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원주책 전경

▲ 금경철 총장

33년 간의 화려한 방송생활을 마무리 하고, 정년퇴직 10일을 남길 무렵. 모 대학에서 방송 실무경험이 풍부하다고 나에게 전임강사 자격을 주는 조건으로 일주일에 6시간 강의를 맡아 달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그것도 강의 시간을 몰아줄 수 있다고 제시해 파격적이었다.

한평생을 직장에 얽매여 살아온 터라 푹 쉬고 싶은 생각과 노년에 그림 같은 집(전원주택)을 짓고 바쁘다고 늘 함께하지 못했던 사랑하는 아내와 두 손을 마주잡고 오손도손 살고 싶은 꿈을 꾸어왔는데 갑자기 고민거리가 생겼다. 3일의 여유를 달라고 부탁하고 집에 와서 아내에게 얘기를 했더니 교수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내 생각과는 정반대였다.

2-3일간 고민을 하다가 직장일은 그만하고 싶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평소에 생각했던 대로 시골에 계시는 노모도 모시고, 그 동안 바쁘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못다 한 여행이나 즐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또 하고 싶은 일이나 하면서 조용히 살기 위해 대전에서 가까운 시골을 찾아 전원주택을 짓고 텃밭이나 가꾸면서 살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20년 전 대전 연구단지 내에 지하 1층 지상 3층을 지어 전세, 사글세를 받고 살던 곳을 과감하게 정리했다. 퇴직금은 가족명의로 저축은행에 예치하였고, 국민연금을 수령하면 두 사람이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아 대전에서 가까운 옥천에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을 사기 위해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옥천에서 10분 거리인 속리산 들어가는 구 도로에 660평짜리 집터와 7년 동안 유실수를 가꿔둔 텃밭이 1억 5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주인을 만났다. “요즘 매일같이 이 땅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은데 빨리 계약을 하라”고 했다. 부동산과 협의하여 무조건 내일 10시에 계약하기로 하고 귀가했다. 너무나 땅이 마음에 들어 밤늦도록 아내와 그 곳에 들어갈 그림 같은 집도 그려보았다.

다음날 아침 9시에 부동산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내용은 어제 밤에 팔렸다는 내용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알아본즉 땅 주인이 먼저 다녀간 사람에게 전화를 해서 밤에 매매계약서를 썼다고 했다. 내 것이 되지 않으려나보다 하고 다른 곳을 다녀보았으나 적당하고 마음에 드는 땅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옥천역 뒤 대천리에 700평의 밭을 나눠 반은 팔리고 350평이 남아있어 무조건 계약을 했다. 얼마 후 옆 땅 주인이 집을 짓기 시작했다. 집을 짓는 평수, 구도, 방향 등이 우리 생각과 동떨어져 그 곳은 포기하고 다른 곳을 물색하기로 했다.

약 두 달 가까이 발품을 팔며 수십 곳을 보았으나 마음에 드는 곳이 없어 포기하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집터가 다 팔렸고 이미 다녀온 전원주택마을을 한 번 더 가본 곳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이다.

주택지를 조성한 사장이 전원주택을 지으려다가 현금이 달려 급매물로 나왔기 때문에 매수가 가능했다. 위치는 옥천군 동이면이며 옥천읍과 동이면 경계에 위치해 있다.

정 남향에 땅은 임야로 427평인데 도로에 들어가는 25평을 빼고 집을 짓기로 했다. 설계는 아내와 서유럽, 동유럽, 미국, 캐나다 등을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어온 것이 전부다. 설계사는 우리가 부탁하는 대로 그림만 그려주었다.

처음에는 직접 지으려고 시장조사를 마쳤으나 잘 알고 지내던 업자가 알고 찾아와 맡기기로 하고 계약 후 착공에 들어갔다. 너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평범한 집을 짓는데 누수차단과 단열만은 철저하게 한다는 생각에서 벽도 일반가정집은 보통 콘크리트 벽 두께를 15cm로 하는데 20cm를 쳤다.

1층의 높이도 6m로 하고 실내공간을 넓고 높게 뽑았다. 단열 또한 최신 알루미늄 단열재를 사용해 안팎 2중으로 붙였다. 또 5cm압축 스티로폼을 안팎으로 붙이고 밖에는 구운 칼라벽돌, 안에는 석고보드로 마무리를 하고 송판(루바)으로 벽과 천정공사를 마무리 하는 도중 업자가 소리 없이 잠적해 버렸다.

계약시 공사비를 적게 책정해서인지 레미콘 비용과 각종 인건비 등이 지불 안돼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도급 맡은 사장이 안 나오니 목수는 인건비를, 기와, 벽돌, 철근 레미콘은 물건 대금을 달라고 아우성을 치며 매일 같이 찾아왔다. 집주인이 공사비를 100% 지급했는데 왜 우리한테 와서 돈을 달라고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으나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파출소에 전화하여 경찰관을 불렀다.

잠시 후 시끌시끌한 가운데 경찰관이 도착하여 공사비를 못 받았으면 도급사장을 찾아가든지 아니면 노동청에 신고를 하면 업자 주소도 알 수 있고 경찰에 수배도 내릴 수 있다고 알려주면서 주인은 물어줄 근거가 없다고 해명을 해줘 모두들 돌아갔다.

그때부터 개인적으로 자재와 목수 인건비를 지불하며 시간은 걸려도 하나씩 하나씩 마무리를 하고 준공검사를 마쳤다. 나머지 들어오는 입구 바닥에 돌을 붙이는 작업과 수도, 장독대, 무쇠가마솥 걸이 등은 아내와 둘이서 몇 개월에 걸쳐 손수 마무리를 했다.

