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디트뉴스24>

6,4지방선거후보 등록이 끝나고 투표가 2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전시장에 누가 당선될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이번 선거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박성효 후보가 새정치연합 권선택 후보를 장기간 크게 앞서 싱거운 게임이 될 것으로 예측됐었다. 2배 가까운 격차로 박 후보의 압승이 예상되었던 것. 그런데 뜻밖의 복병이 나타났으니 바로 세월호 참사다. 이후 대통령과 여당의 인기가 급락하면서 판세가 요동쳤고, 대전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 7일자 대전일보 보도에 따르면 여론조사에서 박은 47%, 권은 36.4%의 지지율을 보였다. 20%이상 나던 격차가 10%로 좁혀졌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여당의 인기하락이 반영된 것이다. 때맞춰 최근의 TV토론에서 권 후보는 전과 달리 박 후보를 매섭게 몰아붙였다. 압승이 예상됐던 박 후보는 신발 끈을 다시 조여 매며 반격에 나섰고, 리드를 계속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권 후보는 수세에 몰린 박 후보를 계속 밀어 붙여 대역전승을 기대하고 있다.

朴이 월등 앞섰으나 세월호참사 후 權, 맹추격전

결론적으로 박과 권의 ‘한밭벌 대결’은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견된다. 세월호 참사가 2주 정도 늦었더라면 권의 대역전승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그 약발(?)이 주춤해지면서 예측이 어렵게 됐다. 야당은 어떻게 해서든 ‘세월호 불씨’를 투표당일까지 끌고 가 정부여당의 무능을 부각시키려 할 것이고 여당은 이를 저지하려할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민심수습안과 총리를 포함한 대폭적인 개각이 국민의 마음을 얼마나 추스르느냐에 달려 있다.

또한 젊은 층의 투표참여율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데 젊은 층의 참여도가 이번 선거의 크나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접전지역은 결정적인 열쇠가 될 수 있고 대전도 예외는 아니다.

고교•대학동문에 고시출신, 나이와 공약 등 비슷

반면 투표율이 50%이하로 낮아지면 박 후보의 낙승이 예상된다. 세월호참사에서 어린 자식들을 잃은 엄마또래의 세대인 앵그리맘의 투표참여와 표심도 크나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대전시장 선거는 95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래 총 다섯 차례에서 집권당이 당선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충청지역을 근거로 한 자민련(2010년 자유선진당)이 4번, 노무현 정권 시절 야당이던 한나라당(4대 박성효)이 한 번 승리했을 뿐이다. 1,2대는 자민련(홍선기), 3대는 야당인 한나라당(염홍철, 2005년 열린우리당으로 옮김), 5대는 자유선진당(염홍철)이 차지했다. 영호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도 비슷해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란 얘기가 나온다.

사실 충청권, 특히 대전지역은 도대체 표심을 알 수 없기로 유명하다. 표심을 좀체 드러내 보이지 않는 특유의 지역정서 때문이다. 최근의 여론조사는 조사기관마다 제각각이고 신뢰도가 떨어져 가늠하기가 더욱 어렵다. 지난 2012년 12월의 대선에서도 대전지역은 여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0.2%(2266표)차에 그쳐 전문가들조차 머리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이번 선거역시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명도는 朴, 젊은 층 지지도는 權의 강세 예상

더욱이 박, 권 두 후보의 나이, 학교, 경력, 공약 등 대부분이 판박이로 비슷해 유권자의 선택이 쉽지 않다. 우선 대전고 동문(박 후보가 1년 선배)에, 성균관대 동문이고, 행정고시 출신(박은 23기, 권은 20기)이다. 둘 다 대전시 부시장을 역임했고, 이전에 충남도청에서도 근무했다. 또 국회의원(박 초선, 권 2선)경력에, 박이 민선시장을 한 차례 역임했지만 권은 청와대와 행자부 국장을 지냈다. 모두 화려한 경력을 쌓았고, 둘 다 행정의 달인으로 평가 받고 있다.

보수적이라는 점도 비슷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도 같은데다 공약 역시 판박이다. 박이 유리한 점은 인지도가 높다는 점이다. 이는 2006년부터 4년 간 시장을 맡아 무난하게 시정을 이끌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3000만 그루 나무심기와 홍명상가•중앙데파트철거, 시내버스노선대폭 개편 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2012년 선거에서 현 염홍철 시장에게 대패한 게 약점이다. 권은 TV토론에서 “이는 박의 재임 4년을 평가한 것”이라고 맹공격했다.

또 국회의원을 중도 사퇴한 것도 단점. 권은 박의 동문 1년 후배지만 고시 3기 선배에 공직에서도 계속 박을 앞섰다. 국회의원도 박에 앞서 2선을 했다. 그것도 현 국회의장인 강창희 의원을 대전 중구에서 두 번이나 꺾는 뚝심을 발휘해 전국적으로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선거에서는 강 의원에 패해 그가 국회의장 오르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의 약점은 당적을 바꾼 것. 열린우리당에서 자유선진당으로, 다시 민주통합당(현새정치연합)으로 옮겼다.

세월호 약발 지속여부와 투표율이 승패 가를 듯

지금 둘의 출신교인 대전고동문들도 고민에 빠졌다. 동문들끼리 만나면 조심스레 “누구를 찍어야하느냐”고 묻는다. 누가 돼도 동문이 되니까 상관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동문들 간 지지후보 비율이 거의 비슷하지만 아무래도 박이 6대4정도로 앞선다는 게 동창회 측의 전언이다. 굳이 지지성향을 비교해보자면 박은 새누리당 성향과 비슷한 5,60대 이상, 예컨대 대전고 30회대로부터 50회대까지, 권은 50회 후반 기수와 60회 이후 기수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쉽게 말해 50대 이상연령은 박의 지지자가 많고, 젊은 30-40대에서는 권의 지지자가 많다는 얘기다. 대전 토박이인 필자의 입장에서도 누굴 찍을지 난감하기 그지없다. 개인 얘기를 해서 안됐지만, 나는 두 후보의 선배인데다 그들이 고시합격 후의 신참 사무관시절부터 교유를 가져 30년 가까이 지켜보았다. 필자는 1990년대 말 대전시청에 실국장으로 근무하던 두 후보와 함께 셋이서 대취토록 술을 마신 적도 있다. 두 후보 모두 대단한 호주가였음을 알게 됐다.

대전고 동문들도 지지후보 놓고 누굴 찍나 고심

그 후로도 여러 번 술자리를 했고, 대화를 많이 나누어 둘의 행정능력과 훌륭한 인간성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또 시정을 누구보다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음도 알게 됐다. 과거 둘 사이는 무난했고 뛰어난 능력으로 공무원사회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TV 토론에서 서로가 맹공을 퍼부어 정치의 무정함을 보여줬다. 앞서 말한 대로 권은 박의 재선대패를 시정실패로, 또 임기를 끝내지 않은 채 국회의원직을 버리고 대전시장에 출마한 것을 맹비난했다.

박은 이 당 저당 당적을 옮긴 것을 공격했다. 어찌됐든 박•권의 한밭벌 대결은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흥미진진한 싸움이 될 것이다. 세월호참사의 와중에 실시되는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의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출마후보자들의 면면을 꼼꼼히 살펴 그들이 앞 다투어 내어놓은 안전공약뿐만 아니라 복지 재정 등 다른 공약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세월호참사만을 선거의 잣대로 삼아서도, 중앙정치의 논리에 빠지는 우를 범해서도 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권오덕(본 클럽 이사 / 前대전일보주필)

권오덕  mo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