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서로 어떤 ‘관계’에 있거나 ‘관계’를 맺고 있다. 관계가 없거나 관계에서 벗어나 있는 별난 존재는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밤과 낮이 있고, 봄 여름 가을 겨울 등의 변화가 있는 건 지구와 태양과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초승달과 보름달, 바다의 밀물과 썰물 또한 지구와 달과의 관계에서 설명된다. 이 역학관계 이론은 매우 초보적인 과학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가 지금보다 10만 킬로미터 더 가까이 있는, 지구와 달과의 거리가 1만 킬로미터나 더 먼, 지구 중심축의 기울기가 지금보다 더 기운, 자전 공전 속도가 지금보다 느리거나 빠른 그런 지구를 가정해 보자!! 어떤 결과를 만나게 될까? 아마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이렇게 보기 좋고, 아름답고, 살기 좋은 그런 지구 환경은 결코 아닐 것이다.

땅을 딛고 사는 인간이 태양과 달, 우주, 즉 자연과의 관계에서 벗어나 존재하거나 살 수 없듯 세상의 모든 생명 또한 마찬가지다. 특히 만물 중 하늘과 땅과 인간과의 관계를 인식하는 존재는 인간만이 유일하다.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 함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인간과 자연의 역학관계

인간의 존재는 바로 하늘과 땅 등 자연 안에 함께 존재하는 유형무형의 것들과의 관계와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에서만 가능하다. 인간의 생명 유지도 공기와 물, 의식주(衣食住) 등 자연이 준 선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인간이란 존재, 인류 역사와 국가 문명 문화 예술 건축 과학 의학 철학 정치 경제 이념 체제 법 등 또한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 서로 서로의 관계를 시발점으로 하고 있다.

논어 맹자 시경 역경 등 유교의 경전, 반야심경 금강경 법화경 등 불교의 경전, 베다에 뿌리를 둔 힌두 경전, 이슬람교의 경전 쿠란, 유다교(구약성경) 및 기독교(신구약성경) 경전인 성경 등 인류에게 사랑과 자비, 평화와 구원의 길을 제시한 정신적 영적 유산은 말할 것 없고 전통과 관습과 풍습 ․ 무속과 미신 등에 이르기까지 광의로는 하늘과 땅과 인간, 협의로는 인간과 인간 상호 관계를 떠나 생각할 수 없다.

이렇듯 세상은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특히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가정과 사회 ․ 국가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는 인간만큼 복잡한 관계에 얽혀 있는 존재는 없다.

역학관계가 행복과 불행의 시발점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바란다. 그러나 세상이 ‘고해(苦海)’라 했듯 늘 행복하지 않은 일상이 우리의 현실’이다. 행복과 불행 역시 인간 상호 관계가 시발점이다. 서로가 이해와 양보, 믿음과 신뢰, 화해와 협력, 나눔과 봉사 등 선린을 바탕으로 한 좋은 관계야 말로 바로 행복의 관문이 된다.

반면 서로가 편견과 왜곡, 불신과 오해, 미움과 배신, 시기와 질투, 불화와 다툼의 관계에 있다면 이 게 바로 불행이다. 지역 간 집단 간 세대 간 갈등과 대립과 불평등 ․ 착취와 군림의 관계, 나라와 나라 간 알력과 분쟁의 관계 역시 긴장과 불행으로 가는 길임은 마찬가지다.

최근 수 백 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 등 크고 작은 사건 사고 대부분은 인재(人災)였다. 인재의 원인은 인간 탐욕이다. ‘돈이면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 물질만능주의, 배금주의 사조가 인간생명보다 더 위에 자리하고 있는 게 작금의 세태다. 탐욕은 비리와 부정을 부르고 비리와 부정은 부패를 낳는다.

인간생명 경시 배금사상 모든 인재의 뿌리

‘돈을 더 많이 벌어들이기 위해 배를 불법 증개축하고, 돈을 더 많이 벌어들이기 위해 화물을 과다하게 싣고, 돈을 더 많이 벌어들이기 위해 위급하게 고속 항해를 하고, 돈을 더 많이 벌어들이기 위해 선원들에게 열악한 대우를 하고, 돈을 더 많이 벌어들이기 위해 배를 헐값에 사오고, 잘 보아라 물질만능시대의 폐해를!! 돈이 인간 품격의 척도가 되는 세상은 반드시 타락하고 반드시 망한다.” 어느 식자의 한탄이다.

이뿐 아니라 이 같은 탐욕에 편승해 기생하는 탐관오리들의 비리와 부정, 부패가 더 큰 문제다. 각종 대형 인재사고의 그 배경에는 이들의 비리와 부정의 고리가 연결돼 있다. 공직이 바로서지 않고는 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세월호 참사가 공직 바로 세우기의 더없는 기회다. 정부는 이 기회를 결코 잃어서는 안 된다.

모두가 세상이 나아지길 바라고 있다. 진정 세상이 바뀌기를 바란다면 나부터 먼저 바뀌고 변화해야 한다. 내가 바뀌고 변화해야 한다 함은 먼저 나를, 나의 것, 아니 바로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비우고 내려놓고 버려야 한다. 나는 변화하지 않고 상대의 변화만을 바란다면 결코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내가 변화하고 바뀌어야 상대도 변화하고 바뀐다, 나와 상대의 변화만이 우리 모두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이용웅(본 클럽 회원 / 전 연합뉴스 충청취재본부장)

이용웅  mo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