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후보 청문회과정에서 야당의 호재로 부각됐던 이완구 총리의 언론관을 두고 설왕설래 됐던 결과는 과연 누구에게 득(得)이 되고, 누구에게 실(失)이 됐을까. 최종결과는 여야(與野)당 모두 이겼고, 이완구후보도 목표대로 총리자리에 올랐다.

유일하게 망신하고 지탄 받은 건 비겁한 언론뿐이다. 문창극 총리후보 때에 이어, 이완구 총리후보 때도 언론 스스로가 제 얼굴에 침을 뱉는 추태를 들어냈다. 그나마 문창극 후보 때는 언론오보(誤報)가 그래도 먹혀들어 청문회과정에서 낙마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이라도 했지만, 이완구 후보 때는 물어뜯기에 이골 난 야당의 험구(險口)에 호재(好材)는 됐을지언정 아무런 작용도 못한 채 바가지 욕설을 뒤집어쓴 채 언론만 나자빠진 꼴이 됐다.

특정기자의 천민적 영웅심리가 취재윤리마저 짓밟는 잘못 때문에 언론의 위상모독은 물론, 언론인들 전체의 얼굴에 가래침을 뱉은 꼴이 됐다. 그래도 “정치보다는 부패하지 않았다”는 언론의 자부심도 총리후보의 김치찌개 저녁 한 그릇에 무너지고 말았다. 옛 부터 올바른 언론의 기준은 파사현정(破邪顯正)이나 정론직필(正論直筆)로 설정됐다. 또 공(公)과 사(私)를 가르는 언론윤리법이란 객관적 기준도 존재한다. 웬만치 훈련된 기자라면 알고 있다.

청문회에서 마치 기선이라도 제압한 양 야당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던 이완구 총리후보자의 언사(言事)도 ‘약속 없이 만난 기자들’과 그대로 헤어지기가 미안해 저녁 한 끼 먹는 사석이었다. 더구나 여당의 원내대표시절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관계이던 기자들에게 인간적으로 통했던 이완구적 충청도 인심정서가 함께한 자리였다.

물론 기자들이 요구에 의한 공식적인 인터뷰자리도 아니었다. 때문에 농담 삼아 서로가 주고받다보면 자연스럽게 오갈만한 사석의 대화였다. 더구나 사전에 보도를 하지 않겠다는 ‘비(非)보도’약속까지 전제된 대화들이다. 총리후보를 흔들어 유명세를 받아보려고 계산했던 야비한 기자의 천민적 영웅 심리가 스마트폰으로 비밀리에 녹음했던 내용들을 이리저리 돌린 것이다.

취재윤리에 어긋남을 판단한 소속언론사에서 기사취급이 거부되자 모 방송사를 통해 청문회 직전 야당에까지 전달 된 것이 발단이다. 조직내부사정을 고자질한 보답으로 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제2의 수서경찰서 전 수사과장 사건과 주파수 하나 다르지 않게 재현된 것이다. 부당한 내부고발로 계선조직의 기강을 무너뜨린 것이나 다름없는 언론사 취재윤리 훼손행위다.

위선의 정보를 최선의 정보인양 조장하는 정치권의 청문회 방식도 졸렬하기는 마찬가지다. 우선 청문위원들의 신상부터 선명해야 한다. 실정법을 위반한 전과자 국회의원들이 청문위원으로 지명되는 경우는 흔하다. 자칫 “가랑잎이 솔잎보고 바스락 댄다”는 꼴의 청문회는 그동안 숱하게 지적됐다.

후보자에 대한 심문과정도 선량들의 양식이기에는 치졸하기 일쑤다. 후보자에 대한 해당분야 정책의견이나 사고(思考)에 대한 토론 같은 건 거의 없이 호통 치기, 망신주기가 주종이다. 특히 야당의 청문회 목적은 국정의 적격자 검증보다는 정권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가 많다. 여당도 문제는 있다. 드러난 시비를 가리기 이전에 무조건 내편 후보자를 감싸려 드는 무능한 대처는 여당 스스로 위상 갉아먹기다.

언론의 역할이 더욱 중차대한 이유다. 예부터 언론은 무관제왕(無冠帝王)이라고까지 일렀다. 그만큼 정의와 양심을 구현하는 구심적 역할을 담당했었다. 그러나 이젠 언론위상도 변질되고 있다. 사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해악적 언론이 등장하고 있다. 정보원 접근 권을 빌미로 비윤리적으로 수집한 녹음파일을 제3자에게 넘기는 것은 언론의 취재윤리 위반은 물론, 신의를 스스로 짓밟은 것이다.

혹시 언론정보를 빼돌리는 대가로 차기총선에 공천이라도 받으려는 음흉하고도 불순한 계략은 없었는지 의심스럽다.

유인석 전 경향신문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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