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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새누리당 차례인가
-유인석

이젠 새누리당 차례인가

세월호 참사를 정략적으로 이용한 게 부메랑 되어 당의 진로가 존망위기까지 내몰리던 게‘새정치민주연합’의 위상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모종의 기회를 노린 듯, 개헌론을 들고 나와 내분갈등을 빚는 등, 그동안 간신히 유지돼오던 여당의 위상을 스스로 짓밟고 나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근 방중(訪中)때 기자간담회에서 “정기국회 이후 개헌논의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며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제”를 모델로 하는 개헌론에 불을 지폈다가 다음날 바로 “대통령께 죄송하다”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지만, 당내 계파 간에 예상되는 향후 분란파장은 제2의 새정치민주연합을 연상케 한다.

새누리당 내 일부의원들 중에서 개헌의 당위성을 제기한 것은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나 있었다. 또 야당에서도 이슈가 있을 때마다 헌법 때문에 정치가 잘못되는 것처럼 줄기차게 개헌을 제기해왔다. 1987년 10월 제9차 개헌이후 유지돼온 현행 헌법 개정을 통해 세태변화에 따른 제왕적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야당 내심의 표출이다.

최근 여론조사결과도 응답자의 70%가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안에 논의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여론이 50%를 넘고 있다는 보도다. “법률 하나도 제때에 통과시키지 못하는 무능국회가 비정상적인 정치부터 먼저 개혁한 후 개헌을 논의하라”는 국민들의 의견이 포함되고 있다. 개헌의 필요성은 있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우리사회는 지금 개체사안별로 꼬집어 말할 수 없을 만큼 온통 범법, 불법도가니다. 정치가 책임져야 할 문제들이다. 헌법을 탓하고 개헌을 논하기 전에, 정치가 법을 지켜 ‘국태민안’, ‘국리민복’의 사명을 다했으면 오늘의 민생사회가 이 지경까지는 이르지는 안했을 것이다. 국회의원이 법을 만들어주는 대가로 돈거래 한 사실까지 들어났다.

입법, 사법, 행정 등 3부 국가기관을 비롯해, 정부산하 공사(公私)단체, 심지어는 국방의무를 담당하는 군부대 조직내부의 작전기밀까지 빼돌리는 이적조직들이 방방곡곡에서 설치고 있다. 게다가 대형 안전사고까지 거듭되면서 불안한 국민정서부터 안정시키는 게 정치적으로 개헌보다 시급하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도 2012년 후보 때 개헌공약을 했었다. 그러나 출범한지 1년 반 밖에 안됐고, 완급을 따져야 할 국정상항으로 미루어 개헌논의는 때가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피력을 여러 차례 거듭했다. “우선 급한 경제문제가 안정되지 않은 상항에서 개헌을 논의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유발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에도 성급한 개헌논의에 자제를 당부했다.

그런데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모종의 꼼수에 작심하듯, 대통령의 통치의중에 불복하고 “개헌논의 불가피”발언을 쏟아냈다.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또 정치경륜으로도 5선 국회의원인데다, 그동안 당정(黨政)을 넘나들며 대권교체과정을 누구보다도 생생하게 지켜봤다. 단순한 말실수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대통령에게 사과는 했다지만, 이미 친박(親朴), 비박(非朴)간에 갈등은 불이 붙었다. 안 그래도 김무성 당 대표 출범이후 일선 당협 위원장 교체를 놓고 계파 간 신경전이 첨예하다. 대권주자 론에 들뜬 김무성 대표의 섣부른 자가당착이 여당을 분열시키면서, 호시탐탐 기사회생을 노리는 야당의 전략에 구원투수가 될 수도 있다.

오늘의 국민지지도에 자만하고 경거망동하면 새누리당은 내일 무너진다. 일부 좌파집단이 포함된 새정치민주연합의 강성투쟁정치에 식상한 국민들의 반사지지율 때문에 새누리당의 위상은 겨우 유지되고 있다. 현재 야당이 줄기차게 밀고 들어오는 개헌논의도 고도의 산술이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이후 국민지지도가 바닥난 야당이,

   
 
여당대표의 개헌 논에 추임새를 넣으며 끼어드는 것은, 개헌의 차원을 넘어 전략적으로 당청(黨靑)간 갈등을 부추기는 계략일 수도 있다. 여당대표가 여당을 지키지 못한다면, 이제 무너지는 것은 새누리당 차례다.

유인석 전 경향신문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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