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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를 잡았던 흔적' 정당한 근거를 찾을 수 없음<강구일의 사진으로 보는 우리말>21. 터무니없다

“ 터무니없는 소문을 내서 사람을 골탕 먹이다니!”
“저 의원은 터무니없는 공약을 남발했다.”

우리는 이처럼 "터무니없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터무니는 ‘터’와 ‘무니’가 합쳐서 이루어진 단어이다. 여기서 터는 땅이란 뜻을 가진 더, 덜, 덛 등이 고어로 건축물이 서 있는 자리를 의미한다. 흔히 말하는 집터이다.

‘무니’는 무늬(흔적 또는 물건의 겉에 나타난 모양)가 변화한 말이다. 그래서 터무니는 땅의 무니, 즉 '터를 잡았던 자취'라는 뜻이다. 무엇이 있었는가를 알 수 있는 증거라는 이런 의미가 확대돼서 정당한 이유나 근거라는 뜻으로도 사용하게 됐다.

   
▲ 주춧돌과 5층석탑 등이 남아 있어 터무니를 알 수 있는 부여 정림사지
 
옛날에는 집에 사람이 살지 않으면 비바람을 맞아 무너졌다. 시간이 더 흘러도 웬만하면 집이 있었던 흔적은 남았다. 그렇지만 흔적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대규모 개발로 인해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가 돼서 무엇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이처럼 집을 지었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경우에 "터무니없다"고 한다. 이런 의미가 변해서 전혀 근거가 없거나 이치에 닿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터무니없다"가 줄어서 된 말이 "턱도 없다" 이며, "택도없다"는 사투리이다.

일본 아베 정권은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부정하려 애쓰고 있다. 지난 2월28일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고노 담화를 검증할 조사팀을 만들겠다"며 이 담화의 무력화에 나섰음을 밝혔다. 또 사쿠라다 요시타카 문부과학성 부대신은 지난 3일 고노 담화 수정 요구 집회에 참석해 "위안부는 거짓말"이라며, 날조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다.

나카야마 나리아키 중의원은 8일 한 강연회에서 “한국 여성은 거짓말만 하고 있다”, “부끄러움이라는 개념이 없다”는 등 위안부와 관련해 터무니없는 망언을 늘어놓았다. 이와 같은 일본 우익 인사들의 터무니 없는 망언은 그동안 수없이 계속돼 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윤병세 외교부장관은 지난 5일 유엔인권이사회에서 강제 성노예 이른바 위안부(enforced sexual slavery, so called comfort women)라는 표현을 써서 일본의 터무니없는 짓을 힐난했다. 외교적으로 강공을 편 것이긴 하나 너무 늦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해방된 지 60년이 훨씬 넘었는데 이제야 한국의 장관이 처음으로 유엔에서 위안부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본은 자신들이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 놓은 각종 증거자료가 즐비하고, 피해자들이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을 해도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그나마 1993년 고노 담화에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한국정부는 갖가지 이유를 들어 위안부 문제를 소홀하게 처리해왔다.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 동안의 대응은 미흡하고 무사안일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제라도 정부는 단순한 위안부가 아닌 성노예(enforced sexual slavery)였음을 국제사회에 강력하게 주지시키고, 일본이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한다.

반인도적이고 비인간적인 성노예를 동원하고서도 사실 은폐에 급급하고 나아가 피해자들을 욕되게 하는 망언을 일삼는 일본인들에게 합당한 외교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래서 일본인들이 더 이상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강구일(대전문화타임즈 편집위원)

   
 
※대전일보와 중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한 필자는 사학과 출신답게 우리 지역의 지명을 비롯한 뿌리찾기에 관심이 많다. 앞서 대전문화타임즈 편집위원으로 <대전 지명 이야기>를 통해 우리 지역의 지명에 대해 역사적 흔적을 찾아 발로 뛰며 지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보였다

기사출처<대전문화타임즈  www.dmtimes.co.kr>


 



 

강구일  ki327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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