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들어 눈다운 첫 눈이 지난밤에 내려 3일 아침 하얗게 쌓였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침기도를 마친 다음 베란다 창밖을 내다보았다. 밤새 눈이 내려 보이는 곳마다 눈이 하얗게 쌓였다. 소리도 없이 내려 쌓인 눈은 기다리기라도 하던 사람이 오기나 한 것처럼 반가웠다.

컴퓨터 검색으로 하루의 창을 열어보았다. 서울에 사는 친구가 정호승의 시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중에서를 보내왔다.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도 기뻐하는 것일까.
왜 첫눈이 오는 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일까.
아마 그건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이 오기를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첫눈과 같은 세상이 두 사람 사이에 늘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도 첫눈이 오면
누구를 만나고 싶어 서성거린다.
첫눈이 오는 날 만나고 싶은 사람.
단 한 사람만 있었으면 좋겠다.

12월에만 들어서면 빠지지 않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신부. 그는 1989년 세례를 주신 신부님으로 본명은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그의 영축일이 12월 3일이기에 12월에 접어들면 생각이 나는 것이다. 첫눈이 내린 축일 이른 아침 전화를 드려 원로사제이신 영세신부님의 영명축일을 축하하며 주님 품 안에서 영육 간에 건강하시길 빈다며 만나 뵙고 축일에 점심이라도 모시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신부님의 첫말은 두 사람의 건강은 좀 어떠냐며 뜻은 고마우나 오늘 같이 눈이 쌓이고 추운 날은 두 분이 나들이하기에 위험이 따른다며 ‘새해 새봄이 와 날씨가 좀 풀리면 한번 만나자’며 축일축하 전화와 뜻에 또 다시 고맙다며 두 분의 쾌유를 비는 기도는 열심히 드리겠다고 선물까지.

고교 시절 대전의 한 사제관에서 살던 친구가 생각났다. 친구를 사제관으로 찾게 되며 자연스레 성당도 찾게 되고 주임신부님도 만나 뵈며 남다른 것을 가까이 느끼게 해주는 기회를 주었던 친구다. 첫눈이 내리는 날이면 상록수 숲이 우거진 동산을 자주 찾기를 좋아했다는 친구. 몇 년 전에 선종한 그는 생전에 부인과 함께 찾아 앉아서 바로 그 상록수 숲 동산을 마주 보며 즐기던 바로 그 자리에 누어있다.

친구의 부인 생각이 나 첫눈 오는 날 전화했더니 ‘요즘은 그가 자주 꿈에 나타난다’ 며 말끝을 흐렸다.

친구야

박천규 전 대전MBC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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