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의식과 환경이 달라지면 행정도, 정치도, 또 제도도 따라서 달라져야 한다. 지방자치제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제도의 근본취지는 살리되, 발전적 개혁으로 자치제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지방자치제도가 재출발한지 내년(2015)으로 25년이 되지만, 단체장까지 주민직선제로 시행 된지는 20년에 이른다. 풀뿌리민주주의란 긍정적인 순기능도 있었지만, 일부에선 부정비리, 전시행정, 예산낭비 등의 비효율적 역기능도 적잖이 노출됐다. 지금까지 전국의 기초단체장 6명중 1명꼴로 각종 비리에 연루돼 임기 도중에 쫓겨났다.

대전, 충청지방에서만도 부정비리로 단체장이 사직당국에 적발돼 단죄된 사례는 적지 않다. 정당공천제가 빚은 후유증이다. 공천을 따내기 위해 지구당과 중앙당에 음성적으로 바친 후원헌금, 기여금을 비롯해, 선거운동기간에 편법으로 사용된 비용에 대해 본전 뽑기 욕심으로 인사권, 허가권을 갖게 되는 단체장 당선자들의 부정비리가 끊기지 않았다. 관내에서 발주하는 각종공사 인허가권 뒷거래에서부터 매관매직 인사 청탁부정까지 교묘한 비리유형도 가지가지 이었다. 또 광역이나, 기초단체 의원들의 정당별 패거리분쟁 말썽 추태도 정당공천제가 빚은 후유증이다.

오죽하면 지역에서 “기초의회는 없애야한다”는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을까. 장단점 보완, 장려하면서 단계적으로 시행했어야 할 지방자치제도를 치적만 의식한 통치자의 성급한 결심 때문에 여건이 다른 도시 농촌 구분 없이 전국 동시에 실시한 후유증이기도 하다. 대전광역시 일부 구(區)기초 단체, 또 충남 일부시군 기초단체는 선거가 끝나고도 몇 개월간씩 정당 간 감투다툼 패거리싸움으로 원구성조차도 지연시키는 바람에 주민들의 민원처리마저 지연시키는 등 비효율적 추태 추문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동안 교육감 직선제도도 많은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지역교육의 수장인 교육감 선거는 정치색이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우선 유권자들부터 무관심했다. 때문에 전교조가 자리 잡은 현재의 교육풍토에서 교육감선거는 보수와 진보세력 간의 패거리 싸움으로 변질됐다.
선거후 인사권을 미끼로 당사자들끼리 결탁 흥정해서 후보를 단일화 하거나, 또 금품으로 매수하는 등의 부정폐단을 반복해왔다. 특히 교육감선거 과정에서 들어난 대표적 부정비리의 표본지역은 충남도였다. 연속 3명의 교육감들이 사직당국에 의해 단죄됐다. 최근엔 뒷돈 받고 시험문제를 빼돌려 장학사를 합격시켰고, 또 연임선거자금마련을 위해 매관매직한 돈을 축적해오다 들통 났다.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성, 전문성을 고려해 교육감선거제도는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 개혁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위원장 심대평)가 최근 ‘지방자치발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그간에 노출된 폐해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개선안 20개 항목을 담고 있다. ‘본격적지방자치제’ 시행이후 개혁안이 나오기는 처음이다. 물론 정부와 국회의 논의과정을 거쳐 제도화돼야 하기 때문에 시일이 걸릴 수는 있지만, 과감한 지방자치 개혁이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계획이다. 정부와 국회는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내놓은 모처럼 만의 개선계획을 바탕으로 지방자치제도에 새판을 짠다는 각오로 과감한 제도개혁에 나서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특별시를 비롯한 6개광역시의 구(區)군(郡)의회는 폐지한다. 또 서울특별시를 제외한 기타 광역시는 구청장, 군수를 직선으로 뽑지 말고 광역시장이 임명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그중에서도 구와 군의 기초의회 폐지추진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 주민여론들도 이미 효율성 없는 광역시내 기초의원 제 폐지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기초단체장이나 의원에 대한 공천제폐지도 당연하다. 지방자치에 대해 중앙정치권 개입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다. 지난번 대통령선거 때 정당마다 이미 공약한 사항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민단체 일부에서는 “기초의회 폐지는 지방자치 역주행”이라며 “개혁안 중에는 지방자치를 후퇴시킬 수 있는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기초의회가 폐지되면 광역단체장에게 과도한 권한이 편중될 수 있고,

유인석 전 경향신문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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