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평섭 칼럼]▲김무성 의원= 서청원 후보가 어제 제가 세종시를 반대했다고 하는데 저는 세종시를 반대한 적이 없습니다. 내용을 잘못 아셨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의 말씀을 다 묶을 수 있는 수정안을 낸 것입니다.
▲서청원 의원= 당시 박근혜 의원과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를 원안대로 가자고 했는데 엉뚱하게 당시 원내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이 수정안을 냈습니다. 원안과 완전히 다릅니다.

지난 7월 10일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선출을 위한 TV토론에서 서청원•김무성 후보간 벌어진 설전이었다.
이후 두 사람은 2009년에 있었던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논쟁을 계속했다. 그만큼 세종시의 탄생이 험난했음을 일깨워주는 장면이었다.

어쨌든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오늘의 세종시 현주소는 어떤가?
정홍원 국무총리는 2013년 3월 세종시에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했다. 그러니까 그는 세종시민이다.

정부는 세종 시에 근무하는 총리를 위해 340억 원을 들여 공관을 마련했다. 그런데 막상 총리가 공관에 머문 기간은 115일 동안 16일로 보도됐다. 그러니까 1주에 1번꼴에 불과하다. 1주에 1번 숙박을 위해 340억원을 투자했다면 누구나 ‘낭비’와 ‘비효율’을 지적할 것이다.

세종시에 사는 사람은 가끔 세종시 정부청사와 오송역 BRT도로에 경찰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분주한 것을 보게 된다. 총리가 서울에서 오는 날이다. 총리의 주거지가 세종시에 있는데 왜 총리가 서울에서 올까?
이것이 오늘 우리 세종시가 안고 있는 솔직한 실상이다.

총리만 그런게 아니다. 세종 시에는 7개 부처 장관의 관사가 있다. 이들 관사는 거의 전세로 평균 2억원. 물론 국민 혈세로 지불됐다. 그러나 이들 장관이 관사에 머무는 기간은 총리와 비슷하거나 어떤 장관은 총리보다 더 심하다.

왜 그럴까? 역시 서울에 상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에 머무는 것은 주로 국회 업무를 뜻한다.국무총리가 움직이면 장관이 움직이고 장관이 움직이면 그 수하의 국•과장 등 많은 공무원이 뒤따른다. 그러니 세종시가 대한민국의 행정수도로 엄청난 우여곡절 끝에 8조원이 넘는 혈세로 탄생되고 있지만 아직은 그 처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왜 총리로부터 장관에 이르기까지 세종 시에 집과 사무실을 두고 서울에 머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가장 큰 요인은 국회와의 관계에 있다. 국회와 세종시와의 거리는 130km가 넘는다. 이 짧지 않은 거리를 공무원들은 시도 때도 없이 오가며 귀한 시간과 예산을 허비하고 있다.
국회 상임위라도 열리는 날에는 관련 공무원들이 국회 복도는 물론 식당이나 심지어 층계에 걸터앉아 무한정 시간을 기다리는 모습을 자주 본다.
기다림에 지쳐 아무 곳에나 졸고 있는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간부가 서울에 와있으면 세종 시에 있는 부처의 긴급하고 중요한 서류는 담당 공무원이 서울로 올라와 결재를 받고 다시 내려오는 어처구니없는 현상도 있다. 지난 7월 12일자 중앙 모일간지에 산업통상자원부 사무관, 서기관 등 20여명이 C모 국회의원에게 업무보고를 하러 몰려가는 바람에 부처업무에 차질을 빚었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국회의원이 정부기관에 업무보고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권한이지만 꼭 그렇게 많은 공무원이 동원돼야 하는지? 막상 보고는 C국회의원보다 대부분 보좌진이 받았다면 이는 ‘甲의 횡포’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래서는 세종시가 행정중심도시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국가경쟁력은커녕 비효율•고비용으로 유배지 같은 외로운 섬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세종시의 제 기능을 어떻게 살리느냐는 고민이 여러 분야에서 제기되고 있다.

우선 제기되는 게 국회의 운영방식이다. 임시국회를 일년에 한 두 번 세종 시에서 개최한다든가 상임위는 세종 시에서 개최하는 방식도 대안의 하나로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다. 세종-국회 간 화상회의를 하자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비현실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핵심은 국회를 세종 시로 옮겨야 하는 것이다. 세종 시로 국회가 오면 경상도, 전라도, 수도권… 그 어디서든 지역구 의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시간의 여유가 생겨 국정과 지역구 관리에도 효율적이다. 정부 공무원들의 엄청난 비효율•고비용도 해결할 수 있고 세종 시는 외로운 유배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발전 동력을 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국회의 세종시 이전은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다. 개헌을 하지 않고도 특별법으로 가능하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주장이다. 앞으로 2년 후에 있을 총선거에서 여•야가 함께 공약으로 제시하여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면 더욱 좋은 모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세종시를 방치할 수는 없다. 세종 시는 공무원 뿐 아니라 모든 국민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경쟁력의 새 시대를 열 것인지, 외로운 섬 유배지가 될 것인지, 세종 시는 지금 결단의 기로에 서있다.

 변평섭<본클럽 회원 ‧ 전 세종 시부시장>

변평섭 칼럼  webmaster@mokyoclu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