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마음대로 부리기 위해 코를 뚫고 코뚜레를 했다. 코뚜레를 한 소는 주인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소를 제대로 부리기 위해 발명한 것이 코뚜레이다. 처음에는 소를 이용하기 위해 목이나 배, 다리 등에 줄을 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불편했고, 커다란 덩치에 힘도 센 소를 통제하는데 효과적이지 못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소의 코를 뚫어서 쉽게 제압하는 방법이었다.

송아지의 코를 뚫고 막대기를 관통시킨 후 둥근 모양으로 만들어 이곳에다 줄(고삐)을 매달았다. 나무로 만든 둥근 고리가 코뚜레(쇠코뚜레)이다. 코+뚫+에가 코뚜레가 됐다. 코뚜레는 주로 노간주나무로 만들었는데 느릅나무나 향나무 등을 이용하기도 했다. 

코뚜레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노간주나무.(일명 코뚜레나무)

코를 뚫은 소를 바로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넓은 판자 위에 큰 바위를 올려놓고 이것을 끌도록 길들였다. 송아지가 처음에는 제 마음대로 움직이지만 고삐를 당기면 코가 아프기 때문에 말을 듣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려(이랴)’, ‘쩌쩌’, ‘워워’라 하면서 주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고삐를 당기거나 등을 치면 고통을 기억하는 소는 주인의 말을 듣는다.

코 부위는 살이 연하고 민감하여 저항하면 아프기 때문에 초등학교 1, 2학년생들도 커다란 소의 고삐를 잡고 소를 몰고 다닐 수 있었다. 요즈음 대규모로 소를 기르는 곳에서는 소를 끌고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에 코뚜레를 하지 않는다. 소들이 코를 뚫리는 고통은 당하지 않는 셈이다.

소의 코를 뚫어서 막대기로 꿰는 것처럼 사람도 코를 꿰이는 경우가 있다. 이때 코뀄다고 한다. ‘코꿰다’라는 말은 코를 뚫린 소처럼 약점을 잡혔기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즉 상대방의 의도대로 질질 끌려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한편 우리 선조들은 소를 집터를 지키는 상징동물이라고 믿었다. 사람이 코뚜레를 꿴 소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기 때문에 기가 센 터도 소를 이용한 주술로 다스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나 일이 잘 안 풀릴 때 그리고 성공을 위해서 코뚜레를 집안에 걸어서 복을 기원했다.

특히 터주(地神)가 새로 든 사람에게 심술을 부려 일이 제대로 안되고 좋지 못한 일이 생긴다고 믿어질 때 대문이나 방문 위에 소코뚜레를 걸어 놓았다. 암소보다는 힘센 황소가 사용하던 것일수록 효과가 크다고 믿었다. 이를 통해 만사형통하고, 자손이 번성하며, 복은 들어오고 액은 막으며, 부자가 될 것을 희망했다.

터주를 ‘잘 모시기 위해’ 터주자리, 터주항아리, 터주오쟁이 등을 만들었는데 코뚜레는 이와 반대로 터주의 ‘기를 꺾어’ 사람 뜻대로 다스리기 위한 주술물이었던 셈이다.

코뚜레를 방문이나 대문 앞에 걸어놓아 터주의 기를 다스리려 했다. 때로는 엄나무와 함께 걸어놓기도 했다.

요즘에는 이사나 개업을 할 때 등 축하를 하기 위해 코뚜레를 선물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을 위해 별도로 제작된 코뚜레가 판매되기도 한다.

코뚜레를 대신해 엄나무를 사용하기도 했다. 엄나무에는 날카롭고 굵은 가시가 잔뜩 돋아나 있어 잡귀나 병마가 감히 접근하지 못한다고 여겨 대문이나 방문 위에 걸어 놓았다.

판매하기 위해 진열해 놓은 코뚜레

강구일(대전문화타임즈 편집위원) 

대전일보와 중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한 필자는 사학과 출신답게 우리 지역의 지명을 비롯한 뿌리찾기에 관심이 많다. 앞서 대전문화타임즈 편집위원으로 <대전 지명 이야기>를 통해 우리 지역의 지명에 대해 역사적 흔적을 찾아 발로 뛰며 지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보였다
 

기사출처<대전문화타임즈  www.dmtimes.co.kr>

 

강구일  ki327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