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이 지난 며칠 후 다니는 장애인 종합복지관으로 서둘러 목욕을 갔다. 목욕을 거의 다 끝내고 탈의실로 올라갈 준비를 할 때다. 막 새로 들어온 중증장애인이 ‘오랜만에 뵈어요’ 라며 목욕을 다 끝내셨느냐? 등은 닦으셨나요? 두세 번 물었다. 그는 우편 중증장애인으로 자신 목욕하기에도 무척 힘들어 하는 처지. 대전에 사는 자녀들을 보러왔다며 복지관 목욕탕에서 알게 된 사이.

마음은 그의 시원한 등 닦기를 하고 싶었으나 번번이 도움만 받기도 미안하여 고맙다는 인사만 하고 탈의실로 올라갔다. 11시가 거의 다 된 시간, 우리를 데리고 운전하여 온 요양보호사는 서둘러 점심을 하고 다음 일터로 서둘러 가야할 시간. 동행 세 명은 서둘러 지하식당으로 내려갔다.

내려온 두 사람을 본 영양사는 자신이 직접 배식하여 식판을 가져다 식탁에 놓고는‘따님은 아직 내려오지 않았는데요. 선생님 내외분 먼저 드시지요!. 동행한 요양보호사를 여자 목욕탕에서는 따님으로 부른다더니...

귀가한 잠시 후 같은 성당에 다니는 율리아-선일(善(一) 자매가 왔다.‘날씨가 너무 더워 어떻게 지내시는 지 궁금해서 왔다’며 전통시장에서 지금 막 사왔다는 찐 옥수수 몇 개를 내놓았다.

자매는 자신의 이름을 선일로 지어준 부모님이 ‘너는 앞으로 매일 한 가지씩 좋은 일을 하며 살도록 하라!’ 하셨다며 작명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중증 장애인이 한 말 ‘등 닦아 드릴까요?’가 향기를 더해 들렸다.

박천규 전 대전MBC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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