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책 정리를 하다가 눈에 띄는 한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 은행의 팀장이 거래에 감사의 뜻을 담아 건강을 빌며 올해 연초에 보내온 자그만 책자다. 책장을 넘겨 보다 처음 읽으며 감명을 받았던 ‘친구란...?’이란 글을 다시 보게 되었다.

‘만종’으로 유명한 화가 밀레에게는 특별한 친구가 있었다. ‘에밀’을 집필한 자연철학자 루소였습니다.

젊은 시절 끼니를 걱정할 만큼 가난했던 밀레는 싸구려 누드 그림을 그려서 연명하는 딱한 처지였습니다. 그런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던 밀레는 어느 날 굳은 결심을 하게 됩니다. 굶어 죽을지언정 더 이상 누드그림을 그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농촌풍경만 그리기로 한 것입니다. 허지만 현실은 냉정했고 배고픔은 가혹하기만 했습니다.

루소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밀레를 지켜볼 뿐, 도와주고 싶어도 선뜻 말을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누구보다도 자존심이 강한 친구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루는 루소가 밝은 표정으로 밀레의 작업실을 찾아왔습니다. “여보게 드디어 자네 그림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네. 그림 값으로 무려 300프랑이나 받았다 네”

루소는 밀레에게 300프랑을 쥐어주고는 그림 한 장을 들고 나왔습니다. 덕분에 밀레는 생활고를 잊고 창작에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유명화가가 된 밀레가 친구 루소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곳에서 밀레는 깜짝 놀랐습니다.

바로 몇 년 전 300프랑을 받고 팔았던 자신의 그림이 루소의 방에 걸려 있었던 것입니다. 그제야 밀레는 루소의 깊은 마음을 알아채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두 사람의 우정을 확인시켜준 그 그림은 <접목하는 농부>라는 작품이었습니다.
인디언들에게

올 해 연초에 처음 읽으며 받았던 그 감동이 이번에도 또 그대로 느껴집니다.

박천규 전 대전MBC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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