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산 동학사에 비바람불어

젖는 나뭇잎, 젖는 기왓장들,

나그네 가슴도 함께 젖어

먼지 씻어낸 물

동학사에서 그려본 우산

세진정 아래로 흐른다.

대웅전 앞산 비구름

휘말려 오르는 곳에

보이는 이는 보이고

안 보이는 이는 안 보이는,

바람결 솟았다 가라앉는

고해의 숲이 있다.

수도승 내다버린

번뇌의 무덤 같은

고해의 숲.

대웅전 한 모퉁이 스님하나

바람벽 마주앉아 참선중이다.

가는 어깨 위 초침 멈추고

뜰 밖 엔 향 사르는 내음,

해 저문 동학사 물안개에

묻혔다.

강원 파한 비구니들

허공 딛는 발자국소리

하나둘 빗소리에 묻힌 다.

김세영 전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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