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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다, 김무성의 고함치기 탁자치기

떼도적의 소굴인 양산박 108호걸의 두목은 송강, 수호지를 보면 그를 제치고 주인공처럼 돋보이는 사람은 맨주먹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았다는 무송이다. 산적 소굴로 가기 전 무송은 형 ‘무대’를 찾아간다. 동생에 비해 볼품없고 주변머리 없지만 천하절색 마누라를 두었다. 반금련이라는 마누라는 시동생을 보자 꼬리를 친다. 무송에게 거절당한 반금련은 마을 유지 서문경과 바람피운다. 분기탱천한 무송은 연놈을 때려죽이고 양산박으로 향한다. 천하의 의리 있는 사나이라고 부른다.

새누리당은 지난 3일, 육군 28사단 尹일병 사망사건과 관련 최고회의를 열고 한민구 국방장관 등을 불러 깜짝놀랠만큼 심하게 나무랐다는 보도다. 尹일병 사망 사건 하나만 떼어놓고 가해자들을 생각하면 괘씸하고 비윤리적인 것이 아닌 말로 지옥에 내던져도 분풀이가 안 되는 비극이다. 그러나 세상사란 대설(大說)도 있고 소설(小說)도 있고 콩트도 있다. 이 사건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끼어드니 아연 긴장된다. 아마 대설로 갈 공산이 커졌다.

평상시에 김무성 대표를 신문이나 TV를 통해 조우할  때 먼저 실없이 웃곤 한다. 기골이 장대하고 신언서판이 훤한데다 인품이 관후장자(寬厚長者)풍모다. 세월만 잘 만났으면 벌써 큰 자리 하나 해먹었을 상인데, '늦었구나' 하고 혀를 찾다. 작년 대선 때 박근혜 선거운동 책임자가 되어 야전 지휘관처럼 일하는 것을 보았다. 한때 공천에서 버림받았으면서 버린 자를 위해 헌신한다? 그때 필자는 ‘양산박 무송이 버금가게 의리 있는 사나이구나’하고 웃었다.

C일보 2면에 김무성 대표가 넥타이 안 매고 잔뜩 찌푸리고 앉아 있다. 장관 국회의원 군 장성 등도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오지?’ 하며 움츠리고 앉아있는 모습들이 모두 고만고만한 범부들이다. 기사 가로 소제목은 ‘국방장관은 자식도 없습니까’, ‘책상 내려친 김무성’이라고 깔았다. 김무성은 ‘이번일은 명백한 살인사건’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으며 ‘4월에 발생한 사건인데 왜 덮으려 하느냐’며 치가 떨려 말도 안 나온다고 했다. 그 정도로 화가 났다면 김무성은 일생일대 최고의 분노를 느낀 것이다.

포퓰리즘 냄새가 물씬 나지만 여당대표가 이 정도로 펄펄 뛰는 체 하면 어리석은 백성들은 하릴없이 속아 넘어간다. ‘아하, 정부 여당도 군인 인권을 금 쪽 같이 소중하게 아네’라며 정부 여당의 사건 뒤처리하는 모습에 만족해 할 것이다. 군대의 모지락스러운 구타 상해치사 사건이 어제 오늘 특이하게 발생한 것처럼 난리 법석을 치고 있지만 군인 인권유린 사건은 군대 속어인 쌍 팔 년도 훨씬 이전부터 연연히 내려오는 고질병이다. 김무성이 치를 떨며 고함을 치고 책상을 두드려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

군의 속성은 내부 살림을 대외비로 처리하는 점이다. 네가 알고 내가 알고 하늘도 알고 땅도 아는 별것 아닌 것도 군대에서는 대외비다. 군의 속성상 나무랄 일도 아니다. 군은 나라를 수호한다. 나라는 주적도 있고 잠재적인 적도 있다. 나라둘레가 모두 적이다. 그런 살얼음판에서 나라 수호하는 군대사정이 미주알고주알 알려지면 그 나라는 백전백패다. 군 기밀 엄수는 강군으로 가는 도상에 떠오르는 메타포어다.

