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른 아침 시내에 나가보면 많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폐휴지 등 재활용 쓰레기를 가득 실은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두꺼운 허름한 옷에 털모자, 하얗게 입김이 서려나오는 입마개에 두꺼운 장갑을 끼고 손수레를 끌며 힘들어하는 모습들이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한 직장에 다니는 청년은 여느 때처럼 늘 다니던 회사 인근에 있는 한 식당을 찾았다. 식당에서 자랑하는 먹을거리를 시켰다. 시킨 것은 식당 근처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 많은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비교적 맛있고 싸서 인기를 끄는 먹을거리. 그가 앉은 자리는 식당출입정문을 정면으로 마주 한 자리라 드나드는 사람들의 면면도 볼 수 있는 자리.

‘총각 내 밥값 좀 내주면 안 돼?

시켜 놓은 음식을 기다릴 때 80대 할머니 한분이 들어오셨다. 할머니는 여기저기 둘러보더니 식당 홀 구석으로 가 홀로 앉으셨다. 할머니에게 다가가 주문을 받은 식당 여사장은 배식하고 주문하기에 무척 바빴다. 좌석을 차지하고 앉았던 많은 손님들은 한 테이블에 앉은 동행끼리 담소를 나누며 점심을 즐겼다.
시간이 좀 지나자 계산대로 나가는 손님이 한 사람 한 사람씩 늘었다.

계산대로 나가던 손님들은 식당 한 구석에서 여사장과 할머니 사이에서 귀에 거슬리게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힐끗 힐끗 쳐다보며 나갔다. 계산대로 나가던 청년도 그곳을 쳐다보았다. 이 때 구석자리에 앉았던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할머니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 ‘총각 내 밥값 좀 내주면 안 돼?’라며 하소연 하듯이 쳐다보았다. 총각은 머뭇거리지 않고 여 사장에게 ‘할머니 밥값은 제가 낼 게요.’ 이에 여 사장은 ‘왜 손님이 할머니 밥값을 내려고 해요?’라더니 못이기는 척 받았다.

할머니는 나가면서 총각에게 몇 번씩 고맙다고 인사. 총각은 직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할머니의 점심값을 내드린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고 혼자 느끼며 ‘좋은 일 하나했군!’하며 흐뭇하게 여겼다. 다만 할머니가 밥값을 내줄 수 없느냐고 말씀하기 전에 내드렸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생각에는 부끄러웠다.

점심때면 그 식당을 찾으며 혹시나...

그 날 이후로도 그 총각은 거의 빠지지 않고 점심때면 그 식당을 찾으며 혹시나 하며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밥값을 대신 내드린 지 1주일 쯤 지나 식당 홀 안 지정좌석처럼 앉는 자리에 앉아 주문한 것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식당 출입문이 살며시 열리며 그 80대 할머니가 들어오시더니 좌석을 두루 돌아보시다가 눈이 마주 치자 다가 오셨다.

점심 드시려고 오셨냐는 인사에는 아무런 대꾸도 않고 호주머니를 뒤지셨다. 손 안에 든 무언가를 ‘지난번에 참 고마웠다’며 총각의 손에 쥐어주었다. 5천원 권 한 장. 총각은 할머니 뭐 사서 드시라며 사양했으나 한사코 건네고는 곧 바로 되돌아나가셨다.

날씨가 추워지며 이른 아침 휴폐지 등 재활용품을 수집하러 손수레를 끌고 다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모습이 더 많아 보이는 요즘이다.

박천규(본 클럽 고문 / 전 대전MBC 상무)
 

박천규  mo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