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재난사고 와중에 소용돌이치던 지방자치선가 이제 모두 끝났다. 대전과 세종, 충남 충북, 모조리 야당이 싹쓸이했다. 보수지역의 종주지라는 통념이 깨졌다. 지역발전을 위한 소신과 정책제시보다는, 청와대나 대통령을 앞세우기에 치중한 여당후보들의 교활함이 빚은 결과다.
선거심판은 냉혹하다. 오로지 당(當)과 낙(落)뿐이다. 평소 얼마나 덕망과 믿음을 쌓았느냐가 심판기준이다. 승자에게는 승리해야 할 이유가 있고, 패자에게는 패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 심판은 그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이다.

선거는 앞으로 주기적으로 반복 된다

선거는 이번만으로 끝이 아니다. 오는 7월 보궐선거에서부터, 2년 뒤 총선, 3년 뒤 대선, 4년 뒤 다시 지방선거…, 계속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때문에 당선은 선거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선거 때 임박해서 “친애하는 유권자 여러분!”을 아무리 외쳐도 소용없다. 세상이 변하듯, 표심들도 변하고 있다. 첫째가 후보의 진실성이다. 뱉어낸 말에 책임져야 한다. 바로 공약(公約)실천이다. 특히 지방선거는 민심과 가장 밀착된 민생선거이기 때문이다.

공약(公約)은 민생과 직결된 공개약속이다. 때문에 당선자들은 반드시 지켜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동안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남발한 정치인들의 거짓말사례는 열거하는 것조차도 진부하다. 몇 십 년 씩 반복되는 공약(空約)도 있다. 대전의 유천동, 태평동지역 고등학교 신설공약은 총선에 출마했던 국회의장부터 지방자치선거에 출마했던 역대 공직선거 각급후보들마다 빠짐없는 공약이었다. 또 충남도 안면관광지개발계획 역시, 각급 선거 때마다 수십 년간 재탕된 단골 공약(空約)이다.

선거 때마다 장밋빛 공약(公約)으로 유권자들을 속인 공약(空約)들이 어찌 2곳뿐이랴. 충청지역 곳곳마다 공약(空約)으로 방치되고 있는 공약(公約)들은 부지기수다. 지키지 못할 공약을 남발해 유권자들을 속인 후보들에 대한 불신감은 말할 것도 없지만, 곧이곧대로 믿고 번번이 지지해준 표심들의 불만의식 또한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선거 때마다 개발공약남발로 주민들의 세금인상 요인만 부추겨 왔다. 이번 지방선거 당선자들 중에도 지난날의 공약을 지키지 못한 뻔뻔스런 이름들이 개중에는 끼어있다.

골목행정까지 당리당략에 접목시켜서야…

당선자들이 바꿔야할 의식과제는 공약뿐이 아니다. 시장(市長)이나 지사(知事)가 비록 야당(野黨)소속일지라도 자치행정까지 당리당략에 접목시켜서는 안 된다. 충청권 표심들이 모두 야당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번 선거결과는 툭하면 대통령, 청와대 권력이나 앞세우는 무능하고 교활한 여당에 대한 일단의 경종일 뿐 아니라, 이념적으로 분명치 못한 야당에 대한 지지도 아니다. 자치를 염원하는 충청의 표심이다. ‘단일화’ 미명으로 내란음모 좌파집단을 끌어들여 국정단상에 세운 정당이 어딘지에 대해 국민들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또 자치단체에서 집행되고 있는 재정은 민초들의 혈세다. 단체장들의 생색내기 용이나, 선심용행사비로 지출되는 사례가 부지기수다. 전임자는 시설하고, 후임자는 뜯어내는 조령모개식의 낭비행정도 곳곳에서 반복돼왔다. 이제는 의식주(衣食住)문제에 치중하던 행정시대는 지났다. 민심의식순화에 결집시키는 가치관 재건시책 중심이 돼야한다. 급속성장과정에서 준법의식이나 질서의식이 무너졌다. 난마처럼 엉클어진 오늘의 사회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우리지역 자치행정부터 솔선하고 나서야 한다.

혈세를 생색내기용으로 써서는 안 된다

우리 충청권이 범국민 ‘새 마음’운동 시발점이 돼야 한다. 지난날 ‘새마을 운동’이 오늘의 문명과 풍요를 이룩하는데 중심시책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새 마음 운동’으로 황폐화된 사회정서 안정시책이 절실하다. 윤리도덕정신은 물론 국가관, 역사관 확립시책으로 집중돼야 한다. 지금의 민심은 지리멸열하고 무능한 여당과, 내란음모집단을 동조, 비호하는 좌파 야당으로는 불안하다. 당초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새 정치’도 ‘구태정치’와 하나도 새로울 바가 없다. 오히려 불신의 도를 넘어 증오감까지 증폭되고 있다.

자치단체장들이 우선해야 될 더 큰 과제는 또 있다. 아직도 상당부분 중앙통치에 묶여있는 지방자치행정권 확보다. 그토록 지방자치는 떠들었어도 절실하고 시급한 자치행정권한을 찾아오기 위해 중앙부처와 분권이양투쟁을 공약한 단체장은 아무도 없다. 진정한 지방자치단체장이라면 지방자치법 곳곳에 단서(但書)규정으로 묶여있는 자치행정권한부터 확보해야 된다. 권한과 위상이 약화될 것을 의식한 중앙정부가 자치행정권한 상당부분을 아직까지 장악하고 있다.

중앙부처와 이해관계가 맞물린 국회의원들까지도 위상영역 축소를 의식해 지방자치행정권한 이양촉구를 외면하고 있다. 이번부터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앞장서 중앙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지방자치권한 쟁취를 추진해야 한다. 올해로 지방자치부활 역사 24년이다.

<유인석 본클럽 회원/ 전 경향신문 중부본부장>

사진=대전, 세종, 충남 자치단체장 당선자들이 당선 증을 교부 받고 기념촬영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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