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립대학교에서 벌어졌던 간호사들의 스트라이크 전말 실화다. 사건은 수련으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서 일에 쫓기는 의사와 간호사간의 잘 잘못 시비가 발단이 되어 일어났다. 의사가 한 간호사를 벽에 밀쳐놓고 청진기 줄로 목을 감은 것이다.

발끈한 간호사 백팔십여 명은 문제의 의사를 살인미수자로 몰아세우며 거세게 파면을 요구했다. 매일 일정한 시간, 강당에 모여 농성을 계속 했다. 이런 진통이 무려 한 달이나 계속됐다. 병원장으로서는 쌍방의 잘 잘 못을 가려 징계위원회에 회부 처리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로서는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실수를 저지른 의사를 어떻게든 살려내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뾰족한 수는 점점 더 찾기 어려웠다. 달리 방법을 찾지 못한 원장은 나름의 사과방법을 마련, 제자를 만나 상의했다. ‘내가 말한 대로 해보게. 그래도 간호사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수련을 중단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네.’

벽에 밀쳐놓고 청진기 줄로 목을 감아

고개를 끄덕이는 제자를 데리고 간호사들이 농성하는 강당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을 본 간호사들은 더욱 목청을 높였다. 강당이 떠나갈 듯하던 아우성이 좀 잦아들기를 기다려 병원장은 먼저 마이크 앞에 섰다.

“여러분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라도 제 동료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넓은 차원에서 한 번만 더 생각해 주세요...그리고 이 의사가 갈 때는 가더라도 사과의 말이라도 하고 가겠다는데 그것마저 받아 드리지 않는다면 도리가 아니지 않습니까?”

날카로운 간호사들의 눈길을 받으며 백지장처럼 하얘진 얼굴로 병원장의 제자가 말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를 청하며 제자는 무릎을 꿇었다. 이어 병원장이 나섰다. “병원 책임자로서 이번 사건에 대해 통감합니다. 제가 참으로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도 여러분에게 크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무릎을 꿇겠습니다.”

"사죄하는 마음으로 무릎을 꿇겠습니다"

강당이 일순 조용해졌다. 수간호사 몇 명이 황급히 뛰어 나왔다. “아유...원장님이 이렇게까지 그만 일어나세요.” 수간호사들이 두 사람을 억지로 일으켜 강당 밖으로 내보냈다.

강당에서는 난상토론이 이어진 끝에 결국 제자는 용서를 받고 수련을 계속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하든지 사랑하는 제자가 수련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징계권을 발동하지 않고 제자와 함께 무릎을 꿇었던 병원장의 폭넓었던 간호사 스트라이크 해법은 지금도 그 대학병원에 전설처럼 내려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신묘한 효력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천규(본 클럽 고문 / 전 대전MBC 상무)
 

박천규  mo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