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는 오전에 한 분, 오후에 한 분 이렇게 두 요양보호사가 와서 각각 3시간씩 요양보호 일을 한다. 우리는 편의상 보호사를 부를 때 오전 아줌마, 오후 아줌마라고 부른다.

얼마 전 햇밤이 한참 나올 때 오후 아줌마가 주방 식탁에 앉으며 들고 온 검은 비닐봉지를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의자에 앉으시라며 봉지를 열었다. 구수한 군밤 냄새가 풍겼다. 아줌마는 ‘군밤 드세요!’라며 쳐다보며 빙긋이 웃었다. 공주 정안으로 시집간 딸 내 집에 갔다가 딸 내 뒷산 밤나무 아래에서 주어서 구어 온 밤이라며 한 톨씩 까서 주었다. 군밤이 품는 구수한 향은 오랜만에 맛보는 아줌마가 풍겨주는 가을의 정, 바로 그 맛이었다.

그리고 또 며칠 지나 오후 아줌마는 딸 내 집에 갔다가 애 호박과 가지를 좀 가지고 왔다며 ‘두 어르신이 좋아하실 것 같아 전을 부쳐드리고 싶다’하기에 부쳐달라고 했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애호박전이며 가지전인가. 아줌마는 두 전을 더 부치면서 출출하실 때 아니면 내일 아침 식사 때 데워서 드시라며 딸 내 집에서 얻어 왔다며 비닐봉지에 가득 든 알밤도 주고 갔다.

월요일에 온 아줌마는 지난 주말에는 잘 지내셨느냐?기에 애 호박과 가지전맛 있게 잘 먹었다며 고맙다고 인사했더니 요즘 가을 수확 철에 생각나는 찬이 없느냐고 물었다. 가루무침 해 풋고추찜과 그윽한 향기 풍기는 깻잎 장아찌, 햇마늘 장아찌도 생각이 난다며 ‘더는...’라며 손을 저었다. 아줌마는 ‘말씀하신 것 다 만들어다 드리겠다.’며 손을 흔들며 고개인사.

아줌마가 돌아간 뒤에도 ‘군밤 드세요!’라던 아줌마의 정든 그 목소리가 쟁쟁하게 들렸다.

박천규 전 대전MBC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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