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안 있으면 엑스포과학공원 대부분과 전시관들이 사라지게 된다. 대전세계과학박람회는 개발도상국 중 세계최초로 아시아에서 열린 과학박람회로 역사적 상징성과 큰 의미를 갖게 됐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가 있는 특별한 장소를 계승 발전하지 못하고 철거를 한다는 것은 대전의 수치이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93세계과학엑스포 전시관과 관리기금을 받을 때부터 이 같은 운명이 정해져 있었는지 모른다. 마땅히 세계적 행사를 치른 장소로서의 상징성과 세계적 관점에 맞춰 계승 발전 시켜야 했을 일이다. 당시 대전의 관리주체들은 운영준비 체계를 갖추지 못 한 채, 퇴직 공무원들의 노후 일자리, 또는 역대 시장들의 보은 인사처로 전락해 결국 청산을 해야만 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리고 이제 대전마케팅공사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 대전시민에게는 희망이 있다. 대전엑스포는 역사적 의미가 있고, 그 뿌리인 대덕연구단지가 우리 곁에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세계적 첨단기술들이 오늘도 개발이 되고 있고, 그 결과물들이 우리 대한민국의 위상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라도 과거의 잘못을 되 돌이켜 현재를 직시하고 더욱더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대전마케팅공사 사장공모에서 적임자를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처럼 내정된 인사가 아닌 우리 대전을 세계적 관점에서 어떻게 발전시키고 브랜드 화 하여 세계인이 주목하는 도시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과 자질, 실력을 갖춘 사람을 반드시 뽑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대전의 정체성을 잘 알고 조직의 문제점을 혁신하고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 대전의 미래를 열어가는 능력 있고 소신 있는 사람이 선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보다 더 능력 있는 대전마케팅공사 리더를 대전시민 모두가 원하기 때문이다.

대전은 어떤 도시인가? 과거와 현재를 돌이켜 보고 미래의 대전을 생각해보자. 국토의중심 경부선과 호남선의 갈림길로 기차와 버스로 전국을 2-3시간 안에 왕래할 수 있는 교통중심도시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 자연 재해가 없고 도심 중앙으로 3대 하천이 흘러가는 살기 좋은 도시이다. 충남도청이 있었고 정부청사가 있는 행정도시, 유수의 대학들이 있는 교육의 도시 대전 블루스와 짧은 정차 시간 안에 잠깐 동안 먹던 가락국수와 대전역 앞 OO 식당 깍두기가 유명했던 추억과 낭만의 도시였다. 이야기 거리가 풍부할수록 그 도시는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지고, 밖으로 널리 알려지게 마련이다.

대전의 옛날이 위에서 열거 한 것들이라면 현재는 어떠한 가! 정체성이 달라질 만 한 게 무엇이 있을까!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

40년 전 산골짜기 숯 골에 故박정희 전 대통령이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하여 대덕과학연구단지를 만들었다. 해외에서 연구 활동 중인 유명과학자들을 유치하여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선진미래한국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박 전 대통령의 업적 중 우리 대전과 이 나라를 위해 한 일들 중 가장 뛰어난 일을 한 것이다. 이것으로 우리들이 지금 누리는 문명의 이기들이 꿈이 아닌 현실로 바뀌어져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지금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교역 강국이 된 것도 이때 미래에 대한 정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과학기술을 각 분야 별로 나눠 연구 정진한 결과일 것이다. 대덕연구단지를 만들고 20년 운영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곳 대전에서 또 다른 도전으로 93 대전세계과학엑스포를 개최할 수 있었다,

대전엑스포는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을 제시 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인류의 문제, 선진국과 빈민국간의 문제 남북문제와 지구환경문제 자연과 인간관계 등을 다뤘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과 또 미래에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이미 20년 전에 바로 이곳 대전에서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전 세계 108개국이 참가하고 내국인 1천1백만 명, 외국인 3백만 명, 미테랑 프랑스대통령을 포함한 다수의 국빈급 인사들이 모여 전통과 현대와 미래를, 특히 저개발국에서 선진국을 망라한 전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 것이다.

그 후 다시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정보통신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IT강국이 되었다. 이곳 대전은 전 세계에서 하나뿐인 거대한 박물관이다. 도시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 것인가를 밝혀 주는 도시이다.

이러한 도시에서 대전세계과학박람회 장소였던 공원을 부수고 전시관을 철거해야한다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는 마치 청와대 부속건물을 짓기 위하여 경복궁을 철거한다는 것과 같을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발전의 중요한 역사적 자취를 없애버리는 것은 보존해야 할 역사에 대한 죄를 짓는 결과일 것이다. 과거는 현재의 뿌리이며 미래의 기초이고 근본이기 때문이다.

대전세계과학엑스포가 우리 역사에서 차지하는 유무형적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재고하여 평가 후 판단 해 주길 바란다. 가치가 있다면 위대한 선배들의 업적을 경솔한 판단으로 지우려 하지 말기를 관련기관 부처에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또한 지금이라도 대통령에게도 직접 건의하여 대전시의 결정이 아닌 중앙정부의 결정으로 재고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 대통령도 아버지 박 대통령의 위대한 판단과 실천으로 이룬 성과를 지우려 하는 일은 방관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대전엑스포가 남긴 성과들을 제대로 활용하여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꿈과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명소로 남았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IBS 기초과학원을

김우영 목요언론인클럽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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