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대부분 등산패션 일관
한국인 찾으려면 등산복 입은 사람 찾으면 돼
교회•성당•사원 등지에선 재킷을 입는 게 예의
1주일 이상 함께 여행해도 대부분이 인사 없어
신분과시로 없앴다지만 간단한 자기소개는 필요

올해 한국인들의 해외여행비가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설 거라는 보도다. 지난 9월말 통계를 보면 한국의 해외관광객 지출액이 217억 달러(22조7000억 원)인데 비해 일본은 우리보다 겨우 1억 달러 많은 218억 달러(22조8000억 원)이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서 볼 때 한국이 일본을 뛰어 넘었을 게 확실하다. 더욱이 일본 인구가 1억 3천 만 명으로 5000만 명인 한국의 2.6배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일본보다 해외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우리의 4배를 웃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총 여행비가 일본은 382억 달러, 우리는 124억 달러로 격차가 컸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국민들의 해외여행욕구가 높아진데다 원화 강세에 힘입어 더욱 급증추세에 있다. 반면 일본의 여행객감소는 지속적인 엔화 약세가 가장 큰 원인이다. 한국의 해외 여행객들은 막 은퇴한 50대 후반과 60대초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젊은이의 비중이 높아져 연령의 다양화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들의 해외여행은 크게 늘고 있으나 매너는 그에 상응하지 못하고 있다. ‘어글리 코리안’의 오명을 떨치고 있는 것이다. 관광지에서의 무질서와 고성, 식당에서의 시끄러운 행위 등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정도다. 거기에 더해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의 지나친 쇼핑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에게 반말 짓거리를 예사로 하고 지나친 음주로 말썽을 빚는 경우도 많다. 그동안 여러 번 지적됐기 때문에 여기서는 그 실태를 생략한다.

다만 최근 드러난 그릇된 해외여행 매너 두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천편일률적인 등산복차림이라는 점이다. 여행하는데 정장차림만으로 나설 수는 없고, 간편한 차림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공무나 특별한 자리라면 모르되 순수한 관광이라면 편한 차림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한국 사람이 해외여행 갈 때 장소나 때에 관계없이 무조건 등산복차림이라는 데 있다. 한국인을 찾으려면 등산복 입은 사람을 찾으면 된다고 할 정도다.

등산패션은 해외여행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대세다. 산과 바다, 유원지는 물론 백화점, 대형마트, 극장과 고궁, 미술관과 심지어 음악회까지 등산복차림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식당은 보통이고 심지어 상가와 결혼식장까지 점령할 태세다. 전천후 일상복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이러다 보니 아웃도어업계는 웃음꽃이 피었다. 올해 매출액이 7조원을 넘을 것이 예상돼 미국에 이어 매출 2위를 기록할 전망이란다. 2003년 이후 연평균 25%씩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왜 한국인들은 해외에서까지 등산복을 자주 입는 걸까? 우선 입기 편하고, 주름이 가지 않아 오래 입을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요즘은 기능성 있는 복지가 많아 더욱 편리해졌고, 또 색상도 더욱 다양해져 당당한 패션의 위용을 뽐낸다. 등산패션의 획일화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아무리 편하고 실용적이라 해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한다, 야외에서는 그렇다 치고 성당이나 사원, 박물관, 연주회나 미술관 등에서는 재킷이라도 입는 게 좋을 것이다.

둘째, 여행자끼리 인사 없이 여행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몇 해 전만해도 국내공항에서 출발하기 직전 상호 인사시키는 게 관례였다. 그런데 최근엔 여행지에 도착해 현지 가이드가 나와도 상호인사를 시키지 않는다, 이는 크게 잘못된 행태다. 패키지여행은 보통 20-30명에서 많으면 40여명 정도 되는데 여러 여행객이 섞이는 경우가 많으므로 상호 인사가 필수적이다. 모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며칠 간 서로가 서먹서먹해 여간 불편하지가 않다.

필자는 지난봄에 미주지역, 늦가을에 터키를 9일 일정으로 동창부부와 함께 다녀왔다. 모두 패키지여행으로 미주지역은 16명, 터키는 24명이 참가했고, 6명 이상 되는 팀은 없었다. 여러 지역에서 여러 팀이 참가해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서로 자기소개나 인사를 필요로 했지만 인사를 시키지 않아 가이드에 “자기소개를 시키지 않느냐”고 묻자 펄쩍 뛰는 것이었다. “요즘은 그런 것 안 시킨다”고 말했다. 자칫 잘못하다간 분위기를 깨기 쉽다는 것이었다.

“왕년에 내가 어느 요직에 근무했다느니”하며 자기과시를 하는 사람이 적잖아 여행분위기를 망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행객은 정년퇴임이나 은퇴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해외에 나가서까지 자기과시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음을 생각할 때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간단하게 어디에서 온 누구라거나, 구체적인 직업•직위 대신 공무원이라든가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정도는 소개할 수 있지 않나 생각됐다.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내세우는 것도 문제지만 아예 인사소개를 안 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여행을 시작한지 며칠 지나면 서로가 눈인사 정도는 하겠지만 그때까지가 여간 서먹서먹하지 않다. 어디에서 살고,

권오덕 전 대전일보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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