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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교훈] ‘왜 이런 끔직한 참사가 되풀이 되는가?’

   
▲ <사진출처 : 중도일보>
해방 전후와 6.25 전후 등 지금의 60, 70대 이상 세대가 주로 쓰던 인사말은 '진지 잡수셨어요?’였다. 삼시 세끼 제때 밥 먹고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 배고픔의 한이 서려 있는 말이다.

‘70-80년대 아침 인사말은 ’밤새 안녕하셨어요?’였다. 독재와 억압의 세월을 겪어야 했던 시절의 뉘앙스가 배어 있는 말이다.

이런 시절을 뒤로 한지 수 십 년이 지났음에도 요즘 국민들의 마음은 여전히 ‘편치 않고’, ‘밤새 안녕하지도 않다’-.

십 수 명의 희생자를 낸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가 엊그제 같은데 북한 무인항공기 침투에 이어 최근엔 진도 앞 바다 여객선(청해진해운 소속 세월호) 침몰사고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대형 사건 사고가 터져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 것도 땅과 하늘과 바다를 가리지 않고 말이다.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열흘이 넘도록 승선자 476명 중 3분의 1정도인 174명만 이 구조됐다. 나머지 탑승자는 수색작업 진도에 따라 그저 실종자가 사망자로 바뀌고 있을 뿐이다. 구조작업이 시작 된 지가 언젠데 실종자의 생존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답답하고 막막하다 못해 복장이 터진다. 자식이 살아 있을 거라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학부모들의 애타는 모습에 국민들의 애간장도 함께 타들어가고 있다.

여섯 차례나 번복된 사망자 및 실종자 집계, 신속한 구조에 오히려 방해가 된 복잡한 재난지휘 쳬계, 손발 안 맞는 구조 대책, 늑장 구조, 안전항해 운영주체 이원화, 수 백여 탑승자 배에 남기고 먼저 빠져나온 승무원 등등 상식 밖의 어처구니없는 구석들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혹자는 ‘과적’이니, ‘급선회’니, ‘무리한 운항’이니, ‘기계 결함’이니, 이런저런 복합적 요인이 얽히고 얽혀 빚어진 인재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근래 보기 드문 총체적인 인재의 극치라는 혹평도 서슴지 않고 있다.

복장 터지게 하는 정부의 재난대책

왜 이런 대형 참사가 되풀이 되는가?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지난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 주목하고자 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세월호 참사와 관련, "법과 규정을 어기고 매뉴얼을 무시해 사고원인을 제공한 사람들과 침몰 과정에서 해야 할 의무를 위반한 사람들, 또 책임을 방기했거나 불법을 묵인한 사람 등 단계별로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또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번 세월호 침몰사고에 대해 엄정히 수사를 진행해 국민이 의혹을 가진 부분에 대해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신속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세월호의 선박 수입부터 면허획득, 시설개조, 안전점검과 운항허가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진행과정을 철저히 점검해 단계별 문제점과 책임소재를 밝혀내기를 바란다"고 강력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이번 사고를 접하고 현장에 내려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더니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컸다"며 "국민이 공무원을 불신하고 책임행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면 그 책무를 소홀히 하고 있는 것이고 그 자리에 있을 존재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직과 정치가 바로 서야’

이 밖에 "헌신적으로 근무하는 공무원까지 불신하게 만드는, 자리보전을 위해 눈치만 보는 공무원의 무책임과 부조리, 잘못된 관행 등에 대한 강력한 문책 및 퇴출, 선장 등 일부 승무원들의 승객구조 의무 방기,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의 구조적 모순, 해양수산 관료 출신들에 대한 서로 봐주기식 비정상적 관행, 정부의 위기 대응 및 관리 시스템의 허술함과 초동대처 미흡“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위기 시 현장과 부처 간 협업과 대응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과 판단, 그리고 지적은 더없이 정확했다. 통수권자가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만큼 모든 게 잘 풀리길 기대한다. 하지만 이것만이 근본적 해법은 아니다. 단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격’, ‘사후 약방문 격’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왜 이런 끔직한 참사가 되풀이 되는가?’ 이는 법과 질서, 즉 나라의 원칙과 기본이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요, 나라의 원칙과 기본이 바로 서지 못한 것은 이를 바로잡아야 할 ‘공직이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요, 공직이 바로 서지 못한 것은 이를 올바로 세울 정치 또한 깨어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대형 인재(人災)든 그 배경엔 공직자의 부정과 비리, 봐주기와 눈감아 주기, 무사안일과 보신주의, 복지부동과 의무 태만, 부처 이기주의 등이 그 마각을 감추고 숨어 있다. 공직이 바로 서고 정치가 깨어 있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래야 공직도, 나라도, 세상도 바로잡히고 바로 서기 때문이다.

이용웅(본 클럽 회원 / 전 연합뉴스 충청취재본부장)
 

이용웅  mo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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