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는 중앙통치 구조를 벗어날 수 없는 허울 좋은 이름뿐인가. 지방자치제 부활역사는 23년이나 됐다. 머지않아 또다시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중앙통치와 지방자치 의미를 또 한 번 되새기게 한다.

1991년 지방자치가제가 부활된 이후 1999년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이양촉진 등에 관한 법률’, 2003년 ‘지방분권 특별법’, 2008년 ‘지방분권 촉진에 관한 특별법’ 등 여론이 비등할 때마다 비슷한 법 규정은 거듭 만들어 졌지만, 정작 오늘의 지방자치현실은 별로 진전이 없다. 국회나 중앙정부의 기득권에 눌려 자치단체들마다 자치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는 지방자치 선거가 ‘지방에 의한’, ‘지방을 위한’ 선거가 아니라 하부조직으로 예속화하려는 중앙정치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기득권자인 중앙정부가 행정통치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완전하게 이양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공천권에 눌려 지방자치선거는 대선(大選)과 총선(總選)을 위한 중앙당의 하부조직기능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 행위의 법률적인 최종 행정권한 대부분이 아직도 중앙정부가 관장하고 있다. 정치도, 통치도 명분만 ‘지방자치’를 내걸었을 뿐 실제로 행정수요자인 지방자치단체는 인구, 산업, 주택, 교육, 문화, 복지 등 지역의 민원마저도 결정권 없이 경유처리 기능에서 주춤대고 있다.

물론 자치단체로 이양치 못할 행정통치권한도 상당부분은 있다. 국가의 전체균형을 유지해야 할 국토개발계획이나, 국방, 외교, 또 일부 세제문제 등 중앙정부 통제가 해야 될 국가적 특수사무권한 이외, 대부분의 민생행정권한은 자치단체로 이양해주는 게 맞다. 그러나 법률, 부령, 예규, 지침, 규정 등의 다양한 하위법령으로 많은 부분 중앙통치권한이 아직까지도 지자체에 이양되지 않고 있다.

통치권한이양이 지연되는 이유도 물론 있다. 일정기간, 일정지역, 일정규모별로 예비시행을 통한 장단점 보완과정 없이 전국 동시에 시행된 지방자치부작용이 지금도 곳곳에서 들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거직인 자치단체장 대부분이 정치경험은 있을지라도, 지방자치행정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젠 행정실수요자인 민초들의 의식수준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행정권한 이양으로 우려되는 부작용보다는, 이양지연으로 발생되는 지방 민초들의 불이익이 더 커지고 있다. 권한을 이양하면 기존의 중앙통치위상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는 중앙정부의 타산적 욕심은 버려야 한다. 또 입법적 뒷받침을 해주어야 할 국회의원들마저도 중앙정부부처와 이해타산이 맞물려 행정권한 지방이양에 소극적이다. 중앙정부의 통치 권력이 줄어들면 국회의원들의 위상영역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는 타산작용 때문이다.

심지어는 기초의원 공천제를 폐지하겠다는 대통령공약마저 짓밟은 것도 국회의원들이다. 선거 때마다 공천권으로 누리는 유형, 무형의 기득권 때문임을 민초들은 알고 있다.

겉으로는 지방자치 애드벌룬을 띄워놓고, 정작 지방자치단체가 행사해야 할 행정권한은 아직도 상당부분 옛날 중앙통치방식 그대로다. 대부분 조항마다 ‘단서’로 규제되고 있는 지방자치법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지방자치선거가 다시 코앞으로 다가서고 있다. 민생과 직결되는 자치단체 행정권한 확보문제를 이젠 주종화두로 삼아야 한다. 자치단체장도, 자치의회도 행사장이나 잔치 집 찾아다니며 얄팍한 표심 챙기는데 만 열심이었을 뿐, 지역특성에 맞는 자치발전 시책을 자율적으로 기획하고, 결정하고, 시행하려는 열성도 부족했고, 또 지방자치법 연찬도 부족한 게 문제였다.

중앙정부가 행정권한이양을 지연시킴으로 초래되는 자치단체별 손실은 산술로 계산키 어려울 만큼 막대하다. 농촌지역에서 도시행정이 부당한 것처럼, 지방자치는 각 지역별로 특색에 맞는 행정이어야 한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틀켜 잡고 있는 행정권한을 대폭 지방으로 이양해줘야 된다. 박근혜정부도 출범초기“지방자치를 위한 중앙권력 지방분권이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앙통치와 지방자치는 구분돼야 한다.

류인석(본 클럽 회원 / 전 경향신문중부본부장)
 

류인석  mogy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