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명월(淸風明月)

 「십년을 경영하여 초가 한간 지어내니, 반칸은 청풍이요 반칸은 명월이라, 청산은 들릴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송순 선생의 유명한 시조다. 비록 가난하지만 자연을 벗하면서 유유자적하는 선비의 생활상을 그린 내용이면서도 추호도 그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여유와 자부를 과시하는 듯 한 태도다. 그러니 안빈낙도(安貧樂道)도 이 정도면 가히 도통이나 달관의 경지가 아닌가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대원군이 충청도를 가리켜 청풍명월(淸風明月)이라고 한마디로 표현한 바가 있다. 그런가하면 이중한의 택리지에도 충청도의 산천을 산불고수려 수불심청징(山不高秀麗 水不深淸澄)이라고 표현한 구절이 있다.

위에든 시조나 표현을 다 연관 지어 생각하면 대체로 충청도는 다음과 같은 특색을 찾을 수가 있을 것이다.

1. 충청도는 자연이 아름답다. 2. 충청도 사람들은 대체로 가난하다. 3.충청도 사람들은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청렴하게 살려는 선비의식이 있다. 아울러 < 충청도양반 >이란 말도 있지만 이 표현도 유독 충청도에는 양반이 많다는 뜻이라기보다는 충청도민의 의식구조가 대체로 < 돈 >이나 <물질>쪽에 가치관을 두기 보다는 <체통>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그러한 기질을 보고 양반고을이라고 불러온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지금은 조선 때처럼 사농공상(土農工商)의 계층을 따지는 사회구조도 아니고 양반이란 계급을 공인하는 현실도 아니다.

오히려 배금주의 물신주의(物神主義) 산업사회가 되고 보니 돈과 권력과 지위를 중시, 선호하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판국에 충청도라고 해서 아직도 선비니 양반이니 하면서 돈을 외면하고 청빈(淸貧)만을 고집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다만 돈을 벌되 그 수단이나 방법이 비굴하거나 비인간적인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건강한 양심을 재고한다면, 이제는 충청도 사람도 잘살아야할 때가 아닌가 한다. 맹자(孟子)도 항산(恒産)이래야 항심(恒心)이라고 했다.

이는 중국 제선왕(齊宣王)에게 한 말이다. 일정한 재산이 없어도 건전한 정신을 소유하는 것은 선비는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백성은 일정한 재산이 없게 되면 따라서 건전한 정신도 없게 되고, 건전한 정신이 없게 되면 방탕하고 헛된 행위를 하게 된다고 한다.

맑고 깨끗한 것이 청렴결백한 지조와 상통할는지 모르지만 깨끗하게 벌어서 서로주고 받는 도타운 정을 지닌다면 이 또한 새로운 충청도의 인심이 아니겠는가.

  남계 조종국 (원로서예가. 대전광역시의정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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