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대전일보>

갑오년(甲午年)새해는 ‘볼 게 너무 많은 빅 이벤트의 해’가 될 듯싶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지난 계사년(癸巳年)보다 이슈가 더 많은 한해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시끄럽지 않은 해가 어디 있었을까마는, 지난해야말로 엄청났던 한해였었다.

큰 것만 골라보자.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의혹사건과 통합진보당 이석기의원의 내란음모사건, 북한 장성택의 피비린내 나는 숙청사건, 채동욱 검찰총장의 낙마사건, 윤창중 성 스캔들 사건 등이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이뿐이 아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대화록 사전유출 및 폐기의혹, 동양종금사태, 철도노조의 장기파업사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의 추징금 등 굵직한 사건 사고들이 이어졌다. 이 같은 큰 사건 대부분은 첫 출범한 박근혜정부의 발목을 지난 1년 내내 붙잡았다. 여야정치권은 사사건건 충돌하고 싸움질로 일관해 우리 사회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다만 야구의 류현진• 추신수와 골프의 박인비 등 스포츠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상은 국민들을 다소 위로 해줬다.

그러면 올해는 어떨까. 올해도 지난해 못잖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해부터 북한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연초부터 일본은 아베총리의 야스쿠니신사참배 등 도발적인 외교와 우익화로 치닫는 행보로 우리와 중국은 물론 전 세계의 지탄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나라밖뿐만 아니라 국내도 시끄러울 것 같다. 역사교과서채택문제로 연초부터 시끄럽고, 의료인들의 시위도 자칫 의료대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6월4일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지방선거도 있다.

올해도 지방선거•의료파업•역사교과서 문제 등 이슈 산적

모두가 조용하고 합리적으로 해결되고, 처리되고, 치러져야 하는데 걱정이다. 무엇보다 경제가 잘 풀리는 게 우선이다. 경제가 활성화돼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중산층이 안정되어야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박근혜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그 어느 분야보다 경제 살리기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니 일단 기대를 걸어본다. 박근혜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의 6,4지방선거는 여야의 피 터지는 싸움으로 정국을 더욱 큰 혼란 속에 빠지게 할 수도 있다.

알려진 대로 올 갑오년은 청 말띠의 해다. 청말은 역동성과 성공, 부(富), 강인함, 승승장구(乘勝長驅)를 의미한다. 이에 걸맞게 올해는 스포츠팬들에겐 더 없이 좋은 해다. 각종 스포츠이벤트가 잇따라 열리기 때문이다. 최근 수 십 년 동안 이렇게 굵직굵직한 대회가 한 해 동안 열리는 해가 있었을까? 그야말로 날이면 날마다 스포츠로 사는 한해가 될 듯싶다. 스포츠에 날을 새고 지는 한해가 될 것 같다. 모든 일상사가 스포츠에 빨려드는 한해가 되지 않을까?

그중의 으뜸은 누가 뭐라 해도 월드컵축구다. 오는 6월13일부터 7월14일까지 열리는 브라질월드컵에 한국은 8연속 출전으로 8강을 노린다. 한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이후 최고의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우선 대진표가 좋다. 러시아, 벨기에, 알제리와 한 조다. 브라질, 스페인, 아르헨티나, 독일, 영국 등 강호들을 모두 피해 대진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16강 예선통과를 장담할 순 없다. 상대방 역시 우리와 한조가 된 걸 좋아하고 있다.

둘째는 소치동계올림픽이다. 오는 2월7일부터 23일까지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세계 톱 텐을 바라보고 있다. 금메달 7개로 7위를 목표한다. 차기 평창 동계올림픽개최국으로서 당연히 달성해야 할 목표다. 가장 비상한 관심을 끄는 종목은 동계올림픽의 꽃인 피겨스케이팅으로 김연아의 2연패를 바라고 있다. 또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이상화 모태범에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고, 남녀 쇼트트랙에서도 단체와 개인메달을 따 줄 것이 기대된다.

그 다음으로는 인천아시안게임이다. 9월19일부터 10월4일까지 열리는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종합 2위를 확신하고 있다. 86년 서울, 2002년 부산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열리는 대회로 5회 연속 종합 2위를 기대하고 있다. 양궁 태권도 레슬링 유도, 역도, 골프 등 황금종목과 사격, 펜싱, 복싱, 체조, 볼링 등 기대종목, 조정 사이클, 정구, 테니스, 배드민턴, 수영, 농구, 야구 축구, 배구 등 많은 종목에서 폭넓게 금, 은, 동메달을 따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드컵•동계오륜•亞洲경기, 류현진•추신수 등 볼 것 많아

