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아쉬워…이글스 매각설까지 나와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개막 최다 13연패의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연패의 길을 함께 걷던 신생 NC다이노스가 지난 11일 7연패를 끊고 3승(15일 현재)을 거두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불멸의 통산 1476승을 기록 중인 노장 김응룡 감독의 개인적인 치욕에 앞서 이글스의 매각설까지 나오고 있는 판국이어서 지역 팬의 한 사람으로서 착잡한 심정 금할 수 없다.

▲ 14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LG와의 경기에서 패한 한화이글스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더그아웃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사진:대전일보>

7점에 가까운 평균 자책점과 응집력 없는 타선, 매 게임 초반부터 쏟아져 나오는 실책은 팬들을 연일 낙담케 하고 있다. 13게임에 홈런이 겨우 한 개로 왕년의 다이너마이트타선이라는 별칭은 간데없다. 한마디로 공•수•주 모두 난조로 별무대책이다. 여기에 코칭스태프의 이해 할 수 없는 선수기용과 무모한 작전이 더해 팀의 연패를 부채질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지난해까지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류현진마저 미국 메이저리그로 팔려(?)간 마당에 연패를 끊어줄 마땅한 투수도 없다. 15일 LA다저스에서 2승을 올리며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류현진을 보면 대견하지만 한편 아쉽기도 하다. “류가 있었더라면 일찌감치 연패를 끊었을텐데...”라며 팬들은 부질없는 상념을 해본다. 어찌하다가 한화가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부아가 치민다.

이해할 수 없는 선수기용, 실책은 고교수준

비록 에이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과 박찬호의 은퇴, 양훈의 군 입대로 전력이 크게 떨어져 하위권으로 분류되긴 했지만, 이렇게 초반부터 연패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거포 김태완의 복귀와 외국인 투수 이브랜드의 입단으로 잘하면 중위권은 할 수 있다고 팬들은 기대했던 게 사실이다.

더욱이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김응룡 감독을 모셔오지 않았는가. 거기에 과거 해태사단의 화려한 멤버였던 김응룡 감독 휘하의 김성한, 김종모, 이종범, 이대진 등을 무더기로 데려와 진용을 갖추지 않았던가. 수석코치에 타격, 투수, 주루, 작전코치 등 모든 분야의 코치를 망라하고 있지만, 이글스의 모든 분야는 기량이 아마추어 수준으로 떨어져 지난해보다 못해졌다. 오죽하면 팬들이 “야왕 한 대화 감독시절이 그립다”고까지 했을까.

에이스급 투수라는 정통파 김혁민은 전보다 기량이 크게 떨어져 나가기만하면 초반부터 마구 두들겨 맞고 있다. ‘제2의 류현진’이라는 유창식도 구속과 제구력이 지난해 보다 떨어져 1회부터 대량실점을 허용하고 있다. 팀 타격도 꼴찌는 겨우 면하고 있지만 응집력이 떨어진다. 3할 대 중후반을 치는 김태균도 홈런 하나 없어 중심타선 노릇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해태시절 제자 대거기용은 크게 잘못된 일

결정적일 때 빚어지는 실책은 고교수준인데다 실패다반사인 주루플레이는 더 할 말이 없다. 코칭스태프의 이해 할 수 없는 선수기용과 작전은 팬들을 실망케 하고 있다. 연패를 계속하고 있는데도 팀의 중심역할을 해야 할 주전포수 자리에 신인급인 한승택을 자주 앉혔고, 필승계투조에 역시 신진인 임기영, 2루수에 조정원을 기용했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 류현진이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출전해 역투 하고 있다.<사진 : 대전일보>

특히 한화의 가장 큰 약점인 포수 자리에 애송이 한승택을 중용해 온 것은 이해 못할 일이다. 기량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백전노장인 신경현이나 최승환이 낫다고 본다. 2루 견제는 다소 떨어질지 모르나 투수리드나 볼 배합은 아무래도 고참이 나을 것이다. 내외야의 잇단 수비실책은 안줘도 될 점수를 쉽게 허용함으로써 일찌감치 게임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코칭스태프 구성도 문제다. 김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옛날 해태(현 기아)시절의 제자들을 대거 코치로 데려왔다. 물론 자기가 믿고 호흡이 맞는 코치들이지만 인원이 너무 많다. 전에 있던 코치들을 대부분 내보내고 옛날 자신과 한 팀에서 뛰던 제자들을 대거 기용한 것은 크게 잘 못된 일이라고 본다. 다양한 코치진을 구성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한다.

하루빨리 자신감 찾고, 패배주의 불식 필요

또 하나 선수 트레이드와 스카웃이 잘못돼 팀의 약화를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만 FA 김주찬(롯데-기아)과 정현욱(삼성-LG)을 꼭 잡았어야 했다. 발 빠른 김과 중간계투의 1인자 정은 한화의 아킬레스건을 보완해 줄 적임자였기 때문이다. 또 중간계투요원인 투수 송신영(NC이적)과 교타자인 좌타 장성호(롯데)를 내 보낸 것은 아주 잘못됐다.

한화의 끝없는 나락과 ‘멘붕’ 상태에도 팬들은 참고 응원에 나서고 있다. 선수들의 삭발에 이어 한밭야구장에는 한화의 1승을 기원하는 목탁응원이 등장하는가하면 어떤 치어걸은 “만일 한화가 15연패하면 삭발하겠다”고 말했다. 눈물겨운 일이다. 지난 13일에는 “대전 시민이 나서 한화를 응원하자”며 염홍철 대전시장이 한밭야구장에 나와 성원을 하기도 했다.

한화의 홈구장인 한밭야구장은 올해 펜스를 넓히고 천연잔디를 깔았으며, 글램핑존과 캠핑존 등 각종 훌륭한 시설을 갖춰 전국 제일의 구장으로 발돋움했다. 아무리 시설이 좋으면 무엇 하나. 매일 패배를 밥 먹듯 한다면 누가 구장을 찾겠는가. 이제 한화는 어떻게 해서든 연패를 벗어나 1승을 거두는 게 시급하다. 자신감을 찾고 패배주의를 불식하는 게 필요하다.

바티스타와 이브랜드 중 한 명이 승리투수가 될 것으로 확신

필사의 각오와 두려움 없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게 만드는 게 당장 코칭스태프가 해야 할 일이다. 김 감독은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라도 코치진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1,2군 코치를 대거 바꾸고 선수교체 및 혁명적인 타순교체도 생각해 볼일이다. 현재의 경기력과 분위기를 보면 연패 끊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선수•지도자 모두 패배의식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다른 8개 팀이 한화를 집중 타깃으로 삼기 때문에 연패탈출이 더욱 어려운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화는 최근 모기업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김승연 회장이 구속 된지 오래고, 야구팀이 연패를 거듭하면서 구단매각설까지 나돌고 있다. 그러나 이는 헛소문일 것이다. 재계 10위인 한화가 서로 창단하려고 야단인 야구팀을 왜 팔겠는가. 이해가 안 간다.

▲ 권오덕

이제 프로야구는 개막한지 2주 조금 넘었고, 올해 페넌트레이스의 10% 즉 10분의1이 지났을 뿐이다. 아직 90%가 남았다. 아무리 한화가 약체라도 연패 뒤에 연승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제는 분위기다. 필자는 금주 초 신생팀 NC와의 3연전이 연패 탈출의 최대고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외국인투수 바티스타와 이브랜드 중 한명이 승리투수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권오덕(본회  회원 / 전 대전일보주필)
 

권오덕  mogyoclu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