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종구회장

○ (사)목요언론인클럽은 오늘로 창립 31주년을 맞이하게 됐습니다. 저는 이 모임의 회장으로서 벅찬 가슴을 안고 연단에 올랐습니다.

○ 주지하시다시피 오늘 모임은 역대 목요언론인상 수상자들을 한자리에 초청해 선․후배간 만남을 통해 우리 지역 언론가족으로서의 일체감을 확인하고, 새 비전을 담기 위한 무대로 마련됐습니다. 대전․충청지역 언론 역사상 선․후배가 한자리에 모여 우리지역 언론의 당면과제를 숙의하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비전선포식을 갖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그 만남 자체만으로도 정말 가슴 뭉클한 대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 돌이켜보면 우리 지역의 언론 상황은 해방 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줄곧 격랑의 파고 속에 힘든 난관을 헤치고 나온 고난과 갈등의 연속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가깝게는 81년엔 언론역사상 처음으로 언론사가 통폐합되는 시련을 겪었는가하면 98년엔 IMF위기로 허리띠를 부쩍 졸라매야 했으며, 특히 최근에는 미국, 유럽 등지의 버블경제 붕괴로 인한 한파에다 국내경기마저 실종되면서 지역의 언론환경마저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 이처럼 어려운 언론환경임에도 언론인 선․후배가 만남을 통해 서로 교감하고자 하는 뜻은 언론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사명감을 공유함으로써 정의롭고, 바른 언론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건전한 여론 형성을 돕고, 지역 언론문화 창달에 힘써 궁극적으로는 지역사회 및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소이(所以)에 다름 아닐 줄 압니다.

○ 흔히들 지방 행정과 언론은 지역사회 발전을 이끄는 수레바퀴의 두 축이라고 합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행정 사무는 지방행정의 핵심과제입니다만, 주민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함에 지역 언론의 역할 또한 이에 못지 않게 중차대하기 때문입니다.

○ 이 점에서 저는 감히 몇 가지 제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 우선 중앙정부를 향해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해방이후 우리나라의 모든 지표나 표준은 서울에 맞춰져왔음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줄 압니다. 정부도, 민간 기업도, 언론사도 마찬가지입니다. 1995년 전면적인 지방자치 도입이후 17년이 흘렀지만 중앙집권의 위력은 여전합니다. 예산과 고급인력은 서울로 몰리고 지방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방은 서울을 대신해 각종 범죄의 온상이라는 불명예를 떠안은 지 오래이고, 자치단체는 만성적 예산부족에 허덕이는 악순환이 계속돼온 게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그만큼 지방은 취약합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모든 표준을 서울에만 맞추고 예산, 인력을 집중할게 아니라 지방이 치안, 생활, 문화 분야에서 균형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역 언론에 대한 편견역시 불식돼야 마땅합니다.

○ 또 지방 자치단체는 광역이건 기초건 간에 지역 언론을 돕는 일에 적극 나서줄 것을 간곡히 호소드리는 바입니다. 중앙의 지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자율경영을 통한 홀로서기만이 지역 언론사가 살아갈 길입니다. 이를 위한 일환으로 각 언론사별, 또는 매체별로 별도의 예산을 책정, 지원해주는 방안도 고려해봄 직하고, 각 사별로 특별 취재비 또는 행사 지원금 형태의 보조금 규모를 늘여 예산편성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합니다. 하나 이 대목에서 한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할 게 있습니다. 언론의 고유기능은 자치단체에 대한 비판과 감시역할에 있으므로 자치단체는 이에 따른 편협한 시각을 과감히 떨쳐버려 주시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 모름지기 지역 언론사는 언론사대로 입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확고한 언론관 아래 소속사 기자들의 자질과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게끔 여건 조성에 배전의 노력을 경주해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언론사의 생명력은 소속 기자들의 직업윤리와 기자정신의 함양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입니다. 최근 지역언론사의 ‘불편한 진실’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게 지배적인 분위기입니다. 덧붙여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역 언론사는 사회적 공기(公器)임을 감안하여 자사이기주의를 극복하는데 동참하고, 나아가 공동의 선(善)을 이루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일에 다서줄 것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 언론의 사명은 곧 정론직필에 달려 있으며, 이를 통한 성숙한 언론환경 조성만이 지역주민들의 삶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고, 나아가 지역 발전을 선도하는 지방행정에도 순기능으로 작용할게 틀림없습니다. 애써 목요언론인클럽이 지난 4월2일 인터넷 신문 ‘목요언론’을 창간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지역 언론의, 지역 언론에 의한, 지역 언론을 위한 바람들을 담아 실현하고자 하는 이 같은 시도와 노력은 모쪼록 지역 언론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켜줄 것으로 기대하는 바입니다.

○ 덧붙여 동료․후배들에 대한 격려의 목소리도 잊지 않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지역언론인의 주머니 사정은 넉넉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형편이 나아졌다고 해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은 요즘도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참 언론인의 길은 언제나 가시밭길이었고, 힘든 고행의 연속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이 길은 누구도 예외일 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감히 한 말씀 드리렵니다. ‘선․후배가 함께 노력하자’는 다짐의 발로인 셈입니다. 비록 삶이 고되고 힘겨워도 위축되거나 주눅 들어 하지 맙시다. 우리에겐 남들이 좀처럼 가질 수 없고, 맛볼 수없는 값진 보물을 가슴깊이 품고 산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맙시다. 나의 존재를 확인케 하는 사명감과 성취감이라는 자산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 마지막으로 제가 경찰 출입기자 시절 경험담을 소개하는 것으로 이 기념사를 가름하고자 합니다. 82년 2월 고려대 졸업식장에서의 일입니다. 당시 김 상협 고려대 총장의 졸업식사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제 뇌리에서 생생합니다. “호랑이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죽은 고기는 먹지 않는다”는 사자후 말입니다.

○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2 4, 19
목요언론인클럽 회장 전 종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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