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가 천신만고 끝에 연패를 끊었다. 16․17일 대전 한밭구장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의 시즌1,2차전을 모두 이겨 13연패 끝에 2연승을 올리며 하위탈피에 청신호를 올렸다. 16일엔 바티스타의 선발 역투와 거포 김태균의 역전 투런 홈런 등으로 6대4 역전승을 거두었고, 17일에는 6회 4대3으로 전세를 뒤집은 후 선발요원인 유창식, 김혁민까지 투입하는 강수 끝에 짜릿한 한 점차 승리를 거두었다.

▲17일 대전광역시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 앞서 다문화가정 대표소년이 시구를 하고 있다. 왼쪽은 이날 선발 한화의 이브랜드.<사진=한화이글스 제공 / 대전일보>

첫날 0대4, 둘째 날 1대3으로 뒤질 때만해도 “또 지는구나”하는 악몽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러나 한화는 ‘13연패할 때까지의 한화’가 아니었다. 비록 첫날 초반 야수들의 실책 등으로 4점을 빼앗겼지만 11개의 삼진과 6피안타 4실점(2자책점)으로 호투한 바티스타와 김태균의 투런홈런을 포함한 4타점 맹타에 힘입어 대역전승을 일구어냈다.

둘째 날에도 상대방의 실책에 편승해 역전을 이룬 후 선발요원인 유창식, 김혁민에 이어 마지막에는 전날 3과3분의1이닝을 던진 송창식을 투입해 게임을 마무리했다. 마치 코리안시리즈를 보는 느낌이었다. 워낙 연패가 길었던 탓에 내일을 염두에 두지 않는 선수기용을 할 수밖에 없는 작전이었다. 조금 무리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연이틀 세이브를 올린 송창식의 역투는 빛났다.

끈질긴 투혼․공수 응집력 살아나 하위탈피 청신호

13연패할 때까지 한화는 투타에서 무기력하기 그지없었다. 앞서가던 경기도 쉽게 역전당하고 그렇지 않으면 1회부터 쉽게 점수를 내주며 질질 끌려가는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NC와의 2연전은 달랐다. 1차전 1․2회 야수들의 실책이 빌미가 되어 4점을 빼앗겨 4대0으로 리드 당했어도 전혀 위축되거나 흔들리지 않았다.

이후 바티스타가 3진 11개를 잡고 호투하는 동안 김태균의 2타점 적시타와 이대수의 적시타, 김태균의 투런홈런과 최진행의 쐐기 적시타가 터졌다. 그리고 앞서 말한 대로 송창식이 깔끔하게 게임을 마무리했다. 게임이 끝나자 72세의 노장 김응룡 감독은 눈시울을 붉혔다. 과거 명문 해태와 삼성에서 화려한 선수들을 거느리고 1,476승을 거두었던 그였지만 13연패 끝에 얻은 감격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한화가 이제 홈에서 2연승을 올렸지만 앞길은 멀기만 하다. 최약체인 신생팀 NC를 이겼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가 보기에 타격은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3번을 맡고 있는 김태완이 아직 제 컨디션이 아니나 시간문제이고, 김태균, 최진행, 이대수, 오선진 등 중심타선은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고 정현석, 한상훈 등 나머지 중하위타선들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것이다.

바티스타․송창식, 김태균․최진행 등 投打核 부활

사실 한화의 중심타선은 어느 팀에 뒤지지 않는다. 테이블세터도 그리 약한 편이 아니다. 교타자인 강동우만 복귀하면 테이블 세터가 짜임새를 갖추게 된다. 그런데 김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내외야 수비가 약하고 발 빠른 주자가 드물어 ‘뛰는 야구’를 못한다는 점이다. 수비는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이나 발 빠른 선수가 없어 뛰는 야구는 당장 실현키 어렵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투수진에 있다. 다른 팀이 새로운 투수를 보강한데 비해 한화는 기존투수들에 의존해야하는 형편이다. 류현진과 박찬호, 양훈이 빠진 갭을 전혀 메우지 못하고 있는 게 최대 고민이다. 외국인투수 바티스타는 조련만 잘하면 10승은 할 수 있지만 또 한명의 외국인투수 이브랜드는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그리 믿음이 가지 않는다. 그가 10승을 해준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선발 김혁민․유창식이 제몫 해줘야 하위탈피 가능

3,4선발인 김혁민과 유창식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실망이 크다. 둘의 성적이 계속 좋지 않을 경우 한화의 하위탈출은 어렵다고 봐야한다. 이들 역시 10승 이상은 해줘야한다. 한화의 올 성적은 김과 유의 활약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들은 17일 열린 NC와의 2차전에서 중간계투로 나서 기대 이상의 투구를 선 보였다. 특히 김혁민의 역투는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구속이나 자질로 볼 때 기대를 걸만한 투수들인데 올해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하였다. 김은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직구와 낙차 큰 변화구를 갖고 있으나 제구력에 문제가 있고 게임운영능력이 떨어진다. ‘제2의 류현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유창식은 류가 떠난 후 그를 대신할 선수로 각광받았으나 아직까지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 권오덕

김과 유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더 못해졌다는 평가다. 이들의 기량퇴보는 제대로 조련하지 못한 코칭스태프의 책임이 크다. 중간계투인 노장 박정진이 복귀해 제 기량을 발휘하고 이 두 선수가 적어도 10승이상은 올려줘야 한화가 하위권을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NC와의 2차전 중간계투에서만큼만 던진다면 좋을 터이지만 그게 말대로 될는지 모른다. 그들은 1~2이닝이 아닌, 최소 5이닝은 책임져야하는 선발투수이기 때문이다.

권오덕(본회 회원 / 전 대전일보주필)

 

 

권오덕  mogyoclu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