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는 일찍이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인간의 기본 도리다.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음을 부끄러워할 줄 안다면, 가히 부끄러움이 없다고 할 만하다.”고 설파했다. 또 공자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부끄러워 할 줄 알라”고 타이른다. 윤동주 시인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기를 노래”했다.

부끄러움, 즉 염치를 논하는 것은 비단 동양 사람들뿐만이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염치를 찾기는 마찬가지다. 외국의 어느 작가는 “인간은 부끄러움을 아는, 아니, 부끄러움이 필요한 유일한 동물”이라고 역설했다. “가장 파렴치한 자도 명예는 좋아하며, 또 죄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도 부끄러운 일에는 움찔한다.”는 서양속담도 있다.

부끄러움에 대한 금언절구(金言絶句)를 나열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그러나 오늘에도 고위층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허황된 부귀영화를 탐하다 들통 나 부끄러운 범죄자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사라지질 않고 있으니 안타깝다. 그보다도 더욱 심각한 것은 부끄러움을 부끄러움으로 생각하지 않는 파렴치한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자들도 파렴치, 몰염치한 사람들이 늘어나기는 마찬가지다

오늘의 세태에서 부끄러움은 성(性)에 구별도 없다. 업종의 구별도 없어졌다. 여자들도 파렴치, 몰염치한 사람들이 늘어나기는 마찬가지다. 종교계도, 문화예술계도 부끄러움에서 자유스럽지 못하다. 부끄러움 때문에 매스컴을 오르내리는 것은 특정장르뿐만 아니다. 남자의 부끄러움에 보태지는 여자의 부끄러움은 시대의 부끄러움까지 가중시킨다.

부끄러움으로 만연된 세태는 누가 누구에게 손가락질 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부끄러움을 파괴시킨 파렴치가 오히려 도도하다. 염치를 누가 모두 먹어치웠나. 실종된 양심을 어디서 찾아야 하나. 무엇이 그토록 순진하던 양심을 오염시켜버렸나. 원인은 파렴치한 지도층, 권력층 집단의 부정비리 때문이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도 맑다는 속담은 그냥 속담이 아니다. 그토록 헐벗고 배고프던 때도 부끄러움만은 지켜졌었다. 오늘의 처방은 부끄러움을 깨닫는 양심과 염치회복이다. 작은 잘못에도 가슴 콩닥대며 얼굴 빨개지던 부끄러움을 찾아야 한다. 부끄러움의 회복은 “나를 찾는 자아의식과 윤리의식 재건”이다.

부끄러움의 회복은 “나를 찾는 자아의식과 윤리의식 재건”

‘부끄러움’이란 자아의 정립과 통제를 추구하기 위한 ‘자기 처벌’의 표현이다. ‘자기처벌’은 “자아(自我)의 성찰과 냉혹한 반성”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기초인 양심을 상실한 인간들에게 자기처벌을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 할지도 모른다. 자기 수양이 전제되지 않는 한 부끄러움은 거듭 부끄러움으로 누적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은 부끄러움을 일깨워주는 제도운영이다. 유치원에서부터 초․중 ․고 대학까지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교육제도가 거의 없다. 윤리도덕, 역사관, 애국관 등의 가치관교육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 중국 관자(管子)는 “예의와 염치는 나라를 유지하는 수칙”이라 강조하고 “이 수칙이 잘 지켜지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경고했다.

공자도 “법률이나 형벌만으로 민중을 다스리면 부끄러움을 잃는다.”며 “도덕과 예지로써 다스려야만 민중이 부끄러움을 잃지 않는다.”고 역설했다. 아무리 엄하다 해도 실정법만으로 짓밟힌 부끄러움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는 없다. 법률을 마구 만들어 죄인을 늘이는 것은 오히려 부끄러움을 더욱 짓밟는 것이다.

류인석(본 클럽 회원 / 전 경향신문 중부본부장)
 

류인석  mo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