그런데 이상의 스포츠는 모두가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국제대회다. 국가경쟁이 아니면서 시선을 끌고 있는 스포츠가 있으니 프로야구와 골프다. 나는 이 두 종목을 상당히 좋아한다. 1998년 지역 출신 박세리가 美 LPGA에서 우승한 이후 16-17년간 한국여자골프는 세계여자골프의 최강국으로 우뚝 서 왔다. 김미현, 박지은, 장정, 한희원, 신지애, 최나연, 김인경, 유소연 등이 계속해서 우승했고, 지난해에는 박인비의 잇단 우승에 새벽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필자는 골프시즌이면 TV위성중계를 보느라 일요일과 월요일에는 새벽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배었다. 더욱이 지난해는 류현진과 추신수의 활약상도 수시로 중계돼 기쁨이 배가됐다. 2013년에 뛰어난 성적을 올렸던 이들은 올해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 확실하다. 류현진이 소속한 LA다저스와 대박을 터뜨리며 이적한 추신수의 텍사스 레인저스는 모두가 우승후보로 국내 야구팬들은 그 어느 해보다 미국프로야구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게 됐다.

두 팀이 챔피언시리즈에 오를 경우 류현진-추신수의 투타대결도 가능하다. 이뿐 아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이대호도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오릭스 버팔로스에서 3할0푼3리의 타율과 24홈런, 91타점으로 크게 활약했던 이대호는 소프트뱅크로 이적한 후 처음 맞는 2014년에도 큰 기대를 모은다. 소프트뱅크는 재일동포 손정의 씨가 만든 IT재벌로 규슈의 후쿠오카가 연고지다. 올해 한신 타이거즈에서 뛰는 끝판 왕 오승환에게도 기대가 크다.

재일동포가 많은 오사카와 고베지방을 연고로 하고 있어 큰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최근 스타선수를 미국과 일본으로 뺏긴 국내프로야구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2012년 700만 관중을 넘겼던 국내프로야구는 지난해 644만 명으로 되레 줄었다. 전년도에 박찬호 김태균, 이승엽, 김병현의 복귀로 715만 명을 넘어섰지만 지난 2013년에는 류현진의 메이저리그행과 9구단체제로 인한 한 팀의 휴식, 월드베이스볼 성적부진 등으로 인해 644만 명에 그쳤다.

국정안정, 日•中과의 관계 개선해야 맘껏 즐길 여유 가져

올해 대망의 700만 명을 넘길 것인지는 최대관심거리다. 오승환 윤석민의 해외진출과 월드컵 축구, 아시안게임 등 악재를 뛰어넘을지 주목된다. 한 팀 2명으로 제한했던 외국인 용병규정을 3명으로 타자 1명 늘린 게 관중동원에 얼마나 큰 효험이 있을지 궁금하다. 최근 실종된 홈런이 많이 늘어나고, 타저투고(打低投高)현상이 없어져 타격전이 되살아난다면, 야구가 재미없다고 야구장을 등졌던 팬들이 다시 발길을 돌려 700만 관중동원은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올해 이 같은 용병 증가가 관중몰이에 어느 정도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록 해외스포츠 빅 이벤트가 많아도 골수팬들이 있어 700만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나는 용병제도보완과 함께 가장 팬이 많은 롯데와 한화의 올해 성적상승이 관중동원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믿고 있다. 한화 롯데 모두 알차게 전력보강을 했기 때문. 한화는 지난해의 꼴찌수모는 면할 것이다. 4강을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대어 몇 명 잡았다고 4강이 가능할까?

올 프로야구는 많은 변화와 팀 간 전력 평준화로 상당히 재미있을 것이다. 올 시즌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이밖에 한창 진행 중인 프로 농구와 배구도 그 어느 해보다 순위싸움이 치열해 재미가 있다. 올 스포츠는 그야말로 볼거리가 넘치는 한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볼거리가 많아도 나라가 안정적으로 돌아가야 맘 놓고 즐길 수가 있다. 정치권이 안정을 찾고, 정부가 제 역할을 수행하며 북한 일본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볼거리가 아무리 풍성해도 나라가 시끄럽고 주변국과의 관계가 계속 안 좋다면 불안해서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정부여당이 어떻게 국정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문제다. 요즘 건배사로 ‘박, 근, 혜’가 유행한다고 한다. ‘박’은 ‘박수 받는 대통령’, ‘근’은 ‘근심 없는 국가’, ‘혜’는 ‘혜택 받는 국민’이다. 박대통령의 뛰어난 영도력이 국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으며, 대한민국의 근심걱정이 사라지고, 경제 활성화로 국민모두 혜택 받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

권오덕(본 클럽 회원 / 전 대전일보 주필)
 

권오덕  mo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