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건설경기 침체에도 충청권은 세종시와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등 굵직한 국책사업으로 건설경기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선 건설현장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대단위 공사현장에서의 일자리 공급이 원활히 이뤄져야 하지만, 대다수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자 회사와 연결된 타 지역 용역·하청업체와 공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형 건설사들의 지역 근로자 채용을 적극 유도할 수 있는 해당 자치단체의 실질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8일 충청지방통계청이 발표한 '4월 충청지역 고용동향' 따르면 도내 지난달 일용근로자 수는 4만 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 명)보다 20.4%(1만 2000명)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상용근로자 수는 32만 6000명으로, 전년대비(31만 3000명) 4.3%증가했다. 단순노무 종사자 수도 10만 5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만 4000명)보다 7.4%(8000명)줄었다. 일용근로자 수가 줄어든 데는 상용근로자로의 전환에 따른 이유도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그 변동 폭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일자리 감소로 인한 영향이 크다는 데 더 무게가 실린다.

특히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상당수가 비정규직 일용근로자나 단순노무 종사자 등임을 감안할 때 충청권 건설경기가 호황이라고는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파견·용역 비정규직이 급감하고 있는 전국 수준과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건설업 근로자(66만 6000명)는 전년대비 1만 7000명이 줄었다. 특히 같은 기간 건설 비정규직의 68%인 비전형(파견·용역·일일) 근로자 수는 23%(2만 3000명) 넘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업 비정규직은 경기침체를 반영하듯 전체의 70%에 육박하는 파견·용역·일일 형태 근로자가가 급감한 셈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일자리 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건설경기가 나은 편인 충청권의 경우 공공기관 공사발주를 제외하곤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공사가 타 지역에 근간을 둔 대형 건설사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경기와는 상관없는 일자리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 LH가 지난달 세종시 15필지에 대한 공동주택용지를 공급한 결과, 주인을 찾은 13필지가 모두 타 지역 건설업체에 돌아갔다.

이번 공급물량의 경우 지난해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사들이 포기했던 용지가 포함돼 있어 충청권 건설사들도 군침을 흘리며 입찰에 참여했지만 결국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수의계약으로 나온 세종시 공동주택용지를 광주 등 외지 건설사들이 싹쓸이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공급예정인 공동주택용지 15필지 중 낙찰된 13필지 모두 외지업체가 차지한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외지 대형 건설사의 경우 등록된 협력들과 공사를 진행함으로써 지역 근로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라는 데 있다.

참여를 하게 된다고 해도 그 인원이 소수이거나 업무 질이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이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충북도나 각 지자체 등 행정기관이 대형 건설사들에 지역 업체나 근로자들을 적극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는 있지만, 강제력이 없는 권고사항에 그치다 보니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역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충청권 전역에 굵직한 공사현장이 많지만 지역 내 소규모 용역업체는 물론 일용직 근로자들까지 일거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지역 업체나 근로자들을 활용해야 한다는 강제적인 조치사항이 없다면 이들을 적극 활용하는 건설사들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 등 다각도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충청투데이)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