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땅에서 라일락 꽃을 피우며/ 추억에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일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우리를 따뜻하게 감싸 주었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다.’ -중하략-.

영국 시인 T.S 엘리엇(1888-1965)의 ‘사자의 매장’ 중에 나오는 ‘4월은 잔인한 달’이란 제목의 싯귀다.

예년보다 한 주일 이상 빠른 2014년 4월의 문턱에서 개나리와 목련, 라일락과 벚나무가 앞 다투어 꽃을 피워냈다. 계절의 변화라는 자연현상 앞에 가냘픈 꽃망울들이 아픔을 딛고 세상을 향해 속살을 내미는 섭리에서 잔인함보다는 거룩함과 신비로움을 보게 된다. 봄이란 계절이 생명의 탄생과 약동, 희망의 상징이듯 우리들의 마음에도 희망의 꽃이 피어났으면 좋겠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빗대 ‘정상’(正常)은 간 데 없고 ‘비정상’(非正常)이 판치는 세상이라고들 한다. 얼핏 듣기에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는 얘기일 게다. 국민들의 실망지수가 높아진 때문일까?

정상은 간 데 없고 비정상이 판치는 세상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여온 정치권, 국가정보원의 간첩 증거조작, 북한 무인항공기의 우리 영공 침투, 이자도 못 내며 등기임원들에게 10억대 이상의 고액연봉 잔치를 벌인 대기업, 재벌 회장의 일당 5억원 황제노역, ‘대한민국 8-9년째 OECD 국가 중 자살률과 저출산율 1위’,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 70만원을 남기고 세상을 등진 서울 석촌동 세 모녀 집단자살 사건 등등....-

최근 큰 이슈가 된 우리 사회의 어두운 구석구석의 단면들이다. 혹자는 ‘이 게 오늘 우리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라며 개탄을 서슴지 않는다. 어떤 이는 ‘수출 잘하는 대한민국보다 이런 소식 들리지 않는 대한민국이 더 좋다’는 댓글을 실어 네티즌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왜 일까? 민생은 뒷전인 채 정쟁을 일삼으면서도 정작 권력기관의 무소불위는 제대로 손보지 못하는 한심한 정치권, 청와대 상공 넘나든 구멍 뚫린 자주국방의 허상, 재벌 횡포 뿌리 뽑지 못하는 의지박약의 정부, 국민 법 감정 헤아리지 못하는 사법부, 빛 좋은 개살구격인 외화내빈의 나라 위격,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 불평등 심화 등등 비정상의 이런 저런 구석들이 국민들을 의노(義怒)캐 하고 있기 때문일 게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놓는 해법은 없는 걸까

이런 비정상의 구석들은 비단 오늘만의 현상은 아니다.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현상들이 고쳐지거나 바로잡혀지지 않은 채 마치 정상적인 것처럼 계속 되풀이 되고 있다는 데 있다. 아마도 ‘비정상을 바로잡지 못한 역대 정권의 무능과 매너리즘, 시간만 지나면 쉽게 잊는 우리 국민들의 타성적 망각증세’가 어우러져 빚어낸 산물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이런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놓는 해법은 없는 걸까? 물론 있다. 그건 바로 ‘국가가 국민에게 바라는 바를 국민에게 해주는 일’이다. 정말 단순하고 평범한 이치이다. 예컨대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는 지난 대선 때 여야 모두가 내걸은 대국민 공약이었다. 그럼에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은 ‘위헌 소지’ 운운하며 일찌감치 국민과의 약속을 깼고, 야당도 지방선거 패배가 두려워 마침내 약속 이행 공언을 접었다.

‘잘못된 공약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당이나 ‘선거 패배가 두려워’ 국민여론 조사를 볼모로 막판 뒤집기를 한 야당이나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건 마찬가지다. 그러고도 서로 상대 탓만 하고 있는 꼴을 보면 정말 대단한 철면피들이다. 그들의 마음에는 오직 ‘내 당’, ‘우리 당’만 있을 뿐이며 그들의 안전(眼前)엔 국민이란 없다. 부연하면 국민에 대한 두려움도, 국민에 대한 사랑도 없다는 얘기다.

‘국민이 원하는 바를 해줌’이 해법의 실마리

국민들은 국가정보원이 대선 개입이나 간첩 증거 조작이나 하는 그런 불명예의 낙인이 찍힌 기관이 아닌 정녕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중추기관으로 새롭게 나기를 바라고 있다. 북한 무인항공기 침투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등 그 어떤 도발도 허용치 않는 강력한 안보국가로 발돋움하기를 소망하고 있다. 국민에게 위화감을 조성하는 대기업의 고액연봉 잔치도, 재벌 회장의 황제노역 특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불평등도, 세 모녀 집단 자살과 같은 안타까운 사건도 이 땅에서 사라지길 바라고 있다.

국민들은 열심히 일하면 가난한 이가 부자가 되고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는 그런 평등의 사회, 부정과 부패, 비리와 부정이 발붙이지 못하는 정의로운 사회, 관심과 소통, 배려와 나눔, 복지가 샘솟아 흘러넘치는 사랑과 온정의 사회를 갈망하고 있다. 과연 국민들의 이런 소박한 꿈이 이루어질 세상이 올까?

이용웅(본 클럽 회원 / 연합뉴스 前 충청취재본부장)
 

이용웅  mo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