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이란 말이 있다. 이는 사람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나면 오 만과 독선에 빠지기 쉬우므로 이를 경계하라는 뜻이 담긴 말이다. 열흘 붉은 꽃이 없고 달 이 차면 기운다. 는 만고불변(萬古不變)의 진리를 선거를 통해서 당선한 정치인들은 항상 염두에 뒀으면 한다.

이 말은 또 권력 앞에서 겸허한 자세로 임한다면 훗날 권력을 놓은 이후에도 상대 방 으로 부터 존중과 이해를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전해 주기도 한다.

304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세월 호 사건이후 국민애도기간 중에 치러진 6. 4 지방 선거 결과가 바로 이러한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냉엄한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뼈 저 리 게 깊이 새겨주고 내년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도 그 결과가 확인될 것이다.

촛불 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보수와 진보, 서로 헐뜯지 말고 미 래를 위한 경쟁을 벌리고 서로가 아우르는 국민 대통합의 정치, 화합과 소통으로 국민들 의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정치를 펼쳐야 할 것이며 이에 따른 탕평(蕩平)인사도 단행되어 야 할 것이다. 정치도 사람이 하는 것이다. 국민들 의식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한마디로 시대에 걸 맞는 정치가 펼쳐지고 능력 있는 숨은 일꾼들이 발굴돼 탕평인사 까 지 이루어진다면 그게 곧 국민대통합을 이루는 선진정치가 아인가 싶다.

사람 쓸 때 지, 사, 공(志事功), 세 가지 기준 살펴

중국 진(秦)나라 때 사계절(四季節)의 순환과 만물의 이치와 변화, 인사(人事)로 인한 치 란(治亂)과 흥망성쇠, 길흉의 관계를 기록하고 있는 여씨춘추 (呂氏春秋)에도 태상이 사람 을 쓸 때는 지· 사· 공(志, 事, 功) 이 세 가지 기준을 들었다. 첫째는 뜻(志)에 두었 으며 둘째는 일(事)로 삼았고 셋째는 공(功)으로 썼다고 한다. 뜻은 덕을 존중하여 탕평 (蕩平)의 인사로 백성들을 다스리게 하였음이요. 일(事)은 능력 있는 인재를 찾아내 일로써 백성을 다스리게 하였음이며 공은 공을 이룬 사람에게 내리는 상(償)과 같이 보 은(報恩)의 인사와 같다고 하였다.

따라서 순리(順理)라든가 안정이라는 말을 쓰게 될 경우 그 실상은 다름 아닌 모든 자리가 제대로 잡힌 상태를 지적하는 의미로 볼 수 있으니, 한 가정이나 한 직장, 더 나아가 한 나라에서 모든 자리를 앉을 사람 그 한사람에게 앉도록 해야만 될 것이다.

가까운 예로 어느 가정에 들어섰을 때 그 집의 가구나 집기들이 제대로 놓일 자리에 잘 정돈되어 있을 경우, 우리는 조화와 안정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그렇지 않고 무질서하게 뒤죽박죽 배치한 가정에서 알게 모르게 불안과 불편까지도 느끼게 마련 이다.

하물며 한 직장, 한 나라의 요직이나 자리를 정함에 있어 적재적소나 인선의 타당성을 무시하고 무분별하게 기용하는 경우, 그 부작용과 역기능은 언젠가 그 직장인, 그 국민 에게 피해로 돌아갈 것은 자명한 노릇이다. 심한 경우 위인설관(爲人設官)의 흠도 나오 기 마련이다. 과거 인사는 만사라고 했던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출범이후 가신 (家臣)들 위주의 인사야 말로 그리 보기 좋은 예(例)가 아니었다.

오만과 불통은 국론분열과 신뢰를 떨어트려

무릇 옛사람들은 위정자가 써야 할 사람을 찾지 않는 것도 잘못이요, 써야 할 사람을 너무 일직 버리는 것도 잘못이라고 했다. 지난 박근혜정부와 자유 한국당도 마치 영원한 권력을 거머쥐기라도 한 듯 국민의 참뜻을 외면한 채, 불통의 정치로 시대착오적 국정운 영을 고집하다 심각한 국론분열과 사회적 신뢰를 잃고 급기야 최순실 국정농단사건으로 탄핵되고 박근혜 대통령이 옥중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가!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정부와 여당도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국민대통합의 정치를 펼치고 민생현안문제 등 국정전반에 걸쳐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지금 가장 화급한 것은 대선 후 여·야 양극 화로 인해 양분 된 국민들의 정치적 성향을 하루 속히 벗어나 국민대통합을 이루는 일과 이를 위한 탕평의 인사로 그동안 유례없는 공직사회 분위기를 일신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비록 작은 사안이라 할지라도 관계 부처와 각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지방의회 또 다른 정당 간에도 견제와 협력을 통해 합리적인 접점(接點)을 찾아가는 과정이 곧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요 민주주의의 실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경제. 교육, 문화, 복지 등 당면한 현안들을 균형 있고 공정투명하게 풀어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했으면 한다.

중국 진(秦)나라 유명한 정치가 상앙(商鞅)이 남긴 상군서(商君書)에는 백 성이 싫어하는 일을 정치가 행하면 백성이 약해지고 백성이 좋아하는 일을 정치가 행하면 백성이 강해지 고 나라도 강해진다 했다. 정치권은 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가르침을 깊이 새겨 항 상 스스로 삼가는 마음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조종국 원로서예가‧ 전 대전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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