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8년부터 2007년까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10년 동안 북한에 보내준 1조 원 이상의 엄청난 현물차관에 대한 상환개시기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지금까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개인이나 단체 간, 또는 국가 간 남의 것 가져간 뒤 돌려주지 않으면 사기꾼이나 도둑이다. 채무상환 거부하는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연리1%, 10년 거치, 20년 상환조건으로 채권채무 협정을 맺고 빌려간 차관물자를 협정조건대로 갚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차관협정당시 남북 당국 권력자들 간에 “안 갚아도 된다.”는 모종의 또 다른 약속이 있었는지, 아니면 “남한에 대한 채무약정쯤 무시해도 된다.”는 배짱인지, 이유에 대해선 알 수가 없다.

보도에 따르면 차관(借款)형식을 통해 2000년 10월 이후부터 북한에 퍼다 준 물자는 식량 7억2천만 달러, 경공업원자재 8천800만 달러, 남북철도 및 도로연결공사비 1억4000만 달러 등 모두 9억4천8백만 달러(우리 돈으로 약 1조540억 원)에 달한다. 차관(借款)이란 형식을 거쳐 국민혈세가 북한으로 넘어간 것이다. 지난 2012년부터(1차분) 상환기일이 지나고 있지만 북한 측은 지금까지 일언반구도 없이 채무이행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측은 남한에서 넘어간 식량을 군사용으로 전용하거나, 시장에 팔아 차익을 챙기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당시 용공정부 관계자들은 “상업차관으로 보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며 묵인했다는 것이다. 식량난으로 허덕이는 북한에 햇빛정책이란 미명으로 군량미를 퍼주어 김대중 노무현정부가 북한의 호전적 선군정치를 보강해준 셈이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의 정상회담 4개월 후인 2000년 10월에 맺어진 대북 차관계약에 따른 것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시 “북한에 국제사회의 차관 제도를 가르쳐주고, 또 자본주의를 학습시키는 효과”를 대북차관구실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당시 “혹시 북한 측이 떼어먹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의문”도 제기됐지만, 김대중 정부는 “반드시 상환 할 것이고, 또 그렇게 만들 것”이라며 북한 차관계약을 관철시켰다는 것이다. 또 일부 측의 반대도 있었지만 “절대로 무상지원이 아님”을 강조해 반대의견까지 희석시켰다는 것이다.

“북한은 반드시 갚을 것”을 호언장담하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 세상에 없다. 결국 박근혜 정부가 채권추심의 악역을 떠안았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 측에 몇 차례나 차관채무상환통지문을 보냈지만 일체 반응조차 없다는 것이다. 1조원이상의 국민혈세가 흔적도 없이 날아갈 위기다. 툭하면 청문회 국정조사를 떠들어대던 야당도 왠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오늘의 야당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여당 권력을 행사했던 세력들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업적 깎아내리고 발목잡기에는 핏대를 세우면서도, 자기네들 여당시절에 북한에 퍼다 주고 못 받는 1조원이 넘는 국민혈세 차관손실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

자기들 잘못은 감추고 호도하면서, 남의 잘못만 떠들어대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비겁한 무명(無明)의 죄업이다. 여야(與野)간 정치의 근본목적은 ‘국리민복(國利民福)’이어야 한다. 1조원이 넘는 국민혈세를 용공정부가 잘못 퍼주어 사기(詐欺)당했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당연히 ‘국리민복’차원에서 공론화시켜, 해명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게 정치책임이다. 국민혈세를 북한의 선군통치, 전쟁도발자금으로 지원해줄 수는 없다. 당시 여당이었던 오늘의 야당은 정치적 책임이 크다. 지난 8월 김대중 대통령 제사 때 북한에 불려가 화환을 배달할 정도로 이념적 신뢰를 쌓았다면,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아버지가 빌려간 차관이지만 후계통치

유인석 전 경향신문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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