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같은 전파매체에서 선배로 모시며 근무했던 선배님이 미수를 기념하여 출간했다는 묵직한 문집책자 한 권을 보내주셨다. 이름 하여 ‘격동의 수레바퀴 언론의 길 60년’ 책명은 ‘영원한 현역언론인 박**-벽 위에 든든히 박혀있었다.

중화민국(대만) 장경국 총통 내외가 보내주었다는 동양화가 은은한 배경을 이룬 연하장 앞에는 오른 손 손가락을 들고 무엇인가를 자상하게 설명하는 듯한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선배의 모습은 초등학교 시절 교장 선생님의 인자한 미소를 피워 올렸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교장 선생님의 사택이 있는 같은 동네 이웃에 살고 있었다. 선생님은 두 따님과 아들 사모님 등 다섯 가족이 회색 벽돌 담 안 넓은 한식 기와집에 사셨다. 나는 가끔 교장 선생님 집으로 아들을 찾아 놀러 다녔다. 그럴 때면 친구의 둘째 누님은 반갑게 맞아 주시며 ‘잘 부르는 노래가 무엇이냐?’며 풍금반주를 해주시며 함께 노래도 불러주시며 ‘노래를 아주 잘 부른다’고 칭찬도 해주셨다.

우리 집 이웃에 사는 선배(형)는 어느 날 나를 불러 편지 봉투를 내밀며 교장 선생님 집에 놀러 갈 때 ‘네 친구 둘째누님께 이 편지 좀 전하고 누님의 답을 꼭 받아 오라!고 했다. 편지를 받은 누님은 얼마 뒤 ’풍금이나 쳐야겠다‘며 빙긋이 웃으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한동안 풍금을 치고 나온 누님은 ’옥수수 쪄 줄까?‘라며 울안에 무성한 옥수수 밭으로 나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옥수수 찌는 냄새가 울안에 돌았다. 누님이 권하는 찐 옥수수를 먹으며 누님의 편지를 기다렸으나 얼마 후 친구와 사택 앞 작은 개울이 흐르는 다리 위로 놀러갔다가 교장 선생님 아들과 다툼이 벌어져 그만 아들을 다리 아래로 물가로 밀어뜨렸다.

다음 날 등교했더니 담임선생님이 ‘**는 나와 잠시 교장선생님 방에 다녀오자’며 앞장 스셨다. 아들과 싸운 터라 겁을 잔득 먹고 담임선생님 뒤를 살살 따라갔다 의자에 앉으셔서 쳐다만 보시는 교장 선생님께 고개 숙여 쳐다만 보았다. 얼마 후 교장선생님의 말씀.‘ 담임선생님 그만 데리고 나가세요!‘ 우리 **이와 친하게 지내거라1’‘그 때 교장선생님이 쳐다보시며 지은 미소가 선배의 미소를 대하니 지금도 그 교장 선생님의 온기가 새삼 느껴진다.

춘천 사범 재학생 207명과 함께 6.25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했으며 선배의 사모님과는 올챙이 기자시절 결혼. ‘아내의 아낌없는 내조’로 언론 생활을 무난히 해낼 수 있었다는 선배의 고백이다.

‘영원한 현역언론인’으로 건강한 한국 언론의 파수꾼으로 한국 언론 발전에 큰 기둥이 되시길 빌고 빕니다

박천규 전 대전MBC 상무

목요언론인클럽  webmaster@mokyoclu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