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사냥 무형문화재인 박용순씨가 시치미를 단 매를 살펴보고 있다

길들인 매를 시켜서 꿩이나 토끼 등을 잡는 매사냥은 그 역사가 매우 오래 됐다. 고대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에서 크게 성행 하였고, 중국에서는 원나라 때 유행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 이전부터 매사냥이 성행하였다. 고려시대에는 매사냥이 귀족층 사이에서 성행되어 매의 사육과 매사냥을 담당하는 관청인 응방을 두었을 정도이다. 매사냥은 민간에도 크게 확산되어 일제강점기에는 거의 전국적으로 행해졌다.

매사냥을 하려면 매를 키우고, 훈련을 시키는 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잘 훈련된 매도 사냥을 나갔다가 집을 찾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집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매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적당한 대책을 마련했다. 이것이 ‘시치미’이다.

‘시치미’는 매의 주인을 알 수 있도록 소유자의 이름과 주소를 적어 매 꽁지 위의 털 속에 매어두는 네모진 뿔이다. 매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단장고(端長鼓)라고도 한다. 오늘날에는 시치미를 깃털 끝에 방울과 함께 단다. 시치미에는 주소와, 이름, 전화번호 등을 적는다.

▲ 매에게 달기 전의 시치미

그런데 매 사냥에 쓰이는 매를 보고 욕심이 생긴 사람들이 간단하게 시치미를 떼어내고 마치 자기 매인 것처럼 행동했다. 이 경우 매 주인은 매를 찾기 힘들고, 찾더라도 자기 매라는 것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원나라의 귀족층 사이에 매사냥이 크게 유행하자 원나라는 고려에 우수한 매의 조공을 과다하게 요구했다. 이에 따라 매가 더욱 귀하게 됨에 따라 시치미를 떼어 버리는 일이 자주 생겼다고 한 다.

▲ 소유자, 주소, 전화번호 등이 적힌 시치미의 끝 부분

이처럼 시치미를 떼는 데서 유래돼 ‘시치미를 떼다’는 알고도 모르는 체, 하고도 안한 척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 됐다. 요즘에는 이런 뜻을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 ‘시치미를 뚝 뗀다’고 말한다. 시치미를 떼다는 ‘닭잡아 먹고 오리발 내민다’는 속담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입을 씻다’나 ‘떡 먹은 입 쓸어 치듯’과 같은 뜻이다. 시치미의 준말은 시침이다. 쌀쌀맞게 시치미를 떼는 성격을 지닌 사람을 새침데기라고 한다.

한편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매사냥을 익힌 박용순씨는 매사냥으로 대전시무형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매사냥은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최근 청와대는 조 모 행정관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 사건과 관련해 채 모 군의 개인정보 유출 과정에 개입했음을 발표했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지난 4일 “청와대와 관계없는 개인적인 일탈행위“라고 말했다. 오철민 문화수석도 5일 ”행정관의 개인 일탈행위“임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국정원 직원 대선 댓글활동에 대해 개인적 일탈임을 주장했다. 정상적인 대북 심리전 활동이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정확한 지침이 없어 일탈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 사이버 사령부 요원들의 대선 댓글작업이 논란이 됐을 때도 ‘별도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며 개인적인 행동이라고 변명했다.

이런 사건들에 대한 전후 상황을 볼 때 국민들이 개인적 일탈이라고 믿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관계자들은 시치미를 떼는데 급급한 양상이다. 언제까지 진실을 밝히는 것을 외면한 채 시치미를 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강구일(대전문화타임즈 편집위원)

※대전일보와 중도일보에서 기자 생활을 한 필자는 사학과 출신답게 우리 지역의 지명을 비롯한 뿌리찾기에 관심이 많다. 앞서 대전문화타임즈 편집위원으로 <대전 지명 이야기>를 통해 우리 지역의 지명에 대해 역사적 흔적을 찾아 발로 뛰며 지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선보였다.

기사출처<대전문화타임즈  www.dm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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