지금은 시골에서 동생들 곁에 홀로 계시던 어머니도 모셔와 함께 산다. 그러고 보니 농토가 꽤 많다. 대전에 150여평, 옥천 대천리에 350평, 텃밭이 200여평 해서 700평이나 된다.

두 손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가 어려워 주소를 옥천으로 옮기고 동이면에 귀농신청을 했다. 귀농을 하니 3년을 사는 조건으로 200,000원의 상품권을 면에서 주었다. 관리기도 정부지원으로 반값에 구입하고, 취득세도 50%(150만원) 감면받고 400여만원하는 펠릿보일러도 도에서 40%, 군에서 30%해서 70%를 지원받았다.

날이 가물어 양수기도 사고 벽난로에 땔감을 자르기 위해 전동톱도 구입했다. 면세유도 공급받는데 현재 200리터의 재고가 쌓여있다. 나의 어머니께서 장애2급이라 가스차량(소나타, 라보)만 2대 있다.

삽으로 짓던 농사를 농기계로 손쉽게 지을 수 있어 마냥 즐겁기만 하다. 작년에는 서리태(검정콩) 한가마니를 좋은 값에 팔았고 더덕, 마, 도라지, 감자, 고구마, 옥수수, 수수, 토마토, 고추, 수박, 참외, 오이, 강낭콩, 메주콩, 울릉도 부지깽이나물, 검정콩, 콩나물 콩, 팥, 녹두, 참깨, 들깨, 마늘, 대파, 쪽파, 상치, 쑥갓, 호박, 신선초, 당근, 열무, 김장배추, 김장무도 심어 아들, 딸, 사위, 손자들이 오면 삶아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늘, 감자, 고구마도 나누어 주고 김장도 함께해서 나누어 먹는다. 직접 해보니 재미도 있고 먹어보니 무공해라 맛도 더 있는 것 같다.

농사용 퇴비는 농협조합에 가입하여 3,500원짜리를 1,300원에 300포를 구입하고, 마을에서 외양간 퇴비도 얻어 뿌려주었다. 비료, 농약비용은 농협에 선 지불하고 연말에 50%를 돌려받는다. 부자농협이라 회원 가입비가 800만원인데 2천만원까지는 예금을 할 수 있고 조합원에게는 은행이자에 2%를 더 얹어준다. 단 탈퇴하기 전에는 찾을 수가 없다.

우리 집 식단은 고기 종류는 일주일에 한 번꼴이고 호박잎, 깻잎, 콩잎 등 야채종류로 채우고 있다. 유실수로는 감, 복숭아, 포도나무 25주, 석류, 대추, 매실, 자두, 엄나무 등을 심어놓고 내년에 수확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오손도손 살아가며 해외여행도 즐기고 국내여행도 즐긴다. 제주도는 3년 연속 자동차를 가지고 가 빠짐없이 일주했다. 이제 우리나라는 짬을 내서 섬만 일주하면 마스터 할 것 같다.

목요언론인클럽 사무총장만 맡지 않았으면 더 재미있게 여생을 보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누구 지원자가 있으면 꼭 부탁하고 싶다. 술 한 잔 사겠다.

* * * * *

우리 식구는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읊어가네요.

30여년 직장생활을 마무리하고 자연으로 돌아왔네.
동이면 세산리 앞 국도에서 산자락을 쳐다보면
주홍색 기왓장이 선명하게 보이네.
집 경계를 두른 텃밭에는 빨갛게 익은 토마토, 싱싱한 오이, 가지, 호박, 고추 등이

주렁주렁 달렸고 형형색색 곱게 핀 꽃밭에는야생화가 만발하네.

귀농한 지 10개월에 조합원에 가입하고
관리기, 양수기도 싼 값에 구입했네.
봄이 되면 퇴비 뿌려 쟁기로 밭을 갈고
딱딱하고 몹쓸 텃밭을 옥토로 만들었네.
풍요롭고 아름다운 자연을 품에 안고
단 둘이서 오손 도손 살아가는 이 맛은
그 누구도 느껴보지 않으면 모르고 모르리.

식물을 사랑하고 자연에 감사하고
비오는 날은 정자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따뜻한 커피한잔 기울이면서 운치 있는 삶을 맛보게 하네.

겨울이면 눈이 녹아 기와지붕 처마 끝에
대롱대롱 크고 긴 고드름이 작품을 드리우고
아침엔 딱따구리와 참새소리가 단잠을 깨운다.
점심엔 짝을 찾는 비둘기 소리 구구구 울어대고
저녁이면 구슬픈 소쩍새 울음소리에 깊은 잠을 청한다,

꼬끼오 닭 울음소리에 눈을 떠 보면
앞산 중턱에 깔린 운무가 분위기를 만끽하게 하고
가을 단풍 붉은 옷 갈아입을 때는
늘 자연의 신비함을 감탄하며 산다.

텃밭에서 상치, 깻잎, 호박잎 따서
유기농 쌈으로 식사를 하면
수십 년간 도회지 생활 부럽지가 않다.
이제 나이도 이만하니 인심 좋고 살기 좋은 시골에서
조용히 여생을 보내리.

충청북도 옥천군 동이면 세산3길에서
목요언론인클럽 사무총장 금경철과 아내 김순화가…
 

금경철(목요언론인클럽 사무총장)  mogyoclu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