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 보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섰다. 여야당의 당쟁(黨爭)과 정쟁(政爭)에 민심들 짜증까지 겹쳐, 삼복더위 수은주 붉은 기둥은 연일 30도를 오르내리고 있다. 전국 15개 재, 보궐선거구 중에서도 가장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곳은 광주 광산을(乙)선거구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시대의 양심이자 정의의 딸”이라며 정략 공천한 권은희(40)후보가 선관위 등록과정에서 수십억대의 배우자 재산을 누락시킨 사실이 밝혀지면서 당쟁과 정쟁은 더욱 치열해져 흡사 이전투구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당 대표의 입장 표명”을 요구하고 나섰고, 정의당도 “재산신고 누락 및 탈세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히라”고 나섰다. 또 한때 “우리가 남이가” 사이였던 통합진보당까지도 “권 후보남편이 유령회사를 차리고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짙다”고 새정치민주연합을 공격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재산축소신고나 탈세의혹은 없다”며 “법 규정대로 지켰다”는 입장이다. 권 후보는 율사출신이며, 일선 경찰서 간부출신이기에 누구보다도 법의 허(虛)와 실(實)을 잘 안다.

때문에 권 후보는 법의 허점을 이용해 배우자의 거액 재산신고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선도 되기 전인 후보신분으로 등록서류부터 편법적인 해석남용을 했다면, 막상 당선돼서 입법 권력을 장악하게 될 때, 또 다른 잘못도 저지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선거 직을 포함한 모든 공직자들에게 법에 우선해 도덕성부터 강조되는 이유다. 때문에 권 후보의 재산신고누락은 선량 후보로서, 또 새 정치를 표방한 새정치민주연합당의 도덕성까지 비판대상이 아닐 수 없다.

권 후보는 다른 후보들에 비해 특별하다. “시대의 양심이자, 정의의 딸”이라는 극찬을 곁들여 정략 공천한 제1야당의 위상까지 짊어지고 있다. 더구나 권 후보는 얼마 전 현직시절 내부고발자로 정가를 흔들었던 일선 경찰서 수사과장 출신이다. 2012년 대선 직후 불거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을 수사하면서 직속상관인 김용판 전 서울시경국장이 “사건을 축소시키라는 지시를 했다”며 내부 지휘사실을 폭로했다. 서해북방한계선(NLL)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야당의 입장을 회생시켜 기고만장하도록 만들어준 장본인이다.

권 씨가 경찰내부 지휘사실을 폭로하면서 대선에서 패한 야당은 “국가정보원의 조직적 선거개입 때문에 대통령당선자가 바뀌었다”고 국정마저 거부한 채 장외투쟁을 하며 18대 대통령선거결과 불복운동까지 펼쳤다. 결국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의 옷을 벗기며 사건의 진실공방은 사법부로 넘어갔고, 법원은 1,2심에서 모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심판을 내렸다. 권 씨의 폭로가 사실이 아니었음을 입증한 것이다. 사법부에서 사건의 전말이 역전되자 권 씨도 스스로 옷을 벗고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측은 7.30재, 보궐선거에 권 씨를 정략적으로 보은공천하면서 “시대의 양심이자, 정의의 딸”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양심과 정의의 딸”은 후보등록과정에서 유감스럽게도 배우자의 거액재산을 은폐하고, 세금까지 탈루한 의혹들이 불거졌다. 보도에 따르면 권 씨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주장이다. 법적문제는 선관위가 밝혀내겠지만, 국민의 선량이 되겠다는 후보의 도덕성은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더구나 “양심과 정의의 딸”이 겨우 변명의 범주를 넘나든다면, 누가 제1야당의 공천자로 당당하다 할 것인가.

“양심과 정의”까지 들먹이며 공천장을 내준 새정치민주연합의 도덕성부터가 문제다. 법으로 인정받지 못할 거짓말을 폭로해서 국가기강을 해태시킨 공무원이 “양심과 정의의 딸”이라면, 새 정치를 기대해온 국민의 여망까지 깬 것이다. 각료후보들 청문회 때마다 그토록 떠들어온 새정치민주연합의 도덕성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가. 대법관출신 변호사로 짧은 기간 내에 수임료수입이 많았다는 이유와, 또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교회 내에서 행한 강연내용을 문제 삼아 국가관 역사관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국무총리후보자를 거듭 2번이나 낙마시킨 야당의 엄격했던 도덕성은 결국 “국가기강 무너뜨리기” 수단이었단 말인가.

모르고 하는 잘못은 이해되고 용서된다. 그러나 뻔히 알면서 저지른 잘못은 용서할 수 없는 위계적 잘못이다.

유인석<전 경향신문 중부본부장>
 

이 글은 목요저널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유인석 칼럼  webmaster@mokyoclu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