 입안에서부터 시행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허술한 데다 투명성마저 결여된 때문이 아니가 싶다. 부연하면 부처 이기주의와 부처 간 소통 부재, 부처 간 통합 기능 부재 등이 없었다면, 더욱이 이를 바로잡아야할 정부 감독기관과 사정기관, 국정감사 기관인 국회 등이 제 기능을 했다면 이렇듯 국민의 원성을 사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과 공직사회 지도층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제발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공무원들의 연금법 개정 반발, 호남선고속철 관련 지역 갈등 문제 역시 정부 정책의 허점과 공직 이기주의와 지역 이기주의를 드러낸 표본이라 할 수 있다.

공무원 연금법은 역대 정권이 공무원의 표를 의식한 선심성 공약이 결과한 산물이다. 요즘 공직사회를 빗대 ‘공직=철밥통’이라고들 한다. 선출직인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장, 광역․기초단체 의원 등의 경우 2-3선(選)만 해도 크게 성공했다는 소릴 듣는다. 허나 국가고시나 채용고시 등을 통해 공직에 임용된 공무원은 하자가 없는 한 승진과 정년이 보장돼 있다. 혹자는 공무원이야 말로 국민의 땀과 피를 먹고 사는 하늘이 내린 최고의 선민(選民)이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그만큼 부러움의 대상이라는 말이다. 나라 살림과 국민의 어려움보다는 자신들의 이득과 기득권을 챙기려는 공무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정부는 정부대로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국민을 배려하고 나라의 미래도 생각해야 할 때다. 기회를 놓치면 자라나는 세대에 너무 큰 짐을 안겨줄 수 있다.

최근 국토부는 호남선고속철 운행과 관련, 서대전역 경유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서대전∼계룡∼논산∼익산을 잇는 별도의 운행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충남‧대전‧호남 간, 충남‧대전‧충북 간 지역 갈등을 잠재우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된 것도 아니다. 충북이나 호남권은 얻을 걸 다 얻었지만 대전이나 계룡․논산 등지에서 광주나 여수로 가려면 익산에서 다시 KTX 갈아타야하는 큰 불편과 번거로움이 따른다. 대전․충남권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지역 안배가 결여된 국토부의 호남고속철 정책 입안, 미공개, 투명성 결여, 밀실행정 등이 결국 지역 간 갈등을 유발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전․충남권과 충북․호남권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조금씩 물러섰다면 좋은 대안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아무튼 호남고속철 문제는 매끄럽지 못한 국토부의 국책사업 추진이 지역 갈등을 촉발 시켰고, 결과적으로 대전․충남, 충북․호남 등지에 지역 이기주의 망령을 부활시켰다. 이 같은 지역 이기주의 표출은 이웃 지역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보잘 것 없는 무게’, ‘깃털의 무게’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 국민의 한계성을 드러낸 것 같아 안타깝다.

기실, 세상사는 이해가 얽힌 ‘갑’과 ‘을’의 역학 관계 속에 돌아간다. 이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 역학 관계의 불편과 불평등의 골을 메우고 뛰어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상호 배려다. 국가사회 공동체의 일원인 나와 너, 우리의 ‘배려의 무게’는 과연 얼마나 될까? 그 무게에 따라 제2, 제3의 땅콩 회항사건과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아동 폭행 사건과 같은 불미스런 일이 계속 꼬리를 물 수도 있고, 아니면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올 수도 있다.

목요언론인클럽  webmaster@mokyoclu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