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폄하 발언, 야당은 사과하라

“세월가면 제×들은 나이 안 먹나? 선거 때 이런 ×들은 절대로 표를 찍어주지 말아야 해…” 쉼터 소파에 걸터앉아 신문을 보던 어느 노인이 갑자기 역정을 내며 보던 신문을 팽개친다. “오늘의 문명과 풍요가 있기까지 이 나라를 누가 만들었는데 제×들이 늙은이들을 무시해!” 노인의 목청은 분노되어 더욱 높아진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 교육문화위원회 설훈 위원장이 최근 관광공사 국정감사장에서 감사로 임명된 78살의 윤 모 씨에게 “나이가 많으면 활동과 판단력이 떨어져 공무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정년제를 둔 것”이라며 면박을 준 기사를 읽고 난 감정 때문이다. 소위 국회 교육문화위원회 위원장이란 사람이 국정감사 자리에서 수감기관 임원의 나이를 꼬집어 지적하면서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 것이다.

“나이가 많아 공무에 부적합하다”는 새정치민주연합당 설훈 의원의 말은 국정감사와는 무관한, 노인을 폄하하기 위한 불손한 발언이다. 최근보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 정도가 농업, 어업, 축산업, 또는 사무직, 서비스업, 기술직 등의 다양한 분야에 취업해 일을 하고 있다. 대중가요 ‘내 나이가 어때서’가 유행하는 배경이다. 72살 취임해 77살에 임기를 끝낸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나이가 많으니 대통령 직을 맡으면 안 된다”고 설훈 의원이 말할 수 있었을까. 야당의원들의 노인폄하발언은 설훈 의원뿐이 아니다.

언젠가 정동영 의원은 17대 대통령선거 때 “60~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집에서 쉬라”는 비아냥거림으로 노인들의 인권을 싸잡아 폄하했다. 또 “꼰대들은 늙은 투표에 인생 맡기지 말라”고 하면서 오만방자함을 떨기도 했다. “제×은 애비도 없느냐”는 고령자들의 반발은 여당의 승리를 위해서 구원투수역할까지 해준 셈이다. 정동영 의원은 2007년 17대 대통령선거 때 민주당의 후보 경력까지 가진 야당의 중진이다. 앵커출신답게 거침없이 쏟아내는 달변이지만, 수양되지 못한 험구 때문에 유권자들의 불신과 반발로 낙선되고 말았다. 주요선거 때마다 야당이 패배한 이유 중의 하나도 고령층에 대해 함부로 쏟아낸 막말여파가 컸다. 툭하면 ‘꼰대’나 ‘골통’ 등의 저속한 말로 노인들을 폄하하고 저주하기 예사였다.

늙고 싶어서 늙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이도 먹고 싶어서 먹는 사람은 없다. 산천초목을 흔드는 권력을 가졌다고 세월이 피해가는 것도 아니다. 세월은 공평하다. 나이 들면 모두 늙는다. 설훈 의원도, 정동영 의원도 세월가면 나이를 먹게 되고 늙게 된다. 늙은이 종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국정감사장에서 피 감사 기관장들에게 호통 치는 국회의원 벼슬도 한시적이다. 군림하는 자리에 앉을수록 언행이 겸손해야 추종하는 사람도 생겨난다. 따르는 사람 없는 정치는 영원한 야당일 수밖에 없다. 오늘의 야당도 한때는 여당을 했다. 여당시절에 몸에 밴 못된 권력행태나 언술행태를 아직도 버리지 못한 채 함부로 아무한테나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당은 오늘날 왜 야당이 됐는지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 간판까지 바꿔달고 국민 앞에 ‘새 정치’를 약속한 것을 지키고 이행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당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민주적 언동과 정치이념도 여전하다. ‘야당 단일화’ 명분으로 나라의 정체성까지 부정하는 ‘내란음모집단’을 끌어들여 종북 이념에 동조해온 사실도 과감하게 단절을 선언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이념이 같은 특정 소수집단의 권익을 위해 5천만 국민의 생존과 연계된 민생법안을 볼모로 삼기도 예사다. 툭하면 길바닥으로 나가 막말저주를 쏟아내고, 삭발, 단식투쟁 등의 강성정치로 사회불안을 선동하고 있다. 게다가 전체인구의 15%에 가까운 노령 층의 인권까지 모독하고 폄하기를 거듭하고 있다.

이래선 안 된다는 사실을 국민은 알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대한민국의 제1야당이다. 건전한 정책대결로 제1야당에 걸 맞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게 바로 개혁이고 국민들이 바라는 ‘새 정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새 정치’를 펼칠 때 국민의 신뢰가 쌓이고, 수권정당으로서의 위상도 되찾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좌파 국회의원

유인석 전 경향신문 중부본부장

목요언론인클럽  webmaster@mokyoclu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