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와 닿는 교황의 선물

지난 18일에는 4박5일간의 한국방문을 마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많은 사랑의 씨를 뿌려놓고 사목방문을 무사히 마치고 한국을 떠나셨다.

다음 날은 마리아가 6개월 전에 예약한 대학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는 날. 전날 밤 9시 이후 금식하고 오전 9시 병원에 도착 접수를 한 후 가검물채취실에 들러 피와 소변 가검물 채취에 응하고 흉부촬영실로 갔다. 다음 CT촬영실에 들러 촬영에 앞서 조영주사를 맞은 뒤 주사액이 전신에 골고루 잘 퍼져 촬영이 잘 되도록 물 10컵을 마신 후 호명을 기다리라는 안내에 따랐다.

20여분이 지났을 때 호명을 받은 마리아는 촬영실로 들어가 촬영을 마치고 속이 메스껍고 구토가 난다고 고통(조영주사의 후유증)을 호소하며 나왔다. 이렇게 오후 진료에 대비해 할 일을 마치고 오후에 예약된 주치의의 진료를 앞두고 메스꺼움과 허기를 달래기 위해 단골로 다니는 식당을 찾았다.

오후에 예정된 주치의 진료를 받기 위해 며칠 전에는 핵의학과에서 핵사진을 이미 촬영해 놓은 상태. 구토와 허기를 달랜 마리아를 비롯 동행한 가족들은 주치의가 그간 촬영한 영상물과 검사결과에 대해 어떠한 판독의견과 소견을 내놓을지에 불안한 마음에 뫃아졌다.

이날따라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드디어 호명. 마리아는 막내처제와 함께 주치의의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료실에 함께 들어가질 않고 대기실에서 진료실 안만을 주목했다. 얼마 후 마리아는 ‘주치의 선생님이 이제는 더 오지 않으셔도 된다’ 고 했다며 웃음꽃이 활짝 핀 얼굴로 다가와 손을 마주 치며 축하한다고 했다.
주치의는 ‘수술하신지 7년이 되었네요. 이번에 찍은 영상물판독을 보나 검사결과를 보나 모두 별다른 이상이 없이 깨끗하다’며 ‘앞으로는 더 오실 필요가 없고 다만 건강검진은 잘 받으세요’고 라고 덧 붙였다는 것이다.

마리아 주치의의 진료소견을 들은 뒤 내 머리에는 어제 한국방문을 예정대로 무사히 마치고 돌아가신 교황이 뿌린 사랑의 씨앗이 싹 튼 선물로 여겨졌다.

교황님이 가신지 7일째가 되던 지난 25일 마리아와 나는 한 종합병원을 찾아 예약해 놓은 국민건강검진을 받았다. 검진을 받으러 가는 길에는 가을을 재촉하는 비인지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2시간 정도 걸린 검진을 마치고 현관 앞에서 오기로 한 차를 기다릴 때였다. 뒤따라 나온 신사복 차람의 중년이 쏟아지는 빗발을 보며 ‘어디로 가세요? 태워다 드릴 게요’하는 게 아닌가? 처음 보는 사람이 보여준 호의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며 ‘이 또한 교황님이 뿌리고 간 사랑의 씨앗이 튼 선물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날 우체국에서 볼 일을 보고 지팡이를 짚고 비가 내려 미끄러운 시멘트 계단을 조심조심 내려올 때 뒤에서 따라 오던 중년의 남자가 ‘어르신 제가 도와드릴까요?’라며 미소 띈 얼굴로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이 또한 교황님이 뿌리고 간 사랑의 씨앗이 튼 선물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같은 날 비가 내리던 오후에 다니는 한 은행을 찾았다. 입구에서 문을 열어주며 우리를 맞은 청원경찰이 팀장을 불러드릴까요? 먼저 물어 그렇다고 했더니 그는 순간 팀장이 근무하는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청원경찰과 함께 내려온 팀장. 우리는 지팡이를 짚고 오르기가 어렵고 위험한 계단을 오르지 않고도 경찰과 내려온

박천규 칼럼  webmaster@mokyoclu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