대선후보 여론조사가 7월말 실시되어 김무성이 단연 1위로 등극했다. 하루 이틀 지난 3일 김무성은 양산박호걸 무송을 흉내 내듯 무섭게 고함을 치고 책상을 두드리고 치를 떨며 흥분했다.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면 과거 권위주의 시대 대통령과 틀 린 점이 있을까. 국민은 무서워서 어떻게 살아? 꼬리를 물고 의문점이 생긴다. 당 중진들과 사회원로들을 모시고 병영문화정책의 혁신을 먼저 의논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군기(軍紀)가 빠졌다. 전후방 근무 모든 군인이 그렇다. 인민군이 철책 선을 넘어와 내무반의 국군을 불러내 귀순의사를 밝혔다는 게 아닌가. 우리의 순진한 군인들은 적이 누구고 내편이 누군지를 잘 모른다. 우리나라는 1995년 국방백서에 주적 개념이 없어지고 이북을 ‘직접적이고 가장 중요한 위협이 되는 나라’라고만 불렀다. 1994년 국방백서에 주적개념 없어졌고 1998년부터 주적 용어가 사라졌고 2005년에는 주적이란 말이 국방부에서 사라졌다.

주적개념이 없어지면 방어개념이 사라져 정신무장이 해체된다. 주적개념이 사라지면 전투의지가 약해진다. 그림자적과 싸우는 군대는 없다. 따라서 군인들은 할 일이 없어지고 의식주는 점점 풍요로워지며 시간은 남아돈다. 할 일은 전우들과 티격태격 싸우는 일이다. 싸우다 보면 더욱 재미있게 더욱 잔인하게 다투게 되며 결과적으로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 같은 악마적인 범죄가 일어난다.

군의 일상생활 매뉴얼과 매뉴얼에 따른 상명하복의 질서를 철저히 지키되 그 질서를 부인하는 명령이나 체벌에 대해서는 생명을 걸고 맞서야 한다. 14세기 중엽 남이장군은 17세 무과급제, 22세 이시애 난 평정 27세에 병조판서가 되어 하늘과 땅을 놀라게 했다. 수천만 명의 장정이 우리의 군문을 통해 사회에 데뷔했다. 더러는 얻어터지고 가혹행위도 당했지만 한 번 울고 한 번 찡그리고 옷을 툭툭 털고 일어섰다. 부대에서 소원수리도 내고 으슥한 골목에서 부대 내 가해자를 손도 봐줬다.

인생사란 그런 것이다. 소위 여론 지도층이란 사람들이 입대 장병에게 핸드폰을 지참하도록 하여 부당하게 당하면 어머니에게 일러바치도록 하자, 민간인 낀 병영생활 선도 위를 만들어 간섭하도록 하자라고 공론을 하고 있다. 군사기밀이고 작전계획이고 모두 네거리에 펼쳐놓고 멋대로 보고 가라는 투의 의견이다. 자기도 못 지키고 만신창이가 되면 서 왜 가장 큰 소리로 울어보지 않았는가? 6척도 안 되는 자신조차 못 지키는 마마보이들이 어떻게 나라를 지킨다고 감히 입대하는가.

여당대표는 태산부동(泰山不動)의 정신무장을 해야 견딜 수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표면적으로는 ‘날 잡어 잡수’식의 태연하고 의연해 야 한다. 기쁘고 화나고 즐거워함을 표현하면 안 된다. 포커게임하면서 빈번하게 울고 웃는 사람은 밤샘해봐야 돈만 잃기 마련이다. 서울시교육청 좌파교육감이 학생인권선언을 만들면서 학교교육이 뒤죽박죽되더니 윤 일병사건이 터지자 아니나 다를까 ‘군인권법’을 만들자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가장

   
 
우려하던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빈대 한 마리 잡자고 초가한 채 태우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

정상희<전 동아일보 제 